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재앙의 시작 '큐텐 저수지' 이렇게 설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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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티메프 사태의 핵심에 낯선 이름의 쇼핑몰들이 있고 큐텐이 이곳을 의도적으로 키웠다는 정황 보도해 드렸죠.
이후 큐텐의 운영부서 소속 출신 직원이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잘 아는 수법이라는 겁니다.
지금부터 구영배 대표가 여러 회사를 인수해 하나의 왕국처럼 돈을 굴리는 과정이 어떻게 설계됐는지 SBS Biz가 연속 보도해 드립니다.
먼저 오서영 기자입니다.
[오서영 기자]
티몬은 지난해 여름 티몬의 쌍둥이 플랫폼 티몬비즈마켓을 만듭니다.
비슷한 시기 위메프의 쌍둥이 '위메프 플러스'도 생겨났습니다.
[피해 판매업체 대표 : 6월쯤에 (위메프) 담당 MD 통해서 플러스 계정을 알게 됐고 1천만원 정도 판매가 됐어요.]
왜 굳이 쌍둥이 플랫폼을 만든 걸까.
큐텐의 전직 운영부서 직원에게서 의외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이유는 돈주머니, 정산 시스템에 있었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중국) M18 사이트 인수할 때도 똑같이 그렇게 했거든요. 또 다른 큐텐 베이스의 사이트를 만들어서 거기로 다 몰아넣은 다음에 기존에 있는 사이트는 그냥 없애버려….]
정산 시스템 실제로 보면, 이렇게 따로 Q통장이 생깁니다.
판매자는 '은행 계좌'가 아닌 이곳에서 돈이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출금 신청합니다.
은행 계좌로 바로 오가는 다른 이커머스와 달리 일종의 큐텐그룹의 중앙통제시스템이 하나 더 있는 겁니다.
인수한 티몬과 위메프에는 바로 이런 주머니 시스템이 없어 자금흐름이 한눈에 안 들어오니, 쌍둥이 플랫폼을 새로 만든 것으로 보입니다.
도메인만 살짝 바꾸니 올해 인수한 미국 기업 위시의 '위시 플러스'도 튀어나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사이트 주소가) 여기서부터 여기까진 다 똑같죠. 똑같으니까 하나의 페이지인데…큐텐 베이스로 올라오면 모든 게 다 통합이 되고 이거 다 큐텐으로 흘러갈 수 있으니까.]
이렇게 큐텐의 사업 국가 약 10곳 나라별로 돈주머니를 만들어 돌린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계열사 돌려막기와 관련해 불법적 자금 흐름을 분석하며 특히 사태가 불거지기 전 자산을 미리 해외로 빼돌린 의혹 등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구 대표는 자기 돈도 아닌 셀러들의 판매대금을 글로벌 은행 체인처럼 두고, 가져다 쓴 셈입니다.
SBS Biz 오서영입니다.
[앵커]
큐텐이 전 세계 이커머스 자금을 통합시스템 속에서 법인별로 그대로만 썼다면 지금의 사태까지 오진 않았을 겁니다.
큐텐은 이 돈을 이용해 큐텐왕국을 키우면서 무리수를 뒀는데 이 과정에서 판매자들은 제물로 바쳐졌습니다.
정동진 기자입니다.
[정동진 기자]
큐텐 시스템으로 설계된 티몬의 쌍둥이 플랫폼에선 미정산 사태가 본격화한 날에도 대금 정산이 '정상' 처리됐다고 나옵니다.
[판매자 1 : 주지 않은 돈인데 준 것처럼 전산에는 나와 있다는 거죠.]
전산엔 출금 표시인데, 출금 히스토리는 없습니다.
[판매자 2 : 실질적으로는 이거 자체가 다 미수금인 거예요. 한 번도 들어온 적이 없으니까요.]
누군가 조작을 했다는 이야긴데, 큐텐의 전직 운용부서 직원은 큐텐 정산시스템이 자금의 관리뿐 아니라 악용도 쉽다고 말합니다.
[전직 큐텐 직원 : 내부 직원들 개입이 분명히 있었다. 분명히 출금이나 정산할 때 한 번은 개입이 있거든요]
애초에 돈을 빼돌릴 목적으로 통합시스템을 만들지 않았을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문제가 됩니다.
[김윤후 /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 자금들을 같이 한 데 모아서 정산하는 시스템 만들 수 있죠. 이 돈을 마음대로 융통하고 하면 이제 횡령이 될 수 있죠.]
더 중요한 건 큐텐이 이 시스템으로 판매자들을 옮기는 과정에서 셀러들이 제물이 됐다는 점입니다.
티몬과 위메프의 규모가 큰 셀러들을 골라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시켰는데 어쩐 일인지 제휴 은행은 셀러에게 과도한 대출을 내줬습니다.
셀러들은 대출받은 돈으로 새 플랫폼의 몸집을 키웠지만 판매대금은 받지 못했습니다.
[김재윤 / 건국대 로스쿨 교수 : 유동성 위기라든지 정확히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 특히 판매업자한테 고지하지 않고 속여서 이런 (정산) 시스템으로 오게 해서 결국에는 정산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은 기망에 의한 사기다라고 할 수도 있는 거고….]
이틀째 구영배 대표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는 검찰은 영장에 1조 원대 사기 혐의와 400억 원대 횡령 혐의를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BS Biz 정동진입니다.
[앵커]
티메프 사태가 확산하고 있는데, 판매대금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합니다.
이런 가운데, 큐텐이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국가들에 법인을 두고 자금을 움직였다는 정황이 확인됐습니다.
김성훈 기자의 보도입니다.
[김성훈 기자]
2017년 작성될 걸로 보이는 큐텐의 전신, 지오시스의 지분 구조도입니다.
과거 구영배 대표 등이 세운 싱가포르 지오시스 법인 아래에 계열사 한 곳의 소재지에는 'CAY', 케이맨 제도의 약어가 표기돼 있습니다.
이 법인은 2013년 지오시스가 중국 오픈마켓 시장 진출을 위해 세운 합작 법인인데, 소재지는 조세피난처에 둔 겁니다.
이 기간 큐텐에서 일했던 A 씨의 증언과도 일치합니다.
A 씨는 전산 작업 중에 조세피난처로 알려진 국가 최소 세 곳으로 자금이 오간 걸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직 큐텐 직원 : 자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에 대해 자금 일보라는 걸 작성하잖습니까. 제가 본 것만 해도 세 군데였으니까 버진아일랜드, 바하마 군도, 케이맨 제도 이런 곳이요. (자금이) 들어오고 나간 걸 제가 봤으니까….]
조세피난처에 회사를 두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소득을 빼돌리거나 탈세에 이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민병덕 /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 큐텐은 과거 사업 초기부터, 지분구조도 복잡하고, 사업 소재지들이 조세피난처와 얽혀 있는 등 수상한 점이 많습니다. 수사당국은 다수의 조세피난처 법인을 포함한 모든 자금에 대한 추적에 당장 나서야 합니다.]
지오시스에서 간판을 바꿔 단 '큐텐테크놀로지'에 대한 금융당국과 검찰의 자금 추적 조사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관련 내용 확인을 위해 큐텐 관계자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SBS Biz 김성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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