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되면 재발할 무역전쟁

주정완 2024. 8. 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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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무역이라는 환상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지음
이현정 옮김
마르코폴로

“트럼프 무역 전쟁의 주동자가 위험한 새 계획을 갖고 돌아왔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오랫동안 미·중 경제 관계를 취재한 언론인 밥 데이비스가 쓴 서평의 제목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대쪽에서 이 책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단적으로 표현했다. 여기서 ‘위험한 새 계획’의 핵심은 ‘중국과의 철저한 디커플링(탈동조화)’. 미국과 중국이 함께 잘살자는 생각은 포기하고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중국 경제를 옥죄겠다는 발상을 담았다.

이 책의 저자는 지난 트럼프 행정부의 임기 4년 동안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과의 무역협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만일 오는 11월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한다면 새 정부의 무역정책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트럼프 본인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어떤 무역정책을 펼칠지 미리 알려면 이 책을 보라”고 했을 정도다. 트럼프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를 떠나 이 책의 주장과 정서적 배경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1947년 미국 중부 오하이오주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저자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제조업 최강국이었던 ‘과거의 영광’에 강한 향수를 갖고 있다. 저자의 고향 마을인 애쉬타불라는 한때 작은 공업 도시이자, 오대호의 하나인 이리호 연안의 화물을 수송하는 항구 도시로 번성했다고 한다. 현재는 ‘러스트 벨트’라고 불리는 쇠락한 공업 지대에 속한다. 저자와 나이 차이는 크지만, 트럼프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J.D.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과 지역적 배경이 비슷하다.

저자는 미국을 다시 제조업 강국으로 일으켜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해야 ‘고졸 이하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를 중산층으로 끌어올려 미국을 다시 부강하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수단과 방법이 다소 과격하더라도 개의치 않는다. 핵심은 관세를 대폭 올려 외국산 제품의 수입을 억제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다른 나라와의 무역협정이나 세계무역기구(WTO) 등을 무력화하자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과거 유럽 절대왕정 국가들이 추구했던 중상주의 경제정책의 21세기 개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부작용은 애써 무시하거나 가볍게 넘어간다.

이 책은 트럼프 대통령 시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뒷얘기도 전한다. 트럼프는 한국이 재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한·미 FTA 무효화라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우리는 미국의 협정 철회를 위한 법적 근거를 준비했고 대통령은 새로운 협상이 성공하지 못하면 곧 서명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협상 대표였던 저자에게 가장 중요한 이슈는 픽업트럭의 보호관세(25%) 유지. 원래 합의 사항은 2019년부터 관세를 없애는 것이었지만 한국을 압박해 보호관세 20년 연장을 관철했다고 설명한다. “우리는 일방적으로 행동했으나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예측했던 것처럼 세계가 끝장나지는 않았다”는 저자의 말은 당시 트럼프 행정부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원제 ‘No Trade Is Free’.

주정완 논설위원 jw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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