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송인호]연금개혁 허송해 하루 1400억씩 미래세대 부담 쌓을 텐가
지금은 미래세대에 노인부양비 부담 가중
자녀 위해 무얼 할지 책임 있는 선택할 때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불과 50여 년 전만 해도 국제 원조에 의존하던 최빈국이었던 우리나라가 이제는 원조를 제공하는 공여국으로 탈바꿈했다는 사실은 세계에서 유일하다. 자랑스럽다. 최근 세계은행(WB)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중진국의 함정에서 벗어난 성장의 슈퍼스타 국가로 모든 중진국 정책 입안자들이 반드시 한국을 모범적 국가의 벤치마크로 소개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루커스의 말처럼, 한국이 25년 만에 이룩한 성과는 오늘날의 중진국들이 50년에 걸쳐 달성해도 기적으로 여겨질 정도다. 한국의 경제 성장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획기적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한국의 경제 성장의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그 중심에는 부모 세대의 희생정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들은 자녀 교육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희생할 준비가 돼 있었다. 이러한 가치관은 단순한 개인적 차원을 넘어 국가 발전의 가치관이 되면서 성장동력으로 작용했다. 물론 한국의 발전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지만, 교육에 대한 투자와 미래 세대를 위한 희생정신이 사회의 가치관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편, K컬처의 세계적 열풍은 한국의 문화적 영향력을 보여주는 또 다른 주요 지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K컬처 관련 음향 및 영상 서비스 수지가 12억3500만 달러(약 1조7000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성과를 넘어 우리 문화의 글로벌 파급력을 입증한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한국은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특히 최근 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 10연패와 남자 양궁 단체전 3연패 같은 놀라운 기록은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고취시키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성과의 중심에는 우리의 청년들이 있다. 그들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주역으로,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보여주고 있다. 자랑스럽다.
그러나 이러한 눈부신 성과의 이면에는 심각한 미래의 도전이 자리 잡고 있다. 늦어지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이 그것이다. KDI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개혁이 1년 지체될 때마다 다음 세대가 부담해야 할 재정 부족분이 연평균 52조 원씩 증가한다. 이는 매일 약 1425억 원씩 미래 세대의 부담이 쌓이고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개혁이 1998년 이후 26년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심각성을 말해준다.
한편, 미래 세대의 부담은 노인부양비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분석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노인부양비는 20∼64세 인구 3.6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율은 2050년에 노인 1명을 단 1.3명이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미래 세대가 막대한 경제적, 사회적 부담을 가지게 되는 지표다.
출산율 지표는 더욱 심각하다. 향후 미래 세대가 경제적 부담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지표인 한국의 출산율은 2022년 0.78명에서 2023년엔 0.72명으로 떨어져 세계 최저 수준이다. 특히 서울의 출산율은 0.55명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레고리 맨큐 교수의 2008년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우리는 정부가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묻는 것을 멈춰야 한다. 대신에 우리는 자녀들과 손주들을 위해 무엇을 함께할 수 있는지에 집중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메시지는 15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 더욱 절실히 필요한 울림이다.
우리는 지금 중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현재의 편안함에 안주해 당면한 불편한 문제들을 미룰 것인가, 아니면 지금 어렵더라도 필요한 변화를 바로 시작해 미래 세대에 부담이 덜한 나은 환경을 물려줄 것인가. 이는 단순한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가치관과 우선순위에 대한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한 사안이다. 우리 부모 세대가 오늘의 번영을 위해 기꺼이 희생했듯이, 이제는 우리가 미래 세대를 위해 책임 있는 선택을 할 때이다. 단기적인 어려움을 감수하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부가 오늘 우리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는 것을 중단하고 오히려 미래 우리 자녀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물어보아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미래 세대에 ‘이기적인 세대’라는 오명을 남길 수 있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 세대에 희망과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송인호 객원논설위원·KDI 경제정보센터 소장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진숙 탄핵에 대통령실 “오물 탄핵”…민주당 “尹 정권 행태가 오물” 극한 대결
- [속보]양궁 혼성도 금 사냥 간다…임시현·김우진 결승 진출
- [속보]‘쯔양 갈취 혐의’ 카라큘라 구속…“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
- 野 ‘이재명표’ 25만원 지원법 강행 처리…또 거부권 충돌하나
- 이재명·조국, 2시간 ‘번개 회동’…“특검법·거부권 정국 논의”
- 통한의 0점…김예지, 치명적 실수로 권총 25m 결선행 무산
- 법원, ‘티메프’ 자율구조조정 승인…채권단 구성-자금난 걸림돌
- 아침에 일어났을 때 관절이 뻣뻣하게 굳어 있다
- ‘세계 1위’ 男유도 100kg+ 김민종, 허벅다리걸기 절반으로 4강행[올림픽]
- 임현택 의협 회장, 자생한방병원에 명예훼손 고소 당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