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루프 갈등에 일손 놓은 국회, 여야 출구전략 만지작

김훈남 기자, 김성은 기자, 정경훈 기자 2024. 8.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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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대안)이 국민의힘 불참 속에서 재적 300인, 재석 187인, 찬성 186인, 반대1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4.8.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22대 국회가 '쟁점법안 강행-필리버스터-거부권-폐기'의 무한루프에 갇혔다. 올해 5월 개원 이후 4달째에 접어들었지만 실질적인 성과없이 정쟁만 벌이며 정치에 대한 피로감만 키우고 있다.

거대 야당은 의석수로 입법을 밀어붙이고 108석의 여당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와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에 기대 저항하고 있다. 양측 모두 국회파행의 원인을 상대 진영에만 돌리면서도 뚜렷한 해법은 내놓진 못하는 상황이다. 양당 내부에서는 현 대치 정국의 출구전략을 짜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강제 종료된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는 22대 국회 개원 이후 여섯번째 사례다. 국민의힘은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상정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신청, 22대 국회는 개원 3달만에 일곱차례 필리버스터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필리버스터가 법안 처리 자체를 막을 수 있는 수단은 아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는 회기를 마치면 자동으로 끝나고 대상 법안은 다음 회기에서 먼저 표결해야 한다. 또 시작 24시간 이후에는 재적인원 5분의 3 동의로 필리버스터를 종결할 수 있다. 야권은 앞서 진행한 '채상병 특검법'과 '방송4법' 등 필리버스터에서 곧바로 종결동의서를 제출하고 24시간뒤 강제종료 후 법안 표결이라는 전략으로 대응해왔다. 108석 의석수만 갖고 있는 여당으로선 법안 처리를 하루 지연하는 게 최선이란 얘기다.

법안을 밀어붙이는 야당도 실제 법 시행까지 이끌어 낼 수단은 없다. "여야합의 없는 법안에 대해선 재의요구권을 적극행사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대통령 거부권-재표결 부결 후 법안 폐기가 반복되고 있다.

재표결된 법안을 다시 정부로 보내려면 재적인원의 3분의 2이상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 8표이상 이탈표가 있어야 한다. 여당 내부에서 찬성 의견이 있던 채상병 특검법에서도 이같은 이탈표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재표결 통과를 기대하긴 무리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서영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안(대안)에 반대하는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의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되는 도중 국민의힘 의원들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2024.8.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여야는 결국 결론이 정해진 상태에서 소모성 논쟁만 이어가는 중이다. 필리버스터 와중에도 상대 의원에게 욕설을 포함한 원색적 발언이 나오거나 발언대 밖 야유와 삿대질 등이 연출됐다. 2일에는 국회 본회의장에 견학 온 초등학생들이 필리버스터 발언권을 놓고 여야 의원이 논쟁을 벌이는 모습만 보다 돌아가는일도 벌어졌다. 이 가운데 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향해 "민생을 외면한다"며 공세를 펴고 여당은 "민주당 등 거대 야당이 의석수로 입법 폭거를 한다"고 비판한다.

여야 내부에서도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미 국민의 정치피로감이 극에 달한데다 야당은 입법강행, 여당은 필리버스터·거부권만 반복할 수는 없다는 논리다.

여당의 최다선인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의원총회에서 25만원 지원법에 대한 필리버스터 반대의견을 냈다. 법안에 반대하더라도 25만원 지원법이 나온 배경, 즉 고물가 상황에서 민생 지원을 위한 대안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 의원은 이에 대해 "우리 당이 대안을 제시한다든지 해야지 이걸 필리버스터를 하는 건 잘못된 것 같다"며 "많은 의원들이 공감하시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의 한 다선 의원은 "집권여당이 먼저 민생법안을 챙기는 모습 보이고 야당도 따라가야 한다"면서도 "채상병 특검법의 경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제3자 추천안 등은 여당과 논의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선 여당의 특검안은 절대 받으면 안된다고 하는데 그런 강경일변도 목소리는 도움이 안된다"며 "채상병 특검법 협의 등에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으로선 대통령의 거부권에만 기댈 수 없으니 필리버스터로 법안 저지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수단 밖에 없다"며 "야당은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속되는 한 의석수를 통한 밀어붙이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의석수가 많다고 지금의 야당처럼 상임위에선 탄핵만, 본회의에선 단독표결만 하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야당이 여러면에서 자제를 해야하는 상황인데 결국 사법부에서 어떤 방향이든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결론을 내야 이번 대치정국이 바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김훈남 기자 hoo13@mt.co.kr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정경훈 기자 straight@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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