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춧돌 정신’으로 소명 투철했던 평생
윤대원 지음
율리시즈
지난 6월 25일 79세로 별세한 외과의사이자 교육자·병원경영자 윤대원 박사의 회고록이다. 1987년 국내 최초로 췌장 이식수술에 성공한 과정 등 한국의학 발전사가 생생하다.
경성의전 출신 외과의사인 부친 일송 윤덕선(1921~96) 박사로부터 90년 학교법인 일송학원 이사장을 물려받아 35년간 교육자·병원경영자로서 남긴 발자취도 회고한다. 한림대·한림성심대·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를 ‘글로컬 대학’으로 일군 과정이 펼쳐진다. 한림대성심병원·한림대한강성심병원·한림대춘천성심병원·한림대강남성심병원·한림대동탄성심병원의 5개 대학병원으로 이뤄진 한림대의료원을 이끈 과정은 한 편의 드라마다.
특히 71년 설립된 한강성심병원이 86년 국내 최초로 화상치료센터를 세워 독보적인 화상전문의료기관으로 키운 과정을 보면 “생지옥 같은 화상치료는 누군가는 해야만 한다”는 고집이 엿보인다. 지은이는 2006년 한림화상재단을 세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국내외 화상환자의 진료와 진료비를 지원해왔다. 그 바탕은 선친 윤덕선 박사의 가르침인 ‘주춧돌 정신’. 모두 우람한 대들보만 되고 싶어 하고 이를 지탱하는 주춧돌 역할은 꺼려서는 미래가 없다는 믿음이다.
지은이는 평생 소명에 투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회고록의 중심은 의사로서 놓친 부분이 없는지에 대한 회한에 맞춰져 있다. 후학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줬는지, 진짜 의사의 삶을 제대로 보여줬는지, 더불어 사는 세상에서 의사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선배로서 의미 있는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성찰이다. 2000년 자신의 간 이식을 집도한 아산병원 이승규 교수를 ‘참인격자’로 존경하는 이유, 지난 7월 1일 한림대의료원장에 취임한 바이러스학자 김용선 교수와 함께 2008년 광우병사태 당시 겪었던 일화 등이 흥미롭다.
지은이는 ‘항상 환자 곁에 있어야 한다’는 신념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하면서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고 후학들에게 충고한다. 의사뿐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 전반에 울림을 준다.
채인택 전 중앙일보 전문기자 tzschaeit@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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