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 맞은 K조선…컨선 수주도 노린다
부진 예상 깨고 증가로 전환
LNG·LPG선 호황에 이어
컨테이너선 발주 28% 늘고
선가 올라 고부가 대열 합류
국내 조선업계가 넉넉한 수주 잔량과 높은 선가로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올해 글로벌 선박 발주량까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낮은 수익성으로 수주 대상에서 후순위였던 컨테이너선의 발주와 선가가 살아나면서 업계가 다시 수주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2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글로벌 신조선 발주량은 총 1223척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선박 발주량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 전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조선업이 강점을 보이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총 69척 발주돼 지난해 발주량(66척)을 이미 추월했으며,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 발주량도 84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 늘었다. 특히 컨테이너선 발주량도 144척으로 같은 기간 28% 증가했다.
이에 따라 이미 3~4년치 일감을 쌓아두고 있는 국내 조선 3사의 '선별 수주' 전략이 더욱 탄력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LNG 운반선 수요가 지난해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올해 전체적인 선박 발주량이 저조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년 대비 양호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선가도 높게 유지되고 있어서다.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선가(새로 건조하는 선박 가격)지수는 지난달 26일 기준 187.98로 역대 최고치인 191.6(2008년 9월)에 근접한 상태다.
특히 국내 조선업계가 그동안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외면했던 컨테이너선의 선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선별 수주 대상에 오르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 운반선과 암모니아 운반선(VLAC) 외에 '대형 컨테이너선'도 수주를 노려볼 만큼 수익성이 올라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초대형으로 분류되는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의 선가는 지난해 말 2억3500만달러에서 올해 7월 말 2억7200만달러로 15% 뛰었다. 대형으로 분류되는 1만5500TEU급 컨테이너선도 지난해 말 1억6850만달러에서 올해 6월 말 1억9900만달러로 18% 증가했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내 조선업계는 여유로운 수주 잔량을 보유하고 있어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컨테이너선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2021~2022년 코로나19로 인한 해상 물류 대란 당시 고운임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바탕으로 발주를 대폭 늘리면서 향후 추가 발주 수요가 크게 둔화될 것으로 전망됐던 선종이다. 발주량도 2021년 631척에서 지난해 198척까지 줄었다. 그러나 올해 들어 홍해 사태가 수에즈 운하 통항에 지장을 초래하면서 급등한 운임이 상황을 반전시키고 있다. 연초 대비 해상 운임이 2배 가까이 늘며 곳간이 넉넉해진 해운사들이 컨테이너선 투자에 나서면서 발주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선가와 발주 모두 회복의 불씨를 보이면서 국내 조선업계는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수주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HD한국조선해양은 세계 3위 해운사 CMA-CGM으로 추정되는 유럽 선사로부터 1만5500TEU급 컨테이너선 12척을 총 3조6832억원에 수주했다. 척당 단가도 지난 6월 말(약 2700억원)보다 10% 이상 높았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에 더해 8000TEU급 컨테이너선 6척에 대한 추가 수주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도 2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현재 친환경 컨테이너선에 대한 수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컨테이너선을 단 한 척도 수주하지 않은 한화오션의 태도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진행된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로 수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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