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지도자 암살로 중동 전쟁 돌입?…"이란, 장기적·저강도 분쟁 선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국 수장 이스마일 하니예가 이스라엘에 의해 암살된 이후 중동 지역이 확전의 기로에 놓인 가운데,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이 확전을 원하지 않고 이스라엘 역시 이를 계기로 협상에 들어갈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놨다.
1일(이하 현지시각) 카타르 방송 <알자지라>는 이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하니예를 이스라엘이 암살한 이후 이란이 보복을 공언하고 있지만, 실제 중동 지역 전반으로 전쟁이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견해를 보도했다.
네가르 모르타자비 국제정책센터(CIP)선임연구원은 이스라엘이 지난달 31일 하니예 암살과 함께 전날인 30일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표적 공습을 통해 헤즈볼라의 군사 사령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한 데 대해 "이 전쟁을 여러 전선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모르타자비 선임연구원은 "이란이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지난 4월 시리아에 있는 영사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이 '레드 라인'(금지선)을 넘는 것으로 간주하고 보복했지만, 중대한 확전을 피하기 위해 타격의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지난 4월 이스라엘은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 건물을 공습했다. 이로 인해 이란 장성 2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는데,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과 드론 등을 발사했지만 이스라엘의 치명적 피해를 입히지는 않는 수준이었다. 방송은 "이란 관리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이 시작되기 72시간 전에 지역 국가들에 경고가 내려졌다고 거듭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레바논 아메리칸 대학의 정치학자이자 학자인 이마드 살라메이 역시 이란 및 이들에 동조하는 무장 단체들인 하마스, 헤즈볼라 등이 "보다 정교하고 치명적인 무기를 사용하여 협력적으로 보복할 수 있다"면서도 "이란은 이스라엘을 장기적이고 비용이 많이 드는 소모전으로 끌어들이는 것을 목표로 저강도 분쟁을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당장 전면전 등 확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도 확전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정치적으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조기 총선을 하지 않기 위해 전쟁을 끝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지만, 하니예 암살을 일종의 "승리"로 포장하고 협상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제위기그룹(The 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문가인 마이라브 존제인 연구원은 "네타냐후가 하니예 암살을 이스라엘의 '승리'로 선전하려 할 수 있고, 이것이 휴전에 동의하는 것을 실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다"며 "일부 이스라엘 관리들은 자신들이 승리했기 때문에 이것(암살)이 휴전에 더 가까워지게 한다고 말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니예가 다른 하마스 지도자들에 비해 협상에 열려있는 자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스라엘 입장에서 더 강경한 지도자가 나오기 전에 빨리 협상을 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마스 전문가인 아즈미 케샤위 국제위기그룹 연구원은 "하니예는 강경파로 간주되지 않는다. 그는 타협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며 "이제 그의 부재로 (이스라엘)은 하마스 최고위층의 강경파 인사를 상대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 내에서 가자지구에 피랍된 인질들을 되찾기 위해 휴전을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스라엘의 정치평론가 오리 골드버그는 이번 암살을 통해 이스라엘군 고위층이 이스라엘 국민들에게 "이것 봐봐, 우리는 여전히 뭔가를 할 수 있고 무능력하지 않아"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이란의 수도인) 테헤란에서 하니예를 암살하는 일은 이란의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이며 무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중동외교협의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문가 오마르 라흐만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가자 휴전 회담을 무산시키고 긴장 고조를 유발하는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가장 큰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은 무조건적인 미국의 지원 때문에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행동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며 "최근 베이루트와 테헤란에서 발생한 사건이 그 증거"라고 말했다.
한편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1일 하니예가 미사일이나 드론이 아닌, 귀빈용 숙소에 설치됐던 폭발물의 폭발로 인해 사명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2명의 이란 관리, 5명의 중동 관리, 1명의 미국 관리 등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중동 관리 5명이 하니예가 머물던 숙소에 약 두 달 전부터 폭발물이 숨겨져 있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 숙소는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운영하는 곳으로 테헤란 북부의 고급 주택가에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하니예가 숙소에 머무르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된 이후 폭발물이 원격으로 터졌다고 전했다. 테헤란의 귀빈들이 머무는 숙소에 폭발물이 어떻게 설치됐는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고 신문은 밝혔다.
신문은 암살의 계획과 실행 등 구체적 사안에 대해 이스라엘 정보 당국이 사건 직후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서방 국가들에 관련 내용을 브리핑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번 암살과 미국은 관계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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