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열의 알쓸호이]“21세기에 일본도라니” 호모 파베르에게 흉기의 기준은?
“아니, 시대가 어느 시댄데, 더구나 한국에서 일본도가 왜 나와요?”
최근 서울에서 일본도로 한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 발생했다. 잔혹한 방법에다가 그 도구가 일반적으로 접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이유 때문에 뉴스는 조사 내용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다뤘다. 아니나 다를까 필자의 무술 도관에서도 몇몇 수련생들이 저렇게 의문을 표시했다.
비슷한 일이 필자의 기자 시절에도 있었다. 경기도 모처에서 동남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들로 구성된 갱단끼리의 집단 싸움이 벌어졌는데, 이들은 ‘정글도’를 무기로 사용했었다. 당시 ‘밀림에서 수풀을 헤칠 때 사용하는 정글도를 대체 한국에서 어떻게 구했는가’라는 질문들이 많았는데, 사실 평소 캠핑을 즐기던 필자는 이 질문에 쉽게 답할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캠핑 도구로 검색하면 쏟아지는데?”
원하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고, 오히려 그 정보들이 너무 넘쳐나 문제인 시대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관심사가 아니라면 정말 관련 정보에 대해 무지하다. 이번에도 뉴스 등에서 언급했지만, 날길이가 15cm가 넘는 도검류를 보유하기 위해서는 ‘도검소지허가증’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에 사용된 일본도는 물론이고, 군용 나이프 등도 이에 해당한다. 하지만, 나이프의 경우 15cm 제한에 아슬아슬하게 모자라 허가증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제품들이 얼마든지 있고, 실제로 ‘마체테’라고 불리며 전쟁에서 살상무기로 사용된 ‘정글도’ 역시 날길이만 20cm가 훌쩍 넘어도 ’도검’이 아닌 ‘공구’로 분류되어 허가증이 필요없다.
일본도의 경우도 ‘장인이 만들었다’는 등의 이유로 비싼 가격이 문제가 되면 됐지, 구입 당시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큰 결격사유가 없었다면 허가증을 받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최근엔 이런 사건도 있었다. 아파트 주차장에 쇠구슬이 날아와 차량 몇 대가 부서지는 일이 생긴 것이다. 마치 헐리웃 액션 영화의 총에 맞은 자동차처럼 차량 앞유리에 구멍이 뚫렸고 문 등에 움푹 들어간 자국들이 잔뜩 생겼다. 그 위력으로 보건데, 만약 사람을 노리고 쇠구슬이 날아왔다면 최소 중상 이상의 피해가 났을 사건이었다.
이런 쇠구슬을 날리는 도구도 쉽게 구할 수 있다. 흔히들 ‘새총’이라고 부르는, 지금 4~50대는 어린 시절 많이 가지고 놀았을 그 장난감에 쇠구슬을 사용하면 저런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구하기는 쉬울까? 당연히 쉽게 구입할 수 있고, 워낙 원리가 간단한 만큼 직접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호모 파베르’라는 말이 있다. ‘도구의 인간’이라는 의미로, 인간의 본질을 파악함에 있어 도구를 만들고 사용한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는 인간관이다. 그리고 그 도구의 시작은 뭔가 단단한 것을 부수고, 질긴 것을 찢고, 큰 것을 자르는 것이었으며, 이는 곧 인간을 위협할만큼 강하고 빠른 짐승을 제압하는 수단으로 발전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래서 도구는 아무 잘못이 없고, 그 도구를 인간을 향해 사용하는 인간이 문제”라는 것이 아니다. 이런 사건이 나올 때마다 해당 도구의 구입을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규제한다고 완벽하게 막을 수도 없을 뿐더러 ‘사람을 해할 수 있는 도구의 구입을 모두 규제한다’라고 하면 당장 부엌의 식칼부터 매일 타고 다니는 자동차까지 그 범위가 너무 넓다. 인간은 도구 없이 살 수 없고, 끊임없이 새로운 도구가 만들어질 것이며, 그 어떤 도구로도 사람을 해하는 것은 가능하다. 규제에 무게를 두고 해결책을 찾으려 하면 시간 낭비, 예산 낭비, 탁상공론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양궁 최강국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파리 올림픽에서도 양궁은 금메달을 쓸어담고 있다. 국민은 이에 환호한다. 아마, 올림픽 이후에 레포츠로써 활쏘기를 도전하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년 전 컴파운드 보우를 이용한 상해 사건이 이어지자 법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던 사실은 이제 대부분의 사람들 기억 속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판매’나 ‘보관’에 대한 규제를 언급하는 것보다 개개인이 제대로 대응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더 필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위험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자리에서 신속히 벗어나고, 여유가 있다면 주변에 알리고 경찰에 신고를 빨리 한다.
만에 하나라도 제때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에 실패할 경우, 자신의 퇴로를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호신술을 ‘확실하게’ 몸에 장착시켜 놓아야 한다. 필자가 2년 가까운 시간동안 이 칼럼을 통해 계속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다.
노경열 JKD KOREA 정무절권도 대한민국 협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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