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韓감정 싹텄던 태국 외교장관, 서울 찾아 “원활한 방문 지원해 달라”

김진명 기자 2024. 8. 2.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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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릿 싸응이얌퐁(Maris Sangiampongsa) 태국 외교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열린 한-태국 외교장관 회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관광객들의 한국 입국 불허 문제로 반한(反韓) 감정까지 싹텄던 태국 외교장관이 2일 조태열 외교부 장관을 만나 태국인 관광객들의 원활한 한국 방문을 당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1~2일 1박2일 일정으로 공식 방한한 마릿 싸응이얌퐁 태국 외교장관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조 장관과 한·태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졌다. 회담에서 마릿 장관은 활발한 양국간 인적 교류가 우호협력 관계의 근간이라고 강조하면서, 태국인들의 한국 방문이 보다 원활하고 편리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한국과 태국 간에는 비자(사증) 면제 협정이 체결돼 있어 상대국에 90일까지 무비자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태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늘면서 지난해 태국에서는 이에 대한 불만이 제기됐다. 태국의 20·30대들이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한국 입국을 거부당한 경험을 담은 글을 올리거나 이를 공유하면서 ‘한국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움직임까지 갔다.

정부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 기준 불법 체류 외국인 41만1270명 가운데 태국인이 14만7481명(35.9%)으로 가장 많다는 점 등을 문제로 봤다. 그러나 외교부는 이 논란이 양국 관계에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태국은 1950년 6·25 전쟁 발발 후 미국에 이어 두 번째,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최초로 한국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던 나라다. 1950년 11월부터 1953년 7월까지 태국군 6326명이 6·25전쟁에 참전했다. 또 과거 20여년 간 태국은 수만 명의 탈북자를 수용해 한국행을 도왔다. 양국 간 경제 협력을 위한 경제동반자협정(Economic Partnership Agreement)도 협상 중이다.

이 때문에 이날 회담에서 조 장관은 인적교류 및 노동협력 확대를 위한 우리 정부의 노력을 설명하고, “보다 발전적 방향으로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양국이 함께 노력해 나가자”고 말했다. 두 장관은 한-태국간 문화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문화공동위원회의 조기 출범을 위해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또 양국 콘텐츠진흥기관간 협력 강화와 태국내 한국어 교육 및 한국학 진흥을 위해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두 장관은 또 역내 평화‧안정‧번영에 기여하기 위해 양국간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고, 이를 위해 국장급 2+2 외교‧국방협의체를 신설하기로 합의했다. 조 장관은 한국이 수출한 T-50 및 호위함이 태국군의 핵심 전력으로 기여 중이라는 점을 언급하면서, 앞으로도 육해공 모든 분야에서 양국간 방산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양 장관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청정에너지, 디지털 전환, 스마트 인프라 등 미래 산업 분야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더 많은 한국 기업들이 태국에 진출할 수 있도록 양국 합작으로 한국형 스마트 산업단지 조성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조 장관은 올해 ‘한-아세안 대화관계수립 35주년’을 맞아 이달부터 태국이 한국과 아세안 간의 간사 역할인 ‘대화조정국' 역할을 맡게 된 것을 환영하면서, 한-아세안 관계 격상을 위해 태국측의 적극적인 역할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마릿 장관은 한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한-아세안 연대구상(KASI)을 적극 지지한다고 하면서, 대화조정국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양 장관은 주요 지역·국제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조 장관은 북한이 대화를 거부하고 탄도 미사일 발사뿐만 아니라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 등 복합 도발을 자행하고, 러시아와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는 불법적 군사협력을 강화하여 한반도와 역내 평화·안정을 위협하고 있는데 우려를 표명했다.

한편, 이번 방한 계기에 마릿 장관은 태국 외교부가 국왕의 72번째 생일(7.28.)을 맞아 발간한 불교경전 특별판을 우리 측에 전달하였다. 태국 측은 이 경전을 36개의 우호국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하면서, 첫 전달 대상국으로 한국을 선정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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