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수용 불가…"재의요구 건의할 것"(종합)
"일방적인 법률안 처리, 유감…중대한 문제점 있어"
(서울=뉴스1) 권혜정 기자 = '전국민 25만 원 지원법'인 민생위기극복금 특별법이 2일 야당 단독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정부가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해당 법률안이 이송될 경우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는 '재의 요구'를 건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세종청사에서 기획재정부와 함께 개최한 합동브리핑에서 "법률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이라며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예산편성 권한 침해…국채발행 조달할 수밖에 없어"
정부는 법률안이 발의된 이후 민생회복지원금은 과도한 재정부담을 초래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물가나 시장 금리에 영향을 미쳐 민생의 어려움이 오히려 가중될 수 있음을 설명하며 국회의 심도 있는 논의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 등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이 장관은 "민생경제 회복, 특히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정부 또한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법률안은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률안은 정부로 하여금 공포 후 3개월 안에 반드시 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이는 헌법이 부여한 정부의 예산편성 권한을 침해하고 국회가 예산의 편성과 집행기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는 등 삼권분립의 본질을 형해화하는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대규모의 현금성 지원은 재정적, 경제적인 부작용이 예상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재정 여건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재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막대한 나라빚이 돼 미래세대에 고스란히 전가되는 심각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역사랑상품권 단기간 집행 불가능…재의요구 건의할 것
해당 법률안과 같이 지역사랑상품권만으로 단기간 내에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집행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간과됐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 중인 국민은 약 1000만 명에 불과하다"며 "국민이 지원금을 지급받기 위해 카드나 지류 형태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스스로 신청하고 발급받아야 하는데, 디지털에 취약한 분들이 온라인 신청에 어려움을 겪거나 주민센터 등지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고 말했다.
또 "공급 측면에서도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대량의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큰 혼란과 국민 불편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며 "상품권 가맹점 분포 또한 지역마다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면 4개월의 기간 동안 13조 원 규모의 상품권이 소비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장관은 "야당은 민생경제의 위기 극복에 입법취지가 있다고 하지만 민생의 어려움은 각자의 사정에 따라 상이하다"며 "일률적인 현금성 지원은 일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며 현 상황에서는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처방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는 강도 높은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건전재정 기조를 확립하고 절감한 재원은 약자복지와 민생경제를 위해 적극 활용하는 등 세심하게 재정을 운용하고 있다"며 취약계층의 생계 안정을 위해 기초생활보장제도를 강화했으며 총 25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통해 경영여건에 따라 맞춤형 지원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과은 마지막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정부 이송을 앞두고 있다"며 "법률안이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의요구를 건의해 행안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재석의원 187명 중 찬성 186명, 반대 1명으로 민생위기극복금 특별법을 처리했다. 반대표를 던진 1명은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다. 법안에 반대했던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민생회복지원금법은 이재명 전 대표가 대표발의한 민주당 '당론 1호' 법안으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지역사랑상품권을 소득 수준에 따라 25만~35만 원 사이에서 지급하는 게 골자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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