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리카와 아야의 시사일본어] 다레데모 토이레

2024. 8. 3. 0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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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일본어
얼마 전 서울에서 배우 야쿠쇼 코지와 송강호의 씨네토크가 열렸다. 지난해 야쿠쇼 코지에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퍼펙트 데이즈’(감독 빔 벤더스) 개봉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송강호는 재작년 ‘브로커’(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로 같은 상을 받았다. 영화 팬으로선 꿈 같은 대담이었다.

‘퍼펙트 데이즈’에서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주인공 히라야마는 화장실 청소부다. 이 영화는 도쿄도 시부야구에 개성 넘치는 공중 화장실을 만드는 프로젝트 ‘THE TOKYO TOILET’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히라야마가 청소하는 화장실은 이 프로젝트로 탄생한 화장실이다.

히라야마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매일 정성껏 청소한다. 일본 공중 화장실은 깨끗한 곳이 많은데 히라야마처럼 열심히 닦는 사람 덕분이라는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됐다. 일본에선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여기는 풍습이 있어 화장실에도 신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영화에 나오는 화장실은 세 종류다. 남자용, 여자용 외에 다기능 화장실 또는 다목적 화장실로 쓰이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 요즘은 이 공간을 ‘다레데모 토이레’라고 부른다. ‘다레데모’는 누구나, ‘토이레’는 화장실이란 의미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이나 사회적 성과 생물학적 성별이 일치하지 않는 트랜스젠더 등이 마음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화장실이다.

일본에서 트랜스젠더를 포함한 성소수자(LGBT)의 인권을 본격적으로 존중하기 시작한 건 몇 년 되지 않았다. 특히 작년 LGBT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한 ‘LGBT 이해증진법’이 시행되면서 ‘다레데모 토이레’를 설치하는 지자체나 기업, 학교가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모두를 위한 화장실’이라는 명칭으로 LGBT를 배려한 화장실이 생기고 있는데 언론 보도만 보면 별로 환영받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LGBT에 관해서는 한국이 더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변화가 빠른 나라다. 최근 사실혼 관계인 동성 배우자도 사실혼 관계의 이성 배우자와 마찬가지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서 동성결혼 합법화도 추진될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일본도 아직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지 않았지만, 그것과 비슷한 효력이 발생하는 ‘파트너십 제도’를 도입한 지자체는 많다. 그러고 보니 이 제도도 시부야구가 선도적으로 도입했다. 화장실과 인권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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