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피로감에 美경제 한계왔나 …"7월에 금리 내렸어야"

윤원섭 특파원(yws@mk.co.kr), 김제관 기자(reteq@mk.co.kr), 안갑성 기자(ksahn@mk.co.kr) 2024. 8. 2. 20: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美 제조업·고용 악화 충격
美고용지수 4년1개월새 최저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낮아
실업수당 청구도 1년만에 최악
제조업 지수도 빠르게 냉각
연준 금리인하 속도낼듯
9월 빅스텝 인하론 급부상

"장단기 금리 차이가 역전된 지 2년이다. 고금리 피로감에 경제가 퍼질 때가 됐다. 파월이 한발 늦었다."

'9월 금리 인하설'에 환호하던 글로벌 경제가 하루 만에 싸늘하게 식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다음 날, 경기 바로미터인 고용과 제조업 지표들이 일제히 '불황'을 가리키면서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너무 오래 유지한 부작용이 한꺼번에 터질 것이라는 불안이 확산됐고, 연준이 통화정책 전환(피벗) 시기를 한발 놓쳤으며 7월에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1일(현지시간) 미국 제조업 지표와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모두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면서 미국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불안감이 커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우려한 고용시장 침체가 이미 진행 중이고, 미국발 둔화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염려도 나왔다. 전날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단언했지만 시장은 저조한 지표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지만 주요 지표상으로는 침체 징후가 뚜렷하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에 따르면 지난 7월 고용지수는 43.4를 기록했다. 팬데믹 직후인 2020년 6월 이후 4년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데이비드 로젠버그 로젠버그리서치 설립자는 "43.4라는 수치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2008년 9월 45.4보다 낮다"며 "당시 경기 침체가 시작되고 10개월에 접어들던 때"라고 밝혔다.

7월 ISM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46.8로 넉 달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이는 2002년 9월 금융위기 시절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한 9월(47.2)보다 낮다. 당시 금융위기 여파로 10월 PMI는 38.2까지 추락한 바 있다. 2020년 팬데믹 위기(41.8) 수준이다.

고용시장이 빠르게 냉각되는 것도 문제다. 지난주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1만4000명 증가한 24만9000명을 기록해 심리적 저항선인 25만명에 근접했다. 지난해 8월 이후 1년여 만에 최대치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인 23만3000건을 크게 웃돌며 실업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음을 시사했다.

블룸버그는 미국 실업률 상승을 지적하며 경기 침체 신호의 시작을 알리는 '삼 법칙(Sahm Rule)'에 빨간불이 켜지기 직전이라고 분석했다. 삼 법칙은 3개월 평균 실업률이 지난 12개월간 가장 낮았던 시점과 비교해 0.5%포인트 높아지면 경기 침체의 시작으로 진단하는데, 현재 이 수치는 0.43%포인트 높은 상태다.

경기 침체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이미 컸지만, 연준이 고금리 정책을 장기간 고수하면서 제때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고금리 유지를 강조해온 대표적 '매파' 인사인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24일 블룸버그에 쓴 기고문에서 "장기간의 고금리로 저성장과 고용 침체 신호가 감지되고 있어 9월 조정은 너무 늦다"며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연준은 7월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동시장이 꾸준히 활력을 잃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6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직전 12개월 평균 증가폭(22만명)에 크게 못 미치는 20만6000명에 그쳤다. 반면 같은 달 실업률은 4.1%로 202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실업률이 연말까지 4.5%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에 더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예컨대 9월 기준금리 인하폭을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이 아닌 빅스텝(0.5%포인트)으로 키우거나 인하 횟수를 늘릴 수 있다.

오스카 무뇨스 TD증권 전략가는 "노동시장 둔화로 인해 연준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며 "9월과 12월에 더해 11월에도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 김제관 기자 / 안갑성 특파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