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의 죽음, 다시 없으려면 [다음주의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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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주일 사이 일선 경찰관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1명이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숨졌다.
통계적으로 경찰은 매달 1.9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125명으로 같은 기간 순직 경찰관(76명)보다 많다.
매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관 1.9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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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일주일 사이 일선 경찰관 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1명이 뇌출혈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숨졌다. 충격에서 벗어날 틈도 없이 또 다른 경찰관이 한강에 투신했다 구조됐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잇단 경찰 사망이 과로사 또는 과로 자살로 추정되면서 경찰 내부는 크게 동요하고 있다.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를 비롯해 경찰 지휘부는 “근본적 해결”을 약속했지만, 실제 해결은 지켜볼 문제라는 회의적 목소리가 크다.
경찰의 약속은 세번째 비보가 알려진 지난달 26일 늦은 저녁 전격적으로 나왔다. 연이어 발생한 경찰관 사망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찰청 차장이 총괄하는 ‘현장 근무 여건 실태진단팀’을 꾸려 현장의 구조적 문제점을 살피고 근원적 해법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지난달 30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도 인사청문회에서 관련 질문에 “청장이 되면 책임감 있게 이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해결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약속이 미덥지 않은 이유는 경찰관 자살 문제가 결코 새로운 현상이 아닌 탓이다. 젊은 경찰 2명의 연이은 자살은 충격을 줬지만, 잔인하게도 이 죽음은 그저 평균치의 사건이었다. 통계적으로 경찰은 매달 1.9명씩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찰관은 125명으로 같은 기간 순직 경찰관(76명)보다 많다. 전체 경찰관 10명 중 2명이 스트레스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경찰 내부 조사 결과도 있다.
지난달 18일 서울 관악경찰서 수사부서에서 일하던 ㄱ경위가 숨진 뒤 관악서가 보인 대응만 봐도 경찰의 안일한 태도를 읽을 수 있다. ㄱ경위가 생전에 업무 과중에 시달렸다는 제보로 취재가 시작되자 이튿날 관악서는 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유서상 업무과중 관련 얘기는 없다”, “수사과 통합수사팀 수사관으로서 보유 사건이 특히 많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우울증으로 힘들어했다”는 내용이었다. 그 뒤 한겨레가 ㄱ경위 유족을 인터뷰하면서 과로 자살 정황이 짙어졌지만, 경찰은 그저 업무 관련성을 축소하는 데 급급했다.
곧 경찰 수장이 될 조 후보자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0일 청문회에서 잇단 경찰 사망의 배경에 조 후보자(현 서울경찰청장)의 과도한 실적 압박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그는 “비슷한 여건인데도 장기 사건이 경찰서별로 차이가 나는 원인을 진단해보라고 지시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장기 사건 처리에 차이가 나는 원인을 큰 구조가 아닌 개별 경찰서에서 찾고 있으면서도, 이런 지시가 압박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이 해명이 나온 시점은 이미 한겨레 보도로 최근 숨진 경찰들이 실적 부진 경찰서를 대상으로 한 서울경찰청의 현장점검을 두려워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때였다.
경찰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존재한다. 제 몸과 마음을 돌보지 못한 채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일은 비극이다. 일선 경찰관들의 과로와 스트레스 고위험 상태가 만성화한 상황에서 언제 치안의 공백이 발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매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찰관 1.9명. 원래 그렇다고 방치할 게 아니라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새 경찰청장은 경찰을 활기차고 건강한 조직으로 일신할 수 있을까.
이지혜 이슈팀 기자 god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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