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폰 싸게 샀더니 휴지조각”…뿔난 소비자들 등 돌린다

김효혜 기자(doubleh@mk.co.kr), 박창영 기자(hanyeahwest@mk.co.kr), 진영화 기자(cinema@mk.co.kr) 2024. 8. 2.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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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메프사태 도미노 쇼크
티몬 10% 할인쿠폰 풀자
맘카페서 재테크로 유행
사용·환불 막히자 발동동
이커머스 고객 신뢰 추락
11번가·쓱닷컴도 이용 뚝
티몬·위메프 사태가 불거진 뒤 해피머니 상품권 사용이 불가능해지자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 앞에서 해피머니 상품권 구매 시민들이 환불 및 구제 대책을 촉구하는 ‘우산 집회’를 하고 있다. 2024.8.2 [사진 = 연합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태가 국내 온라인 쇼핑 산업의 신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있다. 양사 뿐만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 전반적으로 방문자가 크게 감소했다. 티메프를 통해 영업활동을 펼친 모바일 쿠폰·상품권 업체도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모양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티몬은 미국 위시 인수를 위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해 모바일 쿠폰과 상품권 업체를 적극 활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업체들을 통해 단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할인쿠폰을 남발하며 미정산 문제를 더욱 키운 것이다. 당장 소비자가 몰려 거래액(GMV)은 커졌지만, 향후 갚아야 할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티몬에서는 이들 업체가 발행하는 모바일 쿠폰과 상품권에 5~10% 수준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다만, 쿠폰 발행 업체에는 정가로 정산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모바일 쿠폰 업체는 쿠폰 정액 대비 2~3% 수준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상품권에 3% 이상의 할인율을 적용하는 건 수익 구조상 어렵다”며 “특히 10% 할인율을 적용하는 건 사실상 망하겠다는 선언과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파격 할인율의 쿠폰이 다량 풀리면서 맘카페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구매한 뒤 차익을 얻는 ‘상테크’가 유행했고, 쿠폰 거래가 삽시간에 불어났다. 그러나 티몬이 자금 문제를 겪으며 국내 모바일 쿠폰 업계는 도합 1000억원 수준의 정산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번 사태 이후 무용지물이 된 해피머니 상품권의 발행사 해피머니아이앤씨의 대표 류승선 씨에 대한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달 말부터 류승선 대표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 고소장이 계속해서 접수되고 있다”며 “예비 예치금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고 무리하게 상품권을 발행했는지 등을 들여다 볼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티몬·위메프 모회사 큐텐그룹이 발행한 가상자산 ‘큐코인’에서도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큐텐그룹은 지난해부터 큐코인을 최대 10% 가량 할인 판매하면서 자금 활용 수단으로 활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최근 셀러들이 티몬 위메프에 이어 큐텐에서도 대거 철수하면서 큐코인의 사용과 환불이 어려워졌고 코인을 구매한 소비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이번 사태로 국내 이커머스를 향한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실제 지난달 티몬 위메프뿐 아니라 여타 전자 상거래 업체의 방문자까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다. 2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지난달 23~29일까지 일주일간 11번가 일평균 이용자는 99만명이었다. 이는 첫째주(7/2~7/8)의 121만명 대비 20% 상당 줄어든 수치다. 이밖의 이커머스도 티메프 사태에 따른 반사 이익을 보지 못하고 대부분 감소하는 추세를 보였다. 고객이 티몬 위메프 방문을 줄였을 뿐 아니라 이커머스 이용 자체를 자제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업체 위주로 소비자와 셀러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현금이 부족하면 셀러에게 정산해주기도 어렵고, 소비자에게 상품을 정상적으로 인도하기도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대다수 국내 전자상거래 업체는 적자를 기록하며 결손금 규모를 키웠다. 결손금은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서 생긴 손실의 금액이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의 경우 2015년 법인 설립 이후 2022년까지 7년 연속 적자가 이어진 탓에 쌓여있는 결손금이 2042억원이나 된다. 여성 패션앱 브랜디, 남성 패션앱 하이버를 각각 운영 중인 뉴넥스도 지난해 말 기준 미처리 결손금이 1921억원이다. 4050 패션 플랫폼 퀸잇을 운영하는 라포랩스는 지난해 말 기준 누적 결손금이 502억원, 리셀 플랫폼 크림을 운영하는 네이버 손자회사 크림도 같은 기준 누적 결손금이 3413억원에 달한다.

명품 플랫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머스트잇, 트렌비, 발란 3개 업체는 각각 236억원, 654억원, 785억원의 대규모 미처리 결손금이 남아 있다. 대다수 명품 플랫폼은 자본잠식 상태이기도 하다.

SK스퀘어 자회사 11번가는 약 700억원의 결손금이 있는 데다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이 700억원대라 불안정하다는 평가다. 지난해엔 1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컬리도 최근 흑자로 돌아선 모양새지만 누적 결손금이 2조원 이상으로 크다.

이에 각 플랫폼들은 셀러들의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관련 공문을 보내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발란은 지난달 31일 셀러들에게 대표이사 명의의 공문을 보내 “정산금을 별도계좌로 투명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알렸고, 머스트잇은 1일 보도자료를 내고 “충분한 유동자금을 확보해 안정적인 정산 지급 체계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11번가는 일주일 안팎의 짧은 정산 주기를 강점으로 내세워 셀러와 소비자를 안심시키고 있다. 티몬 위메프의 경우 70일에 가까운 긴 정산 주기 때문에 미정산 문제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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