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식·대표연설도 못했다···탄핵·청문회 속 협치 실종된 7월 국회
7월 임시국회가 여야 강 대 강 대치 속 개원 기념식도 하지 못한 채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막을 내리게 됐다. 여야는 시종일관 정쟁으로 얼룩진 국회의 책임을 상대의 탓으로 돌리기 바빴고 협치는 찾아볼 수 없었다.
2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달 5일 시작한 7월 임시국회 회기는 오는 3일 자정(4일 0시)에 종료될 예정이다. 당초 지난달 5일 열릴 것으로 예상됐다 정국 급랭으로 보류된 22대 국회 개원 기념식은 추후 일정 조차 다시 잡지 못한 채 7월 임시국회가 끝나게 됐다.
여야 강 대 강 대치 상황은 지난달 2~4일 임시국회에 앞서 진행한 대정부질문부터 예고됐다. 2일 더불어민주당 등을 포함한 야권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상정된다는 소식에 여당 의원들은 우원식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했다.
2일 오후 어렵사리 열린 대정부질문도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정신나간 국민의힘 의원들'이란 발언으로 파행했다. 김병주 의원은 국민의힘이 논평에서 '한미일 동맹'을 쓴 것을 비판하며 이같이 발언했다. 이후 본회의장에 있던 국민의힘은 사과를 요구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채상병 특검법이 상정된 3일에는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 카드를 꺼내들었다. 여당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에 반대해 24시간 무제한 토론으로 맞섰고 야권은 토론이 종결된 직후 즉시 표결에 임해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여당은 채상병 특검법 처리는 협의된 안건 상정이 아니라며 크게 반발, 5일 국회 개원 기념식 불참을 선언했다. 이후 8~9일 예정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무기한 보류됐다.
이런 상황 속 열린 7월 임시국회는 시작부터 가시밭길을 걸었다. 지난달 대통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즉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고 풀리지 않는 여야 대치 상황 속 본회의 일정 합의조차도 난항을 겪었다.
야당은 7월 임시국회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방송4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방송통신위원회법 개정안) △전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 처리를 예고했고 실제 이 기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어 야권 주도로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노란봉투법 등을 줄줄이 의결돼 본회의로 올랐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여야 이견이 컸던 방송 4법을 두고 지난달 17일 급기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여야 모두 시간을 갖고 "방송법 논의를 위한 여야 범국민 협의체를 구성하자"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19일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문재인정부에서도 현행법에 따라 공영방송 이사진이 임명돼왔다. 공영방송 선임 일정 중단의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중재안을 거부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25일 7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가 열렸다.
우선 채상병 특검법이 재표결에서 의결 정족수 미달로 최종 부결·폐기됐다. 같은 날 곧바로 방송4법이 차례로 상정되면서 여당으로부터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장장 5박6일간의 필리버스터가 시작됐다.
지난달 29일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총 13시간12분 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해 2020년 12월 윤희숙 국민의힘 전 의원이 세웠던 기록(12시간47분)을 갈아치웠다. 지난 1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이 상정되며 여당의 필리버스터가 재개됐는데 이 과정에서 박수민 국민의힘 의원이 15시간 50분간 '밤샘 토론'해 김용태 의원의 기록을 불과 나흘 만에 깨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종료 후 전국민 25만원 지원법안도 야권 주도로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야권은 또 지난달 31일 취임한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탄핵소추안(탄핵안)을 발의해 통과시켰다.
국회 상임위 곳곳에서도 여야는 진통을 겪었다. 지난달 19일,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발의 요청 국민동의 청원 1·2차 청문회'를 열었다. 여권은 "이번 청문회는 위법적 청문회"라고 주장했고 야권은 청문회에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 관계자들, 이원석 검찰총장 등 주요 증인이 불출석했음을 들어 용산 대통령 관저를 찾아 규탄대회를 열기도 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 자격 심사를 위한 청문회도 지난달 이례적으로 사흘간(24~26일) 열리며 여당은 "청문회가 체력 테스트로 변질됐다"고 비판했고 야권은 "이진숙 후보자는 인사청문회가 아니라 사법기관으로 가야 할 정도로 기본이 안됐다"고 지적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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