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하야타에 4전 전패·쑨잉사엔 6전 전패…불가능에 맞서는 신유빈
(파리=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신유빈(대한항공)의 생애 첫 올림픽 여자 단식 메달로 향하는 길은 '전패'의 높은 벽으로 가로막혀 있다.
세계 8위 신유빈은 2일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대회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세계 4위 천멍에게 0-4로 완패했다.
결승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한국 탁구에 20년 만의 올림픽 메달을 안길 기회는 아직 남아있다.
신유빈은 한국 시간으로 3일 오후 8시 30분 치러지는 3위 결정전에서 동메달에 도전한다.
다만, 상대가 될 수 있는 선수들이 천멍 이상으로 강해 누가 3위 결정전에 오더라도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대진표 반대편에서 준결승전을 펼치는 선수는 중국의 세계 1위 쑨잉사, 그리고 일본의 세계 5위 하야타 히나다.
둘 중 3위 결정전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큰 선수는 하야타다. 하야타는 쑨잉사를 상대로 15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그러나 하야타 역시 신유빈에게 버거운 건 마찬가지다.
신유빈은 하야타를 상대로 통산 4전 전패를 당했다.
하야타는 2021년 도쿄 올림픽 이후 이토 미마를 제치고 일본 여자 에이스로 떠오른 선수다.
키는 167㎝로 신유빈보다 2㎝ 작지만, 키에 비해 팔이 길고, 매우 공격적인 탁구를 구사한다.
특히 강력한 왼손 포핸드는 중국 톱 레벨 선수들 외에는 막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강하다.
오른손잡이인 신유빈이 오른손보다는 왼손잡이 선수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는 점도 승리를 점치기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탁구 전문가들은 신유빈의 승리 가능성이 40~50% 정도는 된다면서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하야타가 이번 대회에서 컨디션이 저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다 신유빈이 '언더도그' 입장인 만큼, 부담감도 하야타 쪽이 더 클 거라는 이유 등에서다.
안재형 전 대표팀 감독은 "신유빈이 장점인 연결력을 잘 살려야 한다. 하야타의 볼을 무서워하지 않고 잘 견뎌내면 분명히 기회는 찾아온다. 공격 성향이 강한 하야타를 얼마나 끈질기게 봉쇄하느냐에 승패가 달려있다"고 말했다.
안 전 감독은 "원래 실력이 3대 7로 신유빈이 열세라면, 지금 흐름은 4.5대 5.5 정도로 근접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MBC 해설위원으로 파리에 온 유남규 한국거래소 감독 역시 지금 두 선수의 기세까지 고려할 때 5대 5 정도의 박빙 승부가 예상된다고 했다.
유 감독은 특히 8강전에서 하야타를 괴롭힌 북한 변송경의 플레이를 신유빈이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하야타는 변송경과 풀게임 승부를 펼치며 진땀승했다.
유 감독은 "변송경이 신유빈처럼 백핸드가 좋은데, 하야타가 분명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면서 "변송경이 과감하게 백핸드를 (공격적으로) 뿌려버렸다. 신유빈도 변송경처럼 반 박자 빠르게 가야 한다"고 말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유 감독은 "지금부터 3위 결정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시상대에서 동메달을 받는 자기 모습을 계속 상상해야 한다. 그리고 테이블 앞에 서면 다 잊고 경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이게 정말 효과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여 조언했다.
역시 현장에 온 현정화(한국마사회 감독) SBS 해설위원은 "유빈이가 이기려면 하야타의 포핸드를 잘 봉쇄해야 한다. 신유빈의 강점은 백핸드다. 하야타의 공이 백핸드 쪽으로 오게끔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만약 쑨잉사가 하야타에게 져 3위 결정전으로 내려오면 신유빈의 메달 획득 가능성은 매우 낮아진다.
2023년 세계선수권 단식에서 우승하고 WTT 왕중왕전인 컵파이널스에서 2021~2023년 3연패를 이뤘으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식에서도 우승한 쑨잉사는 명실상부 현역 최강자로 꼽힌다.
특히 중국 외 선수에게는 거의 지지 않는다.
신유빈은 쑨잉사에게 6전 전패를 기록 중이다.
6경기를 치르면서 딱 한 게임만 따냈다.
안 전 감독은 "쑨잉사와 대결하면 신유빈이 매우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한국 탁구는 올림픽에서 기적을 일으킨 경험이 있다. 불가능은 없다"라고 말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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