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찍혔지? “성행위 영상 퍼뜨리겠다” 협박 피해 올 3300건

“나랑 만나주지 않으면 당신 성행위 영상이 올라와 있는 사이트 주소를 퍼뜨리겠다.”

지난달 20대 여성 A씨는 소셜미디어로 이런 협박 메시지를 받고 큰 충격에 빠졌다. 전 남자친구 B씨의 강요로 2년 전 성행위 동영상을 찍었는데, 그게 성인 사이트에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메시지에 찍힌 주소로 들어가 보니 진짜 본인 성행위 영상이 있었다. A씨가 누군지 알 수 있는 정보도 들어 있었다. A씨가 여성가족부 산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디성센터)에 신고해 알아봤더니, 같은 영상이 30군데나 퍼져 있었다.

최근 이런 식으로 본인 동의 없이 신체나 성행위 장면을 촬영하거나 유포하는 ‘불법 촬영’ 피해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6월까지 디성센터에 접수된 ‘불법촬영 피해’는 총 3306건으로, 이미 작년 1년간 피해(2927건)를 넘어섰다. 2018년 656건에서 2020년 2239건, 2022년 2684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 범죄가 급증하는 건 가해자 1명이 여러 명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초소형 카메라’ 같은 범죄 수단이 발달해 가해자가 잡히지 않고 계속 다른 피해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강명숙 디성센터 상담팀장은 “촬영 사실 자체를 모르는 피해자도 많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불법 촬영을 당했으면 그 즉시 경찰에 신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연인 등 상대방과의 관계가 나빠지는 게 싫어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중에 온라인에 유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디성센터에 ‘유포 불안감’을 호소하는 상담도 올 상반기 3000건 이상 접수됐다. 디성센터는 성인 사이트에 일일이 불법 촬영물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하거나, 경찰과 협조해 사이트를 폐쇄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하지만 주소를 바꿔가며 다시 영상이 올리는 경우가 많아 아예 없던 일로 되돌리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디성센터는 영상 24만5000건을 삭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