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전체가 유독가스... 주차장 온도 1500도까지 올라”
전기차 화재가 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 아파트의 입주민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이 올린 글이 2일 온라인상에서 여럿 공유되고 있다. 글에는 혼란스러운 화재 현장과 급박했던 대피 과정이 그대로 담겼다.
이 글에 따르면, 화재 지점과 먼 곳까지 복도와 계단에 그을음이 가득 찼고, 숯검정으로 변한 주차장은 아예 출입이 불가능하다. 정전과 단수로 주민 상당수가 피난살이를 하고 있는 데다 아파트 화재보험으로는 보상이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입주민이라고 밝힌 A씨는 글에서 “당시 아파트 모든 동에 사이렌이 울렸고 모든 세대가 대피했다고 보면 된다. 소방관들이 집집마다 문을 치며 나오라고 소리쳤다”고 떠올렸다. A씨에 따르면 주민들은 현관을 나서자마자 유독가스와 연기에 직면했고 고립된 주민은 소방 사다리차를 이용해 대피했다. 일부 주민들은 집 밖으로 대피하지 못하고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정전으로 인해 아파트 계단과 공용공간의 전자식 창문이 작동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환기가 되지 않아 유독가스가 화재가 난 동뿐만 아니라 옆 동의 모든 세대에 퍼졌다고 한다. 다른 동의 주민들도 지하 1층부터 꼭대기까지 유독가스가 침투해 옷과 이불 등을 버려야 했다. 지하주차장과 연결된 배관이 녹아내리면서 단수까지 발생했다.
A씨가 올린 글에 따르면, 화재가 발생한 지하 1층 주차장 온도는 1500도까지 올랐다. 전문가에 따르면, 전기차는 배터리 화재 발생 시 열폭주 현상이 일어나 순식간에 열이 800~1000도까지 도달하며, 1000도 이상도 오를 수 있다.
피해 차량은 70여 대로 알려졌으나, 주차장 구조물의 붕괴 위험으로 상황 파악이 어려워 실제 피해 차량은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A씨는 주장했다. 화재 당시 온도가 100도까지 오른 지하 2층 주차장의 차량도 일부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이며, 특히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차량이나 법인 차량과 고급 차량의 피해도 상당하다고 A씨는 전했다. 실제 이날까지 집계된 피해 차량은 140여대로 늘었다.
다른 입주민인 네티즌 B씨에 따르면, B씨가 사는 곳은 화재가 발생한 곳과 가장 먼 동인데도 복도와 계단에 그을음이 가득 찼다고 한다. B씨는 “실내 미세먼지가 500(㎍/m)이 넘는 것을 확인하고 밖으로 대여섯시간 대피했다. 집에 돌아와 공기청정기 5대를 돌린 후에야 안정을 찾고 있다”며 “화재 차량과 가까운 동은 집안 내부가 엉망진창이라고 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세대 주차장이 진입불가고 주차장 전체가 숯검정으로 변했다. 앞으로 어떻게 차를 쓸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네티즌 C씨는 “고작 차량 한 대에서 발생한 화재 때문에 지하주차장 차량들 전손 피해를 입고 아파트와 지하주차장 전기설비, 배관 및 구조 손상으로 안전진단 및 보수가 불가피하다. 유독가스가 퍼져서 입주민 대다수가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손해액이 얼마인지 가늠도 안 간다”고 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날 피해 차량 보상과 관련해 “당 아파트가 가입한 화재보험은 차량에 대한 보상이 안 된다. 다만 자차가 가입된 보험사에서 보상청구를 한 후 피해보험사에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으니 자차 보험사로 차량 보상을 문의하라”고 공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화재 피해 세대는 자체적으로 청소를 진행하면 향후 비용 등을 보상할 예정이라고도 전했다.
이 아파트는 총 14개 동에 1581가구가 거주 중인 대단지 아파트다. 이날 오전 기준 아파트 5개동 480여세대의 전기 공급이 끊겼으며 46세대 121명이 행정복지센터 등지에 마련된 임시 주거시설로 대피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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