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 차 ‘신궁 남매’ 金 쐈다...김우진·임시현 둘 다 2관왕
두 명궁(名弓)이 대한민국에 또 하나의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11살 차이의 한국 양궁 대들보 김우진(32·청주시청)과 떠오르는 신성 임시현(21·한국체대)의 합작품이었다.
김우진-임시현 조는 2일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혼성 단체 결승에서 독일을 6대0으로 꺾었다. 이날 결승 중엔 전에 없던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독일이 12발 중 10점을 2개 밖에 쏘지 못했지만, 한국은 10점을 5개를 쏘는 등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면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우진은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2003년 처음으로 활을 잡았다. 취미로 시작했지만 소질이 있어 선수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7년 뒤 고등학생 때 출전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싱글라운드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고, 개인과 남자 단체에서 2관왕에 올랐다. 그 뒤 김우진은 한국 양궁의 대들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남자 단체 3연속 금메달을 이끌었다. 올림픽 양궁에서 3개 대회 연속으로 시상대 맨 위에 오른 선수는 전세계에서 김우진이 유일하다.
김우진이 양궁을 시작했던 2003년, 임시현이 태어났다. 그 뒤 임시현은 김우진이 걸었던 길을 비슷하게 걸어오고 있다. 임시현은 만 19세였던 지난해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선배들을 제치고 전체 1위를 차지하면서 단숨에 ‘에이스’ 자리를 꿰찼다.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개인, 여자 단체와 함께 직전 대회에서 생긴 혼성까지 3관왕에 올랐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여자 랭킹라운드 세계신기록을 세우고 여자 단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1살 차이의 두 명궁이 파리에서 의기투합했다. 남녀부 랭킹라운드 1위에 오르면서 혼성 단체에 함께 출전하게 된 것. 둘은 남녀팀에서 가장 책임감이 막중한 마지막 사수 자리를 나란히 맡기도 했다. 김우진은 시합 전 “나이 많은 사람이 어린 선수에게 맞춰야 하지 않겠느냐. 제가 임시현 선수의 말을 잘 듣고 잘해보도록 하겠다”면서 웃어 보이기도 했다. 시합 뒤 정말 그랬는지 묻는 질문에 임시현은 웃으면서 “제가 오히려 말을 잘 들었다”라고 했다. 그러자 김우진은 “말을 잘 들었어야 했는데 말을 듣게 하게 됐다”고 받아친 뒤 웃었다. 둘의 호흡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23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혼성 단체에서 금메달을 합작한 경험이 있었다.
자신감에 비해 출발은 불안했다. 대만과의 16강전에서 세트 승점 4-4로 동률을 이룬 끝에 슛오프에서 20-19로 간신히 5대4 승리를 가져왔다. 조금이라도 삐끗했으면 그대로 탈락할 수 있었다. 간담이 서늘했던 ‘예방 주사’를 맞은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8강전에선 김우진이 마지막 4개 화살을 전부 10점 과녁에 꽂아 넣으면서 이탈리아를 6대2로 꺾었다.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히는 인도를 상대로도 6대2로 이겼고, 결승에서도 수월하게 승리를 거뒀다.
금메달 2개를 거머쥔 둘은 개인전에서 3관왕에 도전한다. 각종 국제대회에서 숱한 금메달을 따낸 김우진이지만 올림픽에서는 개인전 금메달이 없다. 올림픽 첫 출전인 임시현도 물론 없다. 임시현은 3일 오후 5시 9분, 김우진은 4일 오후 5시 9분에 각각 개인전 16강에 출격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속보] 새 대법관 후보 4명 “마용주·심담·조한창·홍동기”
- SK플라즈마, 인니 혈액제 공장에 인도네시아 국부펀드 유치 완료
- ‘K뷰티’ 훈풍 속 CJ올리브영, 3분기 매출 1조2300억원... 5분기 연속 1조원대
- 롯데면세점, 매출 전년比 8% 올랐지만 영업 손실 기록
- 野 "특별감찰관, 근본 대책 아냐" 한동훈 "文정부 5년간 왜 임명 안했나"
- ‘레드 스위프’ 감세 속도전...美 경제 부흥이냐, 빚더미냐
- 美·中 고래 싸움 격화 예고...韓,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 유재석 울린 ‘박달초 합창단’, 유퀴즈 상금 100만원 기부
- 故 송재림 14일 발인… ‘해품달’ 정일우 “형, 우리 다시 만나”
- [WEEKLY BIZ LETTER] ‘마케팅 천재’ 스위프트, 대중 보복심리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