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피로감에 美경제 한계왔나 …"7월에 금리 내렸어야"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4. 8. 2. 23: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제조업·고용 악화 충격
"역사적 침체기 돌아보면
실업률 더디게 올라가도
빠른 속도로 불황 찾아와"
전문가들 경고 쏟아내
연준 금리인하 속도낼듯
9월 빅스텝 인하론 급부상

◆ 경기침체 엄습 ◆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역전된 지 벌써 2년이다. 고금리 피로감에 경제 주체들이 나가떨어질 때가 됐다. 파월이 한발 늦었다."

'9월 금리 인하설'에 환호하던 글로벌 경제가 하루 만에 싸늘하게 식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한 다음날 경기 바로미터인 고용과 제조업 지표들이 일제히 '불황'을 가리키면서다. 고금리 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한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질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됐고, 연준이 통화정책 전환(피벗) 시기를 한발 놓쳤으며 7월에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1일(현지시간)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식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이날 발표된 7월 제조업 지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모두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서다. 여기에 2일 발표된 고용보고서와 빅테크 실적 발표 시즌에 터져나온 인공지능(AI) 과잉 투자론도 하락폭을 키웠다.

짧게는 몇 달, 길게는 1년 이상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계속 나왔는데도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장기간 고수하면서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연준이 경기 침체를 감수하면서 통화정책을 너무 오래 긴축적으로 유지했다고 비판한다고 로이터통신이 2일 전했다.

앞서 고금리 유지를 강조해온 대표적 '매파' 인사인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조차 지난달 24일 블룸버그에 쓴 기고문에서 "장기간의 고금리로 저성장과 고용 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9월 조정은 너무 늦다"며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준은 7월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동시장이 꾸준히 활력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7월 미국 비농업 일자리 증가폭은 11만4000명으로 전달에 비해 36% 이상 줄었다. 반면 같은 달 실업률은 4.3%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연말까지 4.5%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엘리사벳 코펠먼 미국 시퍼드코퍼레이션 이코노미스트는 "역사적 경험으로 볼 때 노동시장의 턴어라운드는 빠르고 잔인하게 일어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완만한 실업률 증가가 미국의 경기 침체를 촉발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사실 미국 경제 침체 신호는 2분기부터 계속 나왔지만 증시는 7월까지 사상 최고를 경신해왔다. 금융시장은 연준의 연내 금리 인하 횟수를 놓고 연준 위원들과 줄다리기를 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 고용시장 냉각 신호에 대해 '악재가 곧 호재(Bad is good)'로 해석해왔다.

그러나 7월에도 금리가 동결된 상황에서 제조업 불황과 고용 감소폭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나자 시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9월 금리 인하 언급을 '침체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국 투자 플랫폼인 AJ벨의 러스 몰드 투자담당 이사는 "예상보다 더 큰 실업수당 청구와 제조업 위축에 따라 미국 경제가 충격을 받았다. 이에 따라 금리 인하는 시장에 좋은 뉴스가 아니라 경기 침체를 피하기 위한 조치를 뜻하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은 9월 기준금리 인하폭을 빅스텝(0.5%포인트)으로 키우거나 인하 횟수를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오스카 무뇨스 TD증권 전략가는 "노동시장 둔화로 인해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며 "9월과 12월에 더해 11월에도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금융시장은 2일 9월과 11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이는 연준이 9월 빅스텝에 나설 가능성을 31%로 제시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물론 미국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단 고용이 고꾸라지지 않는다는 조건에서다. 아트 호건 라일리자산운용 최고시장전략가는 "실업률이 4.1% 이하로 유지되고 꾸준히 고용 건수가 유지된다면 시장의 차익실현 매도세가 다시 뒤집힐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 윤원섭 특파원 / 서울 김제관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