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유통] 오직 한국만! 백화점 문화센터 이모저모

우지수 2024. 8. 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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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역사 가진 지역 주민 사랑방, 백화점 문화센터
건물 위 조경도 특징…산책 겸 휴식 공간 옥상정원

국가별 다양한 백화점 특징 중 지역민들이 이용하는 문화센터 서비스와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옥상정원은 한국 백화점 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사진은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하늘정원 전경 /현대백화점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30여 년 전에는 아이들 데리고 왔었고 지금은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러 종종 와요. 백화점은 쇼핑 목적이 아니더라도 방문하는 곳이죠." 지난 2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문화센터를 방문한 70대 A 씨가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백화점을 동네 소통 창구로 줄곧 사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백화점(百貨店), 백 가지 물건을 파는 가게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백화점은 단순한 물품 판매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까지 제공하는 복합 문화 공간이 됐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생긴 지 40여 년됐다. 지난 1984년 신세계백화점이 서울 중구에서 운영했던 백화점 '동방플라자'가 문화센터 서비스를 처음 선보였다고 전해진다. 이후 지난 1985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문화센터가 문을 열었고 롯데백화점 첫 문화센터는 지난 1988년 잠실점 개점과 동시에 만들어졌다. 백화점 문화센터는 대부분 주요 점포에서 운영되고 있고 지역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맡아 왔다.

해외에서는 드물지만 한국에서는 익숙한 백화점 문화는 무엇이 있을까. 백화점 업계는 한국 백화점만의 특징으로 '문화센터'를 꼽았다. 백화점에서 가족 단위 고객이 함께 놀이·학습형 강좌를 듣거나 외국어, 댄스, 운동 수업 등을 받는 것은 글로벌 백화점 산업에서 좀처럼 찾기 힘든 서비스라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고객과 어울리는 색깔을 찾는 퍼스널 컬러 강좌, 골프 레슨 등 점차 다양해지는 소비자 취향에 맞춘 콘텐츠를 운영하면서 백화점 문화센터 서비스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봄·여름·가을 학기 현대, 신세계, 롯데백화점 문화센터 수강생 수는 전년(2022년) 동기 대비 각각 40%, 42%, 45% 늘어나기도 했다.

한국에서 백화점은 쇼핑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족, 친구와 방문해 시간을 보내는 지역 나들이 장소로 자리 잡았다. 지난 2일 오후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문화센터를 방문한 고객들이 한 곳에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다. /우지수 기자

소비자들이 부담 없이 백화점을 찾아올 수 있도록 건물 옥상에 설치돼 있는 '정원'도 한국 백화점의 특징 중 하나다. 식물과 산책로가 있는 백화점 옥상을 거니는 방문객 모습은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의 일부 백화점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풍경이다. 지난 2일 서울시 강남구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옥상정원을 아이와 함께 찾은 40대 B 씨는 "최근 비가 자주 와서 아이와 집 안에만 있었는데 날이 개서 오랜만에 외출했다. 백화점에는 도심 속에서도 산책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좋다"고 말했다.

백화점에 조성된 정원은 쇼핑 목적이 없는 고객에게도 매장을 방문할 유인책이 된다. 특히 현대백화점은 지난 2021년 서울 여의도에 선보인 더현대 서울에 백화점 실내 정원 '사운즈포레스트'를 세계 최초로 조성했다. 더현대 서울은 전체 면적 절반이 조경과 고객 휴식 공간으로 채워졌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사운드 포레스트에서 해외 휴양지를 콘셉트로 한 '태양 정원'을 선보였고 하루 평균 1만 명 방문객이 다녀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통상 6∼8월 사운즈포레스트에 하루 3000명 안팎 고객이 다녀가는 것을 고려하면 3배 이상 방문했다"며 "백화점 비수기로 꼽히는 한여름에 공간 전략이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현재 규모 대형백화점이 본격 등장한 것은 1970년대다. 이 시기에 국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백화점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부를 가진 사람들만 방문하는 공간'에서 대중적인 곳으로 바뀌었고 이후 한국만의 백화점 문화도 지난 50여 년간 발전해 왔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한국의 백화점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하다. 문화센터는 한국에서만 운영하는 고유 서비스고 백화점에 설치된 정원도 한국을 제외하면 일본 정도에서만 찾을 수 있다"며 "한국만의 특징적인 서비스와 국민 수요가 맞아떨어졌다. 백화점이 세계적으로 사양 중인 산업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은 이 같은 특징도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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