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낮 39도, 강릉 밤 31.4도... 폭염·열대야에 숨이 ‘턱턱’

박상현 기자 2024. 8. 2.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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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밤 10시 강원도 강릉시 경포대 해변에서 많은 시민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 강릉시는 기온이 30도가 넘는 초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전국이 밤낮으로 펄펄 끓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 새벽 강원도 강릉의 기온이 31.4도 이상을 기록해 기상 관측이 전국으로 확대한 1973년(66개 관측 지점 기준) 이후 가장 뜨거운 밤으로 기록됐다.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이면 ‘열대야’, 30도 이상이면 ‘초열대야’라고 하는데 올 들어 초열대야가 나타난 건 지난달 29일에 이어 두 번째다. 충북 청주도 같은 날 밤 기온이 29도 이상을 기록해 2018년(28.9도) 기록을 6년 만에 깼다. 대구는 28.2도로 8월 기준 역대 둘째로 더웠다.

낮에는 ‘한증막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경북 경주는 낮 최고기온이 38.9도까지 치솟았다. 강원 동해는 38.3도였다. 올여름 폭염 특보는 지난달 24일 이후 열흘째 이어지고 있다. 2일 기준 전국 183곳 중 180곳에 폭염 특보가 발효됐다. 제주도 한라산과 일부 섬 지역 등을 제외한 한반도 내륙 전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것이다. 체감 기온이 이틀 이상 35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 경보, 33도 이상일 것으로 예상될 때 폭염 주의보를 내리는데, 180곳 중 폭염 경보가 161곳, 폭염 주의보가 19곳이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3~4일)에도 전국 대부분 지역의 한낮 최고기온이 36도 안팎까지 올라 ‘찜통더위’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달 31일부터 폭염 위기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기상청은 이렇게 낮에는 폭염, 밤에는 열대야가 장기간 이어지는 원인으로 ‘더블 고기압’을 들었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 두 겹의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다. 낮 동안 지표를 뜨겁게 달군 열기가 밤에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유다.

높이 5㎞ 저층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 다습한 바람이 불고 있다. 높이 12㎞ 정도 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으로 고온 건조한 바람이 분다.

그래픽=양인성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가 마치 이불을 두 벌 덮은 듯한 모습”이라며 “대기가 뜨거운 공기로 꽉 차 밤낮으로 무더운 날씨가 8월 중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기상청은 12일까지 낮 최고 36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보했다. 이달 중순에는 낮 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지역이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수시로 소나기가 지나갈 가능성도 있다. 기상청은 3일은 충청·전라·경상권에 5~20㎜, 4일은 강원·경상권에 5~40㎜ 소나기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장기간 폭염이 이어지면서 열사병 등 온열 질환자도 증가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여름 발생한 온열 질환자는 지난달 31일까지 총 1195명으로 집계됐다. 온열 질환은 열사병, 열경련, 열탈수 등 질환을 말한다. 7월 말 이후 급증해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91명이 나왔다. 온열 질환자 3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었다.

온열 질환으로 숨진 사람은 6명이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도봉구에서는 40대 남성이 폭염을 피해 편의점으로 들어갔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 결국 사망했다. 같은 날 부산 연제구 공사 현장에서는 터파기 작업을 하던 60대 남성이 어지럼을 호소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숨졌다.

폭염에 가축들도 쓰러지고 있다. 지난 6월 11일부터 8월 1일까지 폐사한 가축은 총 24만9893마리로 집계됐다. 지난달 31~8월 1일 하루 새 3만4084마리가 폐사했다. 닭·오리 등 가금류가 23만669마리로 가장 많았고, 돼지는 1만9224마리 죽었다.

수온이 상승하며 양식장도 피해를 보고 있다. 지난달 31일 제주도 5개 양식장에서 넙치 3567마리가 폐사했다. 넙치는 20~25도 바닷물에서 사는데 당시 제주 앞바다의 수온은 29도까지 상승했다.

폭염으로 프로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일도 있었다. KBO(한국야구위원회)는 2일 오후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경기를 취소했다. 폭염으로 경기가 취소된 것은 프로야구 출범 42년 만이다. KBO 관계자는 “폭염 경보가 내려진 데다 그라운드의 온도가 50도까지 올라갔다”고 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나섰다. 서울시는 제설차와 미세 먼지 청소차 등 200대를 동원해 주요 간선도로에 물을 뿌리고 있다. 전북 고창군은 터미널, 전통시장 등 6곳에 무료로 냉수를 마실 수 있는 ‘양심 냉장고’를 설치했다. 경북 안동시는 하회마을과 도산서원에서 햇볕을 가릴 수 있는 양산을 빌려주고 있다. 강원 인제군은 공사장 등에 아이스팩을 지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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