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규-김택수-현정화에 이어 단일 올림픽 ‘멀티 메달’이 눈앞…‘삐약이’ 신유빈 “금메달은 따야 월드클래스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남정훈 2024. 8. 2.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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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중들의 일방적인 ‘짜요’ 응원, 상대인 천멍(중국·세계랭킹 4위)의 압도적인 기량까지. 의연하기 힘든 상황에서도 ‘삐약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 여자 탁구의 간판 신유빈(20·대한항공)이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으로 향한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천멍에 게임 스코어 0-4(7-11 6-11)로 패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 한국 신유빈과 중국 천멍의 경기. 신유빈이 패배 후 아쉬워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신유빈은 전날 열린 8강전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13위)를 상대로 첫 세 게임을 따낸 뒤 내리 세 게임을 내주고, 먼저 매치 포인트에 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살아나왔다. 딱 한 번 잡은 매치포인트에서 상대를 제압하며 ‘리버스 스윕’ 패배를 극복하고 4강에 올라왔다. 한국 탁구 선수가 올림픽 단식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은 2004 아테네의 유승민(금메달), 김경아(동메달) 이후 처음이었다. 신유빈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 단식에서는 32강전에 멈춰선 바 있다. 4강 진출만으로 신유빈이 지난 3년간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강전 상대는 천멍.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한때 중국 여자 탁구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쑨잉샤(세계랭킹 1위)에게 그 타이틀을 내줬지만 천멍은 여전히 위협적인 선수다.

역시 천멍은 강했다. 포인트 하나 하나를 뜯어보면 신유빈이 천멍을 몰아붙이는 상황도 나왔지만, 한 게임 전체를 따내기에는 천멍의 노련미나 공격력, 수비력이 완벽했다. 한 게임도 압도적으로 패하진 않았지만, 게임 스코어를 1점을 따내기가 쉽지 않았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 들어선 신유빈의 표정은 차분했다. 전날 8강전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13위)와 풀게임 접전 끝에 승리를 거뒀을 때와는 분명 달랐다. 신유빈은 “상대가 실력이 더 좋았다. 중간중간 그래도 비슷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상대가 워낙 강하게 버티다 보니 제가 쉬운 범실도 많이 났던 것 같아 아쉽다”라면서도 “아직 경기가 다 끝나지 않았으니 머리도 비우고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동메달 결정전을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신유빈이 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 중국 천멍과의 경기에서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시스
신유빈이 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중국 천멍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 한국 신유빈과 중국 천멍의 경기. 신유빈이 실점 후 아쉬워하고 있다. 파리=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전날 풀게임 접전의 여파가 오늘 승부에도 영향을 끼치진 않았을까. 신유빈은 “모든 선수가 그런 건 다 똑같을 것이라 생각한다. 어제 경기와 오늘 경기까지 시간이 꽤 있어서 잠도 푹 잤다. 상대가 너무 강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탁구 역사에서 한 올림픽에서 ‘멀티 메달’(2개 이상)을 따낸 선수는 1988 서울 올림픽의 유남규(남자 단식 금메달, 남자 복식 동메달), 1992 바르셀로나의 김택수(남자 단식 동메달, 남자 복식 동메달), 현정화(여자 단식 동메달, 여자 복식 동메달)까지 세 선수가 있다. 이미 혼합 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낸 신유빈이 3일 열리는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할 경우 네 번째로 그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아울러 2004 아테네 올림픽 김경아(여자 단식 동메달) 이후 처음으로 여자 단식에서 메달을 따낸 선수가 될 수 있다. 여러모로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신유빈이다. 현정화, 김경아의 뒤를 잇는 월드 클래스가 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신유빈은 아직이란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은 따야 그 선생님들과 같은 월드 클래스가 될 수 있는 것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동메달 결정전에 임하는 신유빈의 마인드셋은 단순하다. 매 상황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신유빈은 “이기고 있어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고, 지고 있어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게 탁구다. 그냥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집중하고 최대한 무너지지 않으려고 노력하겠다”라면서 “머리를 비우고 내일 경기를 다시 잘 생각하며 준비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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