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최초 메달 먹었어”…‘발복싱’ 임애지, 금펀치를 부탁해
체육인 부모 둔 ‘운동 금수저’
너무 무서웠지만 전략 통해
한국 복싱 메달은 12년 만
결승서 남북대결 가능성도
◆ 2024 파리올림픽 ◆
전남 화순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육상을 했으나 진학한 중학교에 육상부가 없어서 그만뒀다. 중학교 2학년 때 취미로 시작한 복싱에 열정을 갖게 된 그는 곧 전국 대회 우승을 휩쓸며 유망주로 떠올랐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17년에는 첫 국제대회인 세계유스여자복싱선수권대회 60kg급에서 한국 여자 복싱 최초로 우승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왼손잡이 복서인 임애지의 특기는 풋워크(발놀림)다. 재빠른 스텝으로 상대가 원하는 거리를 주지 않으면서 치고 빠지는 아웃복싱을 한다. 김호상 한국 복싱 대표팀 감독이 “너는 스텝만 뛰면 세계 챔피언 먹는다”고 평할 정도다.
2일(한국시간) 새벽 진행된 2024 파리올림픽 54kg급 준준결승전(8강)에서도 임애지는 빠른 스텝을 곁들인 영리한 경기 운영을 선보였다. 상대인 마르셀라 아리아스 카스타네다(콜롬비아·34)가 거칠게 접근하는 인파이팅을 구사했지만 한발 빠른 스텝으로 공격을 흘리며 카스타네다의 안면과 복부에 주먹을 적중시켰다. 답답해진 카스타네다가 주먹을 크게 휘두를 때마다 열린 가드 사이로 오른손 스트레이트 공격을 꽂았고, 원거리에서 안면에 잽을 날려 시선을 끈 뒤 복부에 어퍼컷 공격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승기를 잡은 2라운드에는 네 번 연속 머리에 연타를 적중시켰다.
동메달을 확정한 뒤 임애지는 오륜기 모양의 안경을 쓰고 “제가 우리나라 복싱 발전에 도움이 된 것 같아 정말 행복하다”며 웃었다. 저돌적으로 공격한 카스타네다에 대해 “사실은 너무 무서웠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상대가 원래 파워풀한 선수여서 전략을 많이 세웠다”며 “(성공적으로 상대 공격을 흘려보내) 엇박자가 나오는 게 정말 즐거웠다. 내 페이스대로 경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한국 복싱의 첫 메달리스트를 배출한 임지애의 부모는 모두 체육인이다. 어머니 이영애 씨는 마라톤에 빠져 국내외 대회에 참가하다가 2002년에 마라톤 대회 기획사인 ‘마라톤세상’을 세운 마라토너다. 마라톤세상은 너릿재 옛길 마라톤 대회 등 마라톤 대회들을 개최하고 있다. 아버지 또한 검도와 마라톤을 즐기는 생활체육인이다.
초등학생 때 임애지와 함께 육상을 한 여동생 임하진(경기도청)은 언니의 뒤를 이어 태극마크를 노리는 크로스컨트리 선수다. 8월 5일 열리는 제28회 회장배 전국롤러스키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는 임하진은 한국에서 언니를 응원하고 있다. 임하진은 “원래 너무 긴장돼서 언니 경기 영상을 잘 못 본다. 이번에 응원하면서도 너무 긴장됐다”며 “경기 마치고 나서 새벽에 영상을 다시 봤다. 연락해서 언니한테 다치지만 말고 잘하고 오라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어머니 이영애 씨는 큰딸 임애지가 복싱 선수의 길을 걷겠다고 했을 때 반대를 하기도 했다. 임애지는 엄마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화순 광덕지구의 집에서 어머니의 사무실까지 매일 5km를 뛰면서 열정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애지는 “오히려 안 된다고 하니까 더 하고 싶어졌다”며 “내가 잘하는 일을 잘하게 되고 이게 직업이 되면서 ‘복싱을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임애지는 첫 올림픽이던 2020 도쿄올림픽과 지난해 진행된 항저우아시안게임 1회전에서 탈락하는 아픔을 맛봤다. 그는 “도쿄 때는 대학생, 항저우 때는 (실업팀에 들어가서) 직장인이었다. 직장인이라고 생각하며 버텼다”고 말해 기자들을 웃게 했다. 이어 “(8강 경기를 앞두고) 선생님들이 한 번만 이기면 메달이라고 하셨을 때 저는 ‘(금메달 따게) 세 번 이길 거예요’라고 말했다”며 “지금도 결승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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