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기 침체 우려?…금융위기 직전과 닮았다는 주장까지[오미주]

권성희 기자 2024. 8. 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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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시장]

미국 증시가 이번엔 급격한 경기 둔화 우려에 발목이 잡혔다.

지난 7월31일(현지시간)만 해도 투자자들은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9월 금리 인하와 일부 기술기업들의 호실적으로 조정을 받고 있던 AI(인공지능) 수혜주가 상승 모멘텀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1일 제조업 지표와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보다 나쁘게 나오자 경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식고 있다는 불안감이 증시를 덮쳤다.

이날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6.8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인 48.8과 지난 6월의 48.5를 모두 크게 밑도는 것이다.

특히 ISM 제조업 PMI의 하위 지표인 고용지수가 지난 7월에 43.4로 전월비 5.9포인트 급락한 것이 경기 급랭 우려를 고조시켰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초기인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다.

이날 발표된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24만9000건으로 이코노미스트들의 전망치인 23만3000건을 크게 웃돌며 실업 인구가 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지난해 8월 이후 거의 1년만에 최대치다.

나스닥지수 최근 한달간 추이/그래픽=김지영

중소형주로 순환매도 끝?
이런 가운데 기술주에서 비기술주로, 대형주에서 중소형주로 순환매가 나타나며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던 기대도 사그라지는 모습이다.

중소형주로의 순환매는 지난 7월 증시를 이끈 주요 테마였다. 이 결과 지난달 빅테크주를 중심으로 한 기술주들은 약세를 보이며 나스닥지수가 0.8% 하락했지만 소형주 지수인 러셀2000지수는 10.1% 급등했다.

중소형주로의 순환매는 대형 기술주에는 다소 부정적이지만 상승세가 증시 전반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1일 증시는 이러한 기대를 좌절시켰다.

이날 기술주 비중이 높은 나스닥지수도 2.3% 급락했지만 러셀2000지수는 더 떨어져 3.0%의 하락률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대형주 지수인 S&P500지수도 1.4% 내려갔지만 러셀2000지수에 비해 하락률이 절반 수준이었다. 기술주 비중이 낮은 우량주 지수인 다우존스지수도 1.2% 하락했다.

러셀2000지수 최근 한 달간 추이/그래픽=윤선정


이에 대해 MRB 파트너스의 글로벌 거시 전략가인 필립 콜마는 순환매 이론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CNBC에 "소형주를 보면 실적이 따라오질 않는다"며 순환매 논리가 들어맞으려면 소형주의 "실적이 따라오는 케이스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중소형주의 지난 7월 랠리는 "조만간 시들해질 기술적 반등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1일 증시에서 대두된 경기 둔화 우려가 본격화된다면 소형주는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경기 둔화로 인한 실적 악화가 금리 인하로 기대되는 혜택을 상쇄할 것이기 때문이다.

CNBC에 따르면 웰스파고 투자 연구소의 수석 글로벌 시장 전략가인 사미르 사마나는 소형주에는 펀더멘털이 탄탄하지 않고 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아 선호하지 않는다며 중소형주로의 순환매 논리를 일축했다.

그는 "소형주에도 기회가 올 텐데 그 때는 아마도 상황이 가장 암울해 보이는 경기 둔화의 한가운데가 될 것"이라며 "모두가 공격적인 통화완화 사이클에 앞서 주식을 추격 매수하려는 지금은 분명 아니다"라고 말했다.

증시·경제, 2007년과 유사?
이런 가운데 AI 수혜주의 급등을 2000년 닷컴 버블과 비교하는 것을 넘어 현재 경제와 증시 전반을 2007~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비교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2023~2024년 S&P500지수 추이/그래픽=김지영


S&P500지수 내 기술업종은 2022년 말 침체장 바닥 때부터 지금까지 80% 급등했다. 이에 따라 S&P500지수도 2022년 10월 침체장 저점 이후 52% 상승했다.

주가는 많이 올랐지만 현재 AI 붐을 이끄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플랫폼, 알파벳 등은 2000년 닷컴 버블 때 손실을 내던 닷컴 기업들과 달리 지구상에서 가장 수익성이 좋은 기업들이다. 따라서 AI 붐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버블 우려는 큰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세이는 지금이 2000년 닷컴 버블 때보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7월부터 2007년 7월 사이의 상황을 닮아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지난 1년간 S&P500지수의 움직임이 2006년 7월부터 1년간의 모습과 매우 유사하다는 분석이다. 당시 S&P500지수는 상승했다 하락한 뒤 다시 반등해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다시 폭락했다. 현재 S&P500지수는 지난 7월16일에 사상최고치를 경신한 뒤 하락하고 있다.

2006~2007년 S&P500지수 추이/그래픽=윤선정


경제 상황도 유사하다. 현재 경제는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으며 연준은 오는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에도 지금처럼 연방기금 금리가 수년래 최고 수준인 상황에서 경제가 둔화되고 있었다. 당시 월가는 연준이 다음해에 걸쳐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 2007년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현재는 2007년 같은 전면적인 경제 붕괴가 우려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문제는 2007년과 같은 전면적인 경제 붕괴는 없더라도 경기 둔화의 폭에 따라 증시가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물론 경제가 완만하게 둔화되는 가운데 연준의 금리 인하가 불필요한 경기 급랭을 막는 긍정적인 시나리오도 여전히 가능하다.

현재 증시 대처법
그렇다면 증시가 분기점에 서 있는 것 같은 불확실한 현재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배런스는 첫째,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주시하되 증시에서 서둘러 빠져 나오지는 말라고 조언했다. 시장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었던 투자자라면 상황을 견뎌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지금 주식을 공격적으로 매수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는 것이다.

개장 전 고용지표가 시험대
경제가 증시 전면에 최대 변수로 등장한 가운데 2일 개장 전에 발표되는 지난 7월 고용지표는 증시에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는 고용지표 약화가 연준의 금리 인하를 앞당긴다는 점에서 호재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 나쁜 경제지표는 그대로 증시에 악재로 받아들여질 뿐이다.

따라서 고용지표가 너무 차가운 것으로 나온다면 연준의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 경기 침체를 막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공포가 증시를 짓누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고용지표가 예상 외로 너무 좋게 나와도 문제다. 연준의 9월 금리 인하에 다시 경고등이 켜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우존스가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7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수는 19만명 늘어 증가폭이 지난 6월 20만6000명에 비해 줄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7월 실업률은 4.1%로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7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비 0.3% 올랐을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6월 시간당 평균 임금 인상률도 전월비 0.3%였다.

도움 안되는 기술기업 실적
한편, 기술기업들의 실적은 증시 부양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일 장 마감 후 애플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긍정적인 실적을 발표했으나 아이폰 판매 전망에 대해 별다른 실마리를 제시하지 않아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0.6% 오르는데 그쳤다.

아마존은 올 2분기 매출액이 시장 컨센서스에 미달했고 3분기 실적 가이던스도 기대에 못 미쳐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6.9% 하락했다. 인텔은 어닝 쇼크로 배당금 지급까지 중지한다고 밝혀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18.9% 폭락했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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