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 후 자폭”…하니예 피살로 다시 보는 ‘이란 핵과학자’ AI 암살 사건

파리/정철환 특파원 2024. 8. 2.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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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첨단 AI 기관총으로 암살”
원격으로 15발 중 13발 적중
이란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가 2020년 11월 암살될 당시 몰았던 승용차. 파크리자데 암살엔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도로변에 배치한 AI 로봇 기관총이 쓰였다. 이 기관총은 증거를 없애려는 듯 암살 직후 자폭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과 10개월째 전쟁 중인 가자 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의 최고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AI(인공지능)를 탑재한 첨단 폭탄에 의해 암살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2020년 11월 이스라엘에 의한 이란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 암살 사건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스라엘이 적국 요인 암살에 AI 무기를 동원한 첫 사례이자, 유일한 사례기 때문이다.

파크리자데는 당시 이란 수도 테헤란 인근 압사르의 시골 도로에서 승용차를 몰고 가다 인근에 주차된 픽업트럭에서 쏟아진 집중 사격으로 사망했다. 유턴을 하려 잠시 멈춘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이 트럭엔 이스라엘이 개발한 첨단 AI 로봇 기관총이 숨겨져 있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은 2021년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가 파크리자데의 차가 이 길을 종종 지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사건 발생 수일 전 이곳에 (로봇 기관총을 숨긴) 트럭을 갖다 놓았다”고 보도했다.

이 로봇 기관총엔 카메라로 사람의 얼굴을 인식해 누구인지 알아내고, 이것이 미리 지정된 ‘목표물’과 일치하면 1000㎞ 이상 떨어진 원격조종자에게 알리는 기능이 있었다. 인간이 원격으로 ‘공격 허가’를 하면 목표물을 자동으로 조준하고 방아쇠까지 당겼다. 암살 당일 파크리자데가 가족과 함께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트럭 앞에 나타나자 로봇 기관총은 ‘목표물이 나타났다’고 조종자에게 알렸고 허가가 내려지자마자 로봇 총은 사격을 개시했다.

첫 두세 발을 맞은 파크리자데가 차에서 내려 몸을 숨기려 했으나 AI는 그의 움직임을 따라 재조준해가며 계속 쐈다. 이란 혁명수비대에 따르면 이날 발사된 총 열다섯 발의 총알 중 열세 발이 그에게 적중했다. 바로 옆자리에 앉아 있었던 파크리자데의 아내는 단 한 발도 맞지 않을 만큼 정확도가 뛰어났다. 파크리자데가 쓰러진 것이 확인되자 트럭은 자폭함으로써 증거를 없앴다.

아야톨라 에브라힘 라이시(가운데 가운 입은 사람) 당시 이란 사법부 수장이 2020년 11월 28일 전날 테러로 사망한 이란 핵과학자 모흐센 파크리자데의 시신이 놓인 수도 테헤란의 임시 안치소를 찾아 애도를 표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AI가 자동으로 표적을 판별하고 타격까지 하는 AI 무기의 개발은 지속적인 논란을 일으켜 왔다. 세계적 천체물리학자 고(故) 스티븐 호킹과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 애플 공동 창업자 스티브 워즈니악 등 세계적 석학과 테크계 인사 1000여 명은 2015년 특별 서한을 통해 “AI로 자동화된 무기 개발은 핵무기 개발과 같은 군비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불어 “인간이 아닌 AI가 인간에 대한 공격을 스스로 판단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소프트웨어의 오류로 인해 잘못된 공격을 수행, 무고한 이들을 죽거나 다치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기업가의 경고에도 AI 무기 개발과 관련한 국제적 규제는 수립되지 않았고, 주요국들은 AI 무기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은 무인 항공기(드론)가 자율적으로 목표를 탐지하고 공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러시아는 AI를 이용한 무인 전차, 중국은 자동 조준 및 사격 기능이 달린 무인 기관총 등을 개발했다. 프랑스·이스라엘은 AI를 이용해 미사일·드론 공격을 감지하고 자동으로 요격에 나서는 시스템을 개발해 이미 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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