[편집자 레터] 토스카나의 여름 음식
“더운 여름 한국에서는 냉면이나 냉국수 등 찬 음식이 많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조차 없는 이탈리아에 살얼음이 들어간 음식이 있을 리 만무하다. 그러니 무더운 여름에 냉장고에 넣고 두고두고 꺼내 먹을 수 있는 샐러드를 많이 먹는다.”
권순환·윤수지 부부가 쓴 ‘오늘의 토스카나 레시피’(효형출판)에서 읽었습니다. 부부는 이탈리아 토스카나주의 고도(古都) 시에나에 사는 유일한 한국인 가족. 남편 권씨는 뉴욕에 있는 요리학교에서 유학한 후 진정한 이탈리아 요리를 배우고 싶다며 시에나로 이주했습니다. 책은 권씨가 시에나의 이탈리아 식당에서 셰프로 자리 잡는 과정과 함께 부부의 토스카나 생활을 그려 냅니다.
여름 한낮 기온이 섭씨 35~40도까지 올라가고, 에어컨도 흔치 않은 토스카나에서는 가스불을 켜고 요리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는답니다. 그래서 즐겨 먹는 것이 곡식 샐러드라고요. 잎채소·오이·토마토·올리브·셀러리·적양파를 기본으로 하고, 탄수화물 보충을 위해 익힌 쌀이나 파로(Farro)라는 곡물을 더합니다. 페타나 모차렐라, 부라타 치즈를 넣고, 취향에 따라 닭고기나 참치, 삶은 달걀 등을 넣어 단백질을 확보합니다. 저자는 “한국의 비빔밥과 아주 비슷하지만, 차게 먹는다는 점이 다르다. 여름이면 토스카나 사람들이 점심으로 많이 즐긴다”고 말합니다. 처음엔 찬밥을 올리브 오일에 비벼 먹는다는 게 어색했지만 어느새 익숙해졌다면서요.
여름은 이탈리아의 모든 할머니들이 분주해지는 계절. 큰 솥에 토마토를 한참을 졸여 소스를 만드는데, 우리의 김장처럼 그들에겐 연례행사라고 합니다. 그렇게 만든 토마토소스를 병에 담아 자식들이 1년간 먹을 수 있도록 보낸다고요. 누군가를 먹이기 위해 더위를 감내하며 기꺼이 불가에 서는 일. 그것이 바로 사랑이겠죠.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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