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살인’ 피의자, 정신병력 없고 마약도 안 했다

경찰, 신상 비공개 가닥

서울 은평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본도로 이웃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백모(37)씨가 과거 정신 질환으로 치료받은 경력이 없고, 마약 검사에서도 ‘음성’이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경찰은 백씨가 신경 정신질환자일 가능성이 있고, 가족들이 2차 가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로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아파트 이웃 주민에게 일본도를 휘둘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백모(37)씨가 지난 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 뉴스1

2일 서울 서부경찰서는 백씨에게 정신 병력이 있다고 볼만한 자료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는 백씨가 과거에 병·의원에서 정신과 관련 진료나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는 것으로 현재의 정신 질환 여부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백씨는 이날 마약 간이시약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은 앞서 백씨가 마약 검사를 거부하자, 백씨에 대한 신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모발과 소변 등을 확보해 확인했으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감정도 의뢰한 상태다.

백 씨는 지난 1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와 “범행 당시 나는 멀쩡했고 심신미약 상태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나라를 팔아먹는 김건희 여사와 중국 사회를 처단하고자 이 일을 했다”며 이들이 중국과 함께 한반도 전쟁을 일으키려고 했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쏟아냈다.

경찰은 백씨가 정신 질환을 앓고 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현 단계에서 신상 공개는 하지 않을 전망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정신 질환이 추정되는 상황이지만 이에 대한 진단 등 객관적인 자료는 부족하다”며 “피해자와 피의자가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만큼 가족 등에 대한 2차 가해 가능성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애초 백 씨의 심신미약 가능성이 제기돼 신상 공개에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 ‘알 권리’ 차원에서 신상 공개의 필요성도 제기됐지만, 신상 공개의 본래 취지인 ‘예방 효과’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았기 때문이다.

백씨는 지난달 29일 오후 11시 30분쯤 은평구 아파트 정문 앞에서 날 길이 75㎝의 일본도를 휘둘러 같은 단지 주민인 남성 A(43)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잠시 담배를 피우려 외출했다가 일본도를 가지고 자신에게 다가온 백 씨를 신고하려다 변을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A씨는 병원에 이송됐으나 결국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