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 25만원 지원법' 국회 통과…정부 "일방처리 유감" 거부권 수순

세종=박광범 기자, 안채원 기자, 김온유 기자 2024. 8. 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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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효과 크지 않고 3권분립 원칙 어긋나"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대안)이 재적 300인, 재석 187인 중 찬성 186인, 반대 1인으로 통과되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국민 1인당 25만~3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을 지급하는 내용의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단독으로 처리한 데 대해 정부는 유감의 뜻을 나타냈다. 정부는 일률적 현금성 지원은 일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단 입장으로 법안이 정부로 넘어오면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을 갖고 "법률안이 일방적으로 처리된 점에 대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하며 정부는 그간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법률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다시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또 "재정당국을 비롯한 정부의 동의도 없고 사회적 공감대도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법률안이 세밀한 심사조차 거치지 않은 채 국회 내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다"고도 비판했다.

앞서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를 열고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 제정안'(민생회복지원금법)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법안 처리에 반대해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진행했던 국민의힘은 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 법은 민주당의 22대 국회 1호 당론 법안이자 이재명 전 대표의 총선 공약이다. 전 국민에게 25만∼35만원의 지원금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 핵심이다. 소요 예산은 13조원대로 추산된다.

민주당은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민생회복지원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정부여당은 들어가는 돈에 비해 민생회복 효과는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일시적으로 소비를 촉진시킬 순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단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빚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생회복지원금법과 관련, "지원 효과가 일시적이고 임시방편이라 생각한다"면서 "재원 조달을 위해 미래세대에 부담을 전가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민생 어려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수출 호전 속에서도 내수와 경제 여건은 녹록지 않아 정부가 (민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단 (국회의) 인식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일률적인 현금성 지원은 부작용이 우려되는 미봉책"이라고도 했다.

이 장관 역시 "현재 지역사랑상품권을 사용 중인 국민은 약 1000만명에 불과해 대부분의 국민이 지원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먼저 카드나 지류 형태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스스로 일일이 신청하고 발급받아야 한다"며 "디지털에 취약한 분들이 온라인 신청에 어려움을 겪거나 주민센터 등지에서 오랜 시간 대기하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또 "공급 측면에서도 3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대량의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꺼워 큰 혼란과 국민 불편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며 "상품권 가맹점 분포 또한 지역마다 차이가 있음을 감안하면 4개월의 기간 동안 13조원 규모의 상품권이 소비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 법안이 법 시행일로부터 3개월 이내 지원금을 지급하도록 정하면서 입법부가 행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하는 등 위헌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이날 "13조원의 재원이 소요되지만 재원에 비해서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상 삼권분립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예상 편성권은 정부에 있는데 법률을 통해 행정부의 예산을 강제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비판했다.

이 장관도 "본회의를 통과한 법률안은 정부 이송을 앞두고 있다"며 "법률안이 이송되면 대한민국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재의 요구를 건의해 행정안전부 장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야권이 '의석수'로 밀어 붙이고 여당은 '필리버스터',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으로 맞서며 법안이 '폐기'되는 수순이 또다시 재연될 전망이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김온유 기자 ony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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