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주사맞는 것보다 콧속에 넣으면 효과 좋다?
우리들 코 속에는 바이러스 및 박테리아 감염을 방어하기 위한 수명이 긴 자체 면역세포 군단이 주둔하고 있으며 적을 잘 기억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자체 훈련소도 운영하고 있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자체 학술지에 발표된 미국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연구는 폐를 보호하기 위한 첫 번째 방어선으로서 상기도를 구성하는 면역세포들에 대한 현재까지의 가장 상세한 조사다. 그 결과, 비강과 부비동, 입, 목구멍으로 구성되는 상기도는 외부에서 침입하는 병원체를 '기억'하는 면역세포들의 핵심 훈련소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기억을 통해 면역세포는 향후 유사한 미생물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코나 목을 통해 투약 되는 점막 백신(mucosal vaccine)이 근육에 주사하는 일반 백신보다 더 효과적인 이유를 설명해주는 동시에 그 개발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면역학자들은 설명했다. 논문을 검토한 호주 멜버른대의 린다 와킴 교수(면역학)는 이번 연구가 면역 반응이 약한 젊은 성인과 노인의 경우에도 그들의 상기도에 "호흡기 감염과 싸울 수 있는 면역세포의 무기고"를 갖추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미국 라호야 면역학 연구소의 시드니 라미레스 연구원은 면역체계에 대한 이전의 연구는 주로 혈액과 기도의 면역세포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이는 혈액 체취와 조직검사 등을 통해 상대적으로 접근하기가 용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 발생하면서 상기도에서 높은 효율로 증식하는 바이러스 변이가 등장했다. 연구진은 상기도의 면역세포가 병원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면역 기억력을 발달시키는지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비인두 면봉에 주목했다.
비인두 면봉은 코로나19 검사를 할 때 코 뒤쪽까지 깊숙이 찔러 넣는 면봉을 말한다. 비강과 인두를 연결해주는 통로인 비인두까지 도달할 수 있다.
연구진은 1년 이상 매달 약 30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면봉 채취를 실시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면역 세포 집단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면봉을 통해 채취한 샘플에서 면역 기억을 제공하는 세포를 포함하여 수백만 개의 면역 세포가 발견됐다.
연구진은 또한 코 뒤쪽에 숨어 있는 아데노이드라고 하는 손이 닿기 어려운 면역기관의 조직 샘플을 비인두면봉을 통해 채취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데노이드는 코의 뒤쪽에 있는 비인두의 상벽과 후벽에 위치한 삼각형 모양의 림프 조직을 말한다.
아데노이드는 흡입한 공기를 분석한다. 또 배중심(germinal center)이라는 구조를 갖고 있다. 다른 면역 조직에서도 발견되는 배중심은 외부에서 침입한 항원과 결합하는 항체를 만드는 B세포가 효과적으로 항체를 형성하도록 가르치는 훈련소 역할을 한다.
아데노이드는 성인이 되면 줄어든다. 하지만 연구진은 모든 연령대의 연구 참여자의 아데노이드에서 활성 배중심을 발견했다. 이는 "20세 이상의 우리 모두에게 안심할 수 있는 결과"라고 라미레스 연구원은 밝혔다.
연구진은 또한 우연히 이러한 배중심의 효과에 대한 증거를 발견했다. 연구 기간 동안 몇몇 참가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연구진은 이들의 비강에 SARS-CoV-2를 표적으로 삼은 B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배중심은 일반적으로 급성 감염이나 백신 접종 직후에만 활성화된다. 하지만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아프다고 보고하지 않았을 때에도 활성화된 배중심을 발견했다. 논문을 검토한 미국 컬럼비아대의 도나 파버 교수(면역학)은 이 새로운 면봉 기법으로 무엇이 배중심을 활성화시키는지 또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이 이러한 면역 반응을 어떻게 형성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또 이러한 발견은 특히 비강내 백신 후보를 테스트하기 위해 백신 접종 후 면역 반응의 변화를 측정하는 정량적 방법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만일 면역 체계가 상기도에서 지속적으로 활성화 될 경우 기존 항체가 비강 내 백신의 보호 효과를 차단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해당 논문은 다음 링크(https://www.nature.com/articles/s41586-024-07748-8)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건필 기자 (hanguru@kormedi.com)
Copyright © 코메디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성생활도 만족?"...AI 남자친구가 청혼, 곧 결혼하는 38세女, 무슨 사연? - 코메디닷컴
- 솔비, 3개월 만에 15kg뺐다더니... '이 채소' 많이 먹었다? - 코메디닷컴
- "사격연습하다 총알이"...만삭 아내 뱃속 뚫고 아기 몸에 박혀, 무슨 일? - 코메디닷컴
- "주 1회 하는게 좋다고?" 성생활 안하는 女....5년 내 사망 위험 70% 높다 - 코메디닷컴
- "이런 말 TMI?"...사람들 앞에서 꺼내지 말아야 할 이야기 7 - 코메디닷컴
- '이 암세포' 99% 녹여준다고?...흔한 입속 세균 의외의 효과 보니 - 코메디닷컴
- 박성웅, 다리 '이 부분' 끊어져 절뚝....치료 어렵다는데, 무슨 일? - 코메디닷컴
- "증상 없어 더 위험" '이 바이러스' 있으면...간암 100배 높아진다고? - 코메디닷컴
- “저녁 보다 살 더 빠져”…아침 운동 시작하는 7가지 방법 - 코메디닷컴
- "생리양 많고 피로감 커"...6주 간격으로 2개 암 진단 받은 女, 무슨 일? - 코메디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