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너에겐 금메달의 피가 흐른다”…한국 최초 ‘모자 금메달’ 나오나
韓최초의 母子 메달리스트
‘환상의 파트너’ 김원호·정나은
배드민턴 혼복 16년만에 메달
◆ 2024 파리올림픽 ◆
2024 파리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메달 신화를 쓴 김원호는 이 한 마디를 하기 위해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 부었다. 구토 투혼까지 보여준 그는 한 팀을 이룬 정나은과 환상의 호흡을 선보이며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지난달 27일 인도네시아와의 조별 예선 1차전부터 이번 대회 혼합복식 일정에 돌입한 김원호-정나은 조는 2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드라샤펠 경기장에서 진행된 준결승전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혼합복식 세계랭킹 8위였던 두 선수가 이번 대회 시상대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은 거의 없었다. 조별예선에서 1승 2패를 기록해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8강에 오른 만큼 기대감이 높지 않았다.
다행히 8강 대진표에서 세계 1위 중국의 정쓰웨이-황야총, 세계 3위 펑얀제-황동핑을 피하게 된 김원호와 정나은은 8강에서 완승을 거뒀다. 말레이시아의 첸 탕지에-토 이웨이조를 상대로 2대0 승리를 따낸 두 선수는 4강행 출전권을 따냈다.
그러나 4강에서는 상대 전적 5전 5패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던 세계 2위 서승재-채유정 조가 기다리고 있었다.
반드시 승리를 따내겠다는 각오로 똘똘 뭉친 김원호와 정나은은 세계 2위를 상대로 물러서지 않았다. 전력에서 뒤진다고 판단한 두 선수가 꺼내든 ‘필승 전략’은 한 발 더 뛰기였다. 경기장 구석구석을 누비며 상대 공격을 막아낸 김원호는 3세트 도중 메디컬 타임을 부른 뒤 구토를 하기도 했다.
김원호는 한국 최초의 올림픽 모자(母子) 메달리스트가 돼 감격스럽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원호의 어머니는 1996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인 길영아 삼성생명 배드민턴 감독이다. 매일경제신문 파리올림픽 자문위원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김원호는 “지금까지 길영아의 아들로 살았는데 앞으로는 엄마가 김원호의 엄마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같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를 하지 않기 위해 경기장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4강전에서 구토를 한 건 챙피하지만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는 감격을 누리게 돼 행복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길영아 감독은 대견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매 대회 아들의 경기를 분석하고 잠깐이라도 통화하는 등 아들에 대한 사랑이 각별한 것으로 유명한 길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장어, 홍어 등을 챙겨줬다. 기술과 경기 운영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했다.
김원호를 깨운 어머니의 한 마디도 있었다. 김원호는 “엄마가 올림픽 메달은 하늘이 결정해주는 것이니 너가 할 수 있는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했다. 이 말만 생각하며 경기에 집중했는데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게 됐다. 결과에 대한 생각을 지우고 과정에 집중했던 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배드민턴을 접한 김원호는 초등학교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던 기대주였다. 남다른 유전자(DNA)를 물려받은 그는 2016년 주니어 아시아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과 2017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차지하는 등 세계 무대에서도 이름을 알려나갔다.
2018년 삼성생명 배드민턴단에 입단한 그는 한동안 주춤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남자 복식 은메달, 남자 단체전 동메달을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고 올해는 올림픽 메달까지 목에 걸게 됐다.
길 감독과 소속팀 삼성생명 스포츠단 관계자들은 김원호의 선전 비결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스스로 노력한 것을 꼽았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팀에 처음 입단했을 때는 잠재력이 뛰어난 선수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단점이 없는 완성형 선수로 거듭났다. 새로운 기술이 자신의 것이 될 때까지 연습에 몰두한 결과가 지금의 김원호를 만들었다”며 “삼성 스포츠단 내에서도 김원호는 연습 벌레로 유명하다. 남다른 DNA에 노력까지 더해진 만큼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 팀을 이룬 정나은과의 환상적인 호흡도 이번 대회 시상대에 오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2년 4월부터 함께 하고 있는 두 선수는 약 2년 4개월간 함께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하면서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가 됐다. 대한배드민턴협회 관계자는 “복식에서는 두 선수의 호흡이 중요한데 김원호와 정나은은 흠잡을 때가 없었다.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덕분에 이번 대회에서 서로를 믿고 자신의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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