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삼크사 포커스] 단 하나의 팬을 위한 여주FC의 특별한 세리머니

배웅기 2024. 8. 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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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배웅기 기자= 2017년 창단해 올해로 7주년을 맞이한 K3리그 여주FC.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여주는 숱한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2020년에는 돌연 해체 통보를 받아 서포터즈 차원에서 반대 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리그 재참가가 확정된 2021시즌에는 시 차원의 재정 지원 없이 시민과 기업, 단체 후원으로 구단을 운영하며 '불멸의 축구단'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모진 풍파를 거쳐온 여주는 2023 K4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오랜 설움을 떨쳤다. K4리그 만년 하위권으로 메인스트림과 거리가 다소 멀었던 여주는 참가팀 중 유일하게 20승 고지를 밟았고, 10월 치러진 대구FC B와 '사실상 결승전'을 1-0으로 잡아내며 일찌감치 K3리그 승격을 확정 지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자타공인 여주 1호 팬' 홍현희 씨가 있었다. 50년 넘게 여주에서 살아온 홍 씨는 구단 창단 이래 홈, 원정을 가리지 않고 여주 경기를 찾아 팀의 승리와 성장을 위해 목소리를 높였다.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여주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오기도 한 홍 씨는 구단 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인사'다.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달 28일, 경주시민운동장에서는 경주한수원FC와 여주의 2024 K3리그 20라운드 경기가 펼쳐졌다. 시흥시민축구단과 압도적 선두권을 구축한 경주와 12위 여주의 한판 승부에서 경주의 패배를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이날 여주 선수단은 단 한 명의 팬을 위해 이기고야 만다는 정신으로 무장했고, 최용준의 선제골과 곽효건의 쐐기골에 힘입어 2-0 승리라는 이변을 일으켰다.

득점 직후 벤치로 달려간 두 선수는 누군가를 향한 메시지가 쓰여있는 티셔츠를 들어 올리며 세리머니를 즐겼다. 티셔츠에는 '1호 서포터즈 홍현희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최근 건강 문제로 투병생활을 시작하게 된 '여주 1호 팬' 홍 씨에게 전하는 선수단의 진심이었다.



K3리그 역시 휴식기에 접어든 지난 31일 스포탈코리아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홍 씨는 승리의 진한 여운을 여전히 지우지 못했다. "평소에는 골 넣어도 가슴 졸이며 봤는데 (경주전은) 이길 수 있다는 확신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문을 연 홍 씨는 "사실 득점 후 선수들이 어떤 세리머니를 한 건지 잘 보지 못했다. '사랑합니다'를 보고 여자친구에게 이벤트를 해주는 건가 생각했다.(웃음) 자세히 보니 저를 위한 세리머니였다. 뜻밖의 귀한 선물에 정말 기뻤다"며 회상했다.


여주를 응원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는 "대학교를 제외하면 초중고를 여주에서 다녔고, 이후에도 오랫동안 살았다. 거의 50년을 한 지역에서 살다 보니까 자연스레 애향심이 생겼다"며 "원래는 여주와 그나마 가까운 충주험멜을 응원했다. 아시다시피 2017년 충주가 해체됐고, 마침 여주에 제 고향 제 팀이 생겼다. 처음에는 인스타그램 같은 소통 창구가 마련돼있지 않아 제가 계정을 만들고, 동영상을 촬영하면서 홍보에 열을 올렸다"고 밝혔다.

이윽고 말을 잠시 멈칫한 홍 씨는 "예전에 투병생활을 3년 정도 했는데 요 근래 다시 안 좋은 상황이 됐다. 힘든 실정에도 응원 다니고,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서 힘을 많이 얻었다"며 "경주전 당시에 체감온도가 38도였다. 홈, 원정 가리지 않고 다니고 있지만 팬보다는 직접 뛰는 선수가 더욱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고 여주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다면 홍 씨가 '여주 1호 팬'으로서 꿈꾸는 미래는 무엇일까. 홍 씨는 "감사하게도 저를 1호 팬이라고 해주셨지만 여주 시민이라면 모두가 1호 팬 아닐까 한다. 여주가 언젠가 K리그2에서 경쟁하는 모습을 보고 싶고, 나아가 축구로써 지역이 활성화돼 여주 도자기나 쌀 같은 특산품도 더욱 유명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제가 농사를 짓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말아달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홍 씨는 여주FC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었으면 한다는 작은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홍 씨는 "사람이 살다 보면 작건 크건 어려움이 찾아오기 마련"이라며 "그럴 때마다 좌절하지 말고, 누군가 나를 응원하고 생각해 주고 있다는 걸 떠올려서 이겨냈으면 한다. 이번에 선수들이 그 메시지를 잘 전달해 준 것 같다. 선수단 또한 누구 하나 다치지 않고 시즌을 잘 마무리할 수 있길 진심으로 응원하겠다"고 이야기했다.

사진=여주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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