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거꾸로 먹는 아버지·무섭게 성장하는 아들…최경주 부자의 동상동몽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8. 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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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투어 챔피언스·美 아마 대회 나란히 정상 최경주 父子
최경주, 더 시니어 오픈 정상
생애 첫 메이저 우승감격 맛봐
“아들과 경쟁하려고 몸 관리”
듀크대학교 골프부 아들 최강준
하루전날 아마추어 대회 제패
“아버지 이어 PGA 정상 목표”
최경주(왼쪽)가 듀크대에 재학 중인 아들 최강준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 최경주와 최강준은 PGA 투어에서 함께 활약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강준
지난 7월 28일과 29일은 최경주 부자에는 평생 잊지 못할 특별한 주말이었다. 아버지 최경주가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챔피언스 메이저 대회 더 시니어 오픈 정상에 오르고 아들 최강준이 콜 코튼 스테이츠 아마추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루 간격으로 우승컵을 들어올린 최경주 부자는 “초이스 위크(Chois’ week)라고 축하 메시지를 많이 받았는데 기분이 정말 좋다. 집에서 동반 우승 축하 파티를 하기로 했는데 벌써부터 기대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최경주는 한국 남자골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한국 선수로는 처음 PGA 투어에 진출했던 그는 수많은 기록을 작성했다. 2001년 한국인 첫 PGA 투어 챔피언이 된 그는 PGA 투어 최다승(8승), PGA 투어 챔피언스 첫 우승에 이어 PGA 투어 챔피언스 첫 메이저 챔피언까지 자신의 이력에 추가했다. 지난 5월에는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만 54세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 보유자가 됐다.

20년 넘게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노력이다. 최경주는 지금도 만 54세라는 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연습장과 체육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최경주는 “잠깐이라도 멀리할 수 없는 게 골프다. 곧바로 성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프로 골퍼에게 연습은 필수”라며 “그동안 수십만개가 넘는 공을 쳤지만 지금도 연습하는 게 즐겁다. 내가 좋아하는 골프를 원없이 칠 수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에 철저한 자기관리도 만 54세의 나이에 아들뻘 선수들과 경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최경주는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술과 담배, 탄산음료 등 몸에 좋지 않은 것들은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

최경주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하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다. 프로 골퍼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절제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며 “은퇴하기 전까지는 지금과 동일하게 생활할 수밖에 없다. 내 이름 앞에 자신 있게 프로 골퍼를 내세울 수 있도록 앞으로 더 몸관리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인터내셔널 팀(유럽 제외)과 미국 팀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 부단장을 비롯해 프로 골퍼로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이룬 최경주가 젊은 선수들처럼 연습에 매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들 최강준과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최경주의 차남인 최강준은 미국 골프 명문 듀크대학교에서 프로 골퍼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최경주는 “지금으로부터 5년 전에 강준이와 함께 PGA 투어를 누비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듀크대에 3학년에 재학 중인 강준이가 졸업하고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야 하는 만큼 유효기간을 20년으로 잡았다”면서 “앞으로 15년 더 현역으로 활약해야 하기 때문에 술과 탄산음료 등을 끊고 몸관리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다. 혼자 막연하게 생각했던 ‘PGA 투어 동반 출전’이 조금씩 현실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최경주(왼쪽)가 듀크대에 재학 중인 아들 최강준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최경주와 최강준은 PGA 투어에서 함께 활약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최경주 재단
최강준은 아버지 최경주가 더 시니어 오픈 정상에 오르기 하루 전인 지난 7월 28일 콜 코튼 스테이츠 아마추어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최강준은 아버지와 하루 차이로 우승한 것에 대해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아버지가 그토록 바라던 메이저 우승을 차지해 정말 행복하다. 50세가 넘어서도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계속해서 전진하는 아버지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비롯해 욘 람(스페인), 잰더 쇼플리(미국) 등 PGA 투어 최고의 선수들이 거친 미국 대학 골프 리그에서 활약 중인 최강준이 골프를 시작한 건 10세 때다. 야구에 푹 빠졌던 그가 야구 선수가 아닌 프로 골퍼가 되기로 마음먹은 이유는 아버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였다.

최강준은 “프로 골퍼인 아버지가 야구장에 가기 위해서는 따로 시간을 내야했다. 하지만 내가 골프를 치면 아버지와 하루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어 프로 골퍼의 길을 걷게 됐다”며 “아버지와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어 시작한 골프가 이제는 내 인생의 전부가 됐다. 아주 가끔 후회할 때도 있지만 골프를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골프를 즐기면서 쳐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최강준이 공이 끝에서 살짝 오른쪽으로 휘는 페이드를 구사하고 벙커에서 홀 주변에 붙이는 모습을 보면 최경주가 단 번에 떠오른다. 최경주는 “부전자전이라는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아버지와 함께 연습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페이드가 주구질이 됐다”며 “벙커샷을 잘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버지 만큼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드라이버 샷 거리 하나 만큼은 아버지보다 더 멀리 나간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버지의 DNA를 물려받은 최강준은 ‘PGA 투어 부자 선수’라는 아버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 최강준은 “PGA 투어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골프를 하면 할수록 20년 넘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아버지가 대단한다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PGA 투어 정상에 오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최강준이 아버지와 함께 출전하고 싶은 대회는 파더 앤 선 챌린지(Father&Son Challenge)로 알려진 PNC 챔피언십이다. 최강준은 “PGA 투어에서는 아버지를 경쟁자로 만나지만 PNC 챔피언십은 다르다. 한 팀을 이뤄 순위 경쟁을 펼칠 수 있는 만큼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언젠가는 꼭 아버지와 함께 PNC 챔피언십 정상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최경주의 아들 최강준은 아버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프로 골퍼가 되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사진은 2017년 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아버지 최경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최강준. 최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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