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점 1위 불혹의 4번타자 “27년 만에 LG와 한국시리즈 기대”

정영재 2024. 8. 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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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의 사나이 KIA 최형우
7월 6일 인천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최형우가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고 있다. 최형우는 역대 최고령 올스타전 MVP에 뽑혔다. [연합뉴스]
2024 KBO리그가 팀당 40여 게임씩을 남긴 가운데 KIA 타이거즈가 2위 LG 트윈스를 5경기 차로 따돌리며 1위를 달리고 있다(8월 1일 현재).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7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KIA의 선두 질주를 이끄는 두 엔진은 김도영(20)과 최형우(40)다. 입단 3년차 3루수 김도영은 KBO리그 최연소 30-30클럽(한 시즌 30개 이상 홈런과 도루) 가입을 눈앞에 뒀을 정도로 압도적이다. 7월 23일에는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국내 두 번째 내추럴 사이클링 히트(한 경기에 단타-2루타-3루타-홈런을 차례대로 치는 것)를 기록했다.

4번 지명타자로 나서는 최형우는 ‘해결사’이자 ‘기록의 사나이’다. 그는 찬스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타점 머신’이다. KBO리그 통산 타점 1위(1634개), 최다 2루타(511개), 최다 루타(4146루타) 기록이 그의 것이다. ‘현역 최고령’ 기록도 계속 쓰고 있다. 7월 6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에서 최고령 미스터 올스타에 오른 그는 사흘 뒤 LG 트윈스를 상대로 국내 선수 최고령 만루홈런(40세 6개월 23일)을 터뜨렸다.

‘국내 선수층은 우리가 최고’ 믿음 있어
KIA 홈경기에 맞춰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최형우 선수를 만났다. 그는 “날씨도 덥고 시즌이 막판으로 가면서 힘든 시기지만 워낙 팀 분위기가 좋아서 힘든 줄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는 “동생들이 계속 이기는 경기를 하면서 각자 능력이 한 단계씩 올라서는 경험을 하고 있다.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분위기와 흡사하다”고 덧붙였다.

Q : 이 정도로 잘 나갈 거라고 예상했나.
A : “개막 전부터 ‘국내 선수층은 우리가 최고’라는 믿음이 있었다. 문제는 용병(외국인선수)이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는 것 같다. 2위 팀과 붙으면 유독 승률이 높은데, 처음에는 크게 의식을 안 했다. 우연찮게 계속 2위 팀과 매치업이 되면서 ‘어차피 계속 이겨 왔으니까 또 해보자’는 의식이 선수단에 자리 잡게 된 것 같다.”

Q : 초보인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이 돋보인다.
A : “범호 감독님의 제일 큰 장점은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는 거다. 경기 중에 선수들 어깨 주물러 주고 엉덩이도 툭툭 쳐 주고 장난과 농담도 주고받는다. 실수해도 그 자리에서 레이저 쏘는 스타일이 아니다. 선수들이 감독 눈치를 보지 않고 스스로 운동을 하니까 팀이 더 좋아진다. 나도 은퇴 후에 범호 감독님 같은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전주동중-전주고를 나온 최형우는 2002년 삼성 라이온즈에 2차 6라운드(전체 48번) 지명됐다. 그해 6경기에 출전한 뒤 2군에서 뛰다 2005년 방출 당한다. 천만다행으로 경찰 야구단에 입단해 포수에서 외야수로 보직을 바꾸면서 타격 재능을 꽃피우게 된다.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한 그는 부동의 4번타자로 삼성의 4연속 한국시리즈 우승(2011~14년)을 이끌었고, 2016년 말 4년 총액 100억원을 받고 KIA로 옮긴 뒤 2017년 우승의 선봉장이 됐다.

Q :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은?
A : “그 질문이 제일 재미없다.(웃음)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먹고 자고 운동한다. 남들보다 늦게 본격적인 프로 생활을 했기에 하늘에서 좀 더 야구를 길게 할 시간을 주신 것 같다. 경험이 쌓이면서 투수의 볼 배합 등을 읽는 감각이 몸에 배었고, 타격 사이클이 떨어졌을 때 극복하는 경험도 쌓인 것 같다.”

Q : 올해 도입된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대한 생각은?
A : “타자 입장에서 솔직히 불만은 있다. 도저히 칠 수 없는 코스로 볼이 들어오거나 몸에 맞을까 봐 피했는데 스트라이크 콜이 나오면 어이가 없다. 하지만 팬들이 편안하게 야구를 즐길 수 있다면 우리도 받아들여야 한다. 타자들이 억울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시스템이 보완됐으면 좋겠다.”
자동 볼 판정, 팬들이 원하면 받아들여야

Q : 가장 애착이 가는 기록은?
A : “아무래도 최다 타점이 아닐까. 4번 타자를 맡으면서 찬스에서 무조건 내가 해결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들어선다. 그러다 보니 타점이 쌓였다. 물론 내 기록도 언젠가 깨질 거다. 최정(37·SSG) 선수가 최다 타점은 물론이고 내가 갖고 있는 타격 관련 모든 기록을 깰 것 같다.”

Q : 20년 후배인 김도영 선수는 어떤가.
A : “도영이는 무조건 미국(메이저리그) 가서 외화벌이 해야 한다.(웃음)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타이틀이나 기록에 욕심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부상당하면 본인도 팀에도 막대한 손실이다.”

Q : 한국시리즈는 갈 것 같은지.
A : “무조건 가야 한다.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면 상대는 LG가 될 확률이 가장 높다. LG와 KIA가 한국시리즈를 한 게 1997년이 마지막이다. 27년 만에 이 매치업이 성사된다면 야구팬들이 좋아하실 것 같다.”
올 시즌 타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최형우는 ‘최고령 타점왕’에도 도전장을 냈다. 그는 “타점왕에 오르면 좋겠지만 솔직히 큰 기대는 안 한다. 대신 올 시즌 100타점-20홈런은 기록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새 기록을 쌓아가는 최형우다.

광주=정영재 기자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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