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영국이 세계를 제패한건 ‘이 남자’의 뇌에서 비롯됐다 [공부 뇌 만들기 프로젝트]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이 한 말입니다. 여러분도 익히 잘 아는 경구이지요. 이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나요?
여러분도 살면서 뭘 몰라서 당황한 적이 꽤 있을 겁니다. 저도 그런 경우가 참 많았습니다. 특히 다른 사람은 다 알고 있는데 저만 모르는 경우이지요. 자신만 바보가 된 느낌입니다. 이 경우 아는 것이 힘이라는 것을 누가 말하지 않아도 스스로 절감합니다.
특히 공부할 때는 정말 아는 것이 힘인 것 같아요. 우리 학습환경에서는 얼마나 많이 그리고 잘 아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시험이다 보니 죽으라고 배워서 뇌에 많은 지식을 차곡차곡 쌓아두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래야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육현실에서는 확실히 많이 아는 것이 힘인 것 같습니다.
또 요즈음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어제의 지식이 오늘 구닥다리가 되어버리고,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생겨나니 우리는 열린 마음으로 지속적으로 배우고 기술을 습득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아는 것이 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말의 본래 뜻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는 거 아십니까? 어쩌면 이 말처럼 오해가 많은 말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의 뜻은 우리가 자연을 탐구하는 방법의 하나로 신귀납법(New induction)이라는 정신적 도구를 사용할 줄 알면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겁니다. 그리 적절한 비유는 아니지만 우리가 신귀납법이라는 도구, 즉 곡괭이를 가지고 있으면 자연이라는 광산에서 엄청나게 많은 금을 캐낼 수 있다는 정도로 일단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프랜시스 베이컨이 주장하는 신귀납법은 도대체 어떤 정신적 도구일까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기존의 귀납법은 무엇이길래 거기에 자신은 ‘신(新)’자를 붙여서 신귀납법이라고 했을까요?
우리는 귀납법이 무슨 뜻인지는 대충 압니다. A라는 사람이 죽고, B라는 사람도 죽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C라는 사람도 죽는다면 우리는 ‘모든 사람은 다 죽는다’ 라고 일반화를 할 수 있습니다. 이와같이 개체로부터 전체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귀납법(Induction) 입니다.
그 반대로 ‘모든 사람은 다 죽는다’ 라는 전제로부터 우리는 A라는 사람도 죽고, B라는 사람도 죽고,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C라는 사람도 죽는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전체로부터 개체를 이끌어 내는 것이 바로 연역법(Deduction)입니다.
그렇게 되면 그가 주장하는 신귀납법은 귀납도 아니고 연역도 아닌 것은 분명한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논리일까요? 여기서 잠시 옆 길로 새어 봅시다. 우리는 논리하면 대개 나와는 상관없이 외부에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명제들의 순차적 나열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논리를 우리 뇌 안으로 들어온 감각 데이터를 뇌가 처리하는 방식으로 보려고 합니다. 일종의 우리 뇌 안에 깔려 있는 인지처리 방식, 즉 사고의 법칙으로 보겠다는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 뇌안에 다양한 논리, 인지처리방식을 깐다면 우리 뇌의 인지역량이 점점 업그레이드가 될 것입니다. 저는 그 일환으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논리를 알아보고자 합니다. 우리 아이를 크게 잘 키우는데 꼭 필요한 논리인 것 같습니다.
그는 ‘노붐 오르가눔(Novum Organum)’ 이라는 책을 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신기관’이라는 말로 소개되고 있는데, 그냥 ‘새로운 도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는 그의 책 2부에서 경험을 통해서 대상의 본질을 찾아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는 영국의 경험론적 전통에 서 있기는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궤를 달리하고 있습니다.
그가 문제를 삼은 것은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인간의 경험이라는 것은 각자 자신의 주관적인 감각에 의존하고 있고, 그러다보니 인간의 뇌는 자신의 주관적인 감각을 통해서 들어온 데이터를 가지고 인지처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인지처리를 한다는 것은 생각하고 판단한다는 겁니다. 그의 관심사는 주관적인 감각을 통해서 들어온 데이터를 인지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주관을 넘어서 대상의 본질을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알 수 있느냐는 겁니다. 나중에 이 문제를 자신의 방식으로 해결한 공로로 그를 ‘근대과학의 아버지’ 라고 까지 부르기도 합니다.
그는 전통적인 귀납법은 개미처럼 재료를 모으는 일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하면서 이 방법을 활용하는 기존의 영국의 경험론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또 연역법을 사용하여 거미가 거미줄을 짜듯 모든 것을 안으로부터 끌어내는 대륙의 합리론도 동시에 비판하면서 그 자신만의 고유한 과학적 방법론으로 자신의 신귀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신귀납법을 한번 들여다 볼까요.
10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어떤 사람의 손이 객관적으로 따뜻한지 차가운지를 실험한다고 해봅시다. 악수를 한 후 참가자들 가운데 6명은 따뜻하다고 했고, 3명은 차갑다고 했으며, 나머지 1명은 미지근하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질문 들어갑니다. 그렇다면 그 사람의 손은 객관적으로 차가운가요 아니면 따뜻한가요?
여기서 우리가 흔히 빠지기 쉬운 함정이 바로 다수결의 원리입니다. 우리는 아무 생각없이 다수인 6명의 뜻에 따라 따뜻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다수결은 자신의 주관적 손끝 온도에 따라 상대를 따뜻하다 또는 차다 또는 미지근하다라고 평가한 단순한 양적 지표에 불과합니다. 한 마디로 극히 주관적인 지표라는 겁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전통적인 의미의 귀납법은 자칫 양적 귀납으로 흐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첫째, 열이 어디에 있느냐 입니다. 열이 있는 긍정사례를 모으는 것이 첫번째 임무입니다. 예를 들면, 태양 아래 있는 바위에는 열이 있습니다. 또 불을 땐 방에는 열이 있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의 몸에도 열이 있습니다. 이처럼 열이 있는 긍정 사례들을 나열합니다.
둘째, 열이 어디에 없느냐 입니다. 열이 없는 부정사례를 모으는 것이 두번째 임무입니다. 예를 들면, 그늘 아래 바위에는 열이 없습니다. 또 불을 때지 않는 방에는 열이 없습니다. 죽은 사람의 몸에도 열이 없습니다. 이처럼 열이 없는 부정 사례들을 나열합니다.
셋째, 위에 제시한 대상들을 살펴보면 그 대상에 열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바위에는 열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지요. 이 경우 열이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면 바위는 열과 상관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바위는 열과 상관이 없으니 열 연구 대상에서 제외를 해야 합니다. 방과 몸도 열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니 마찬가지로 열과 상관 없어서 제외를 해야 합니다. 수학 방정식에서 소거법칙이 바로 이 원리에 기초해 있습니다.
위에서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면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머리에 확 와닿지 않을 것 같아서 좀 돌아가는 느낌은 있지만 하나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 말 뜻을 되새겨본 후 넘어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참고로 다음의 이야기는 실제가 아니라 지어낸 것입니다.
A라는 사람이 B라는 사람을 죽이는 바로 그때 C라는 사람이 그 현장을 목격했다고 합시다. C는 증인으로 불려와 법정에 섰습니다. 살인을 저질렀을 것으로 추정되는 A라는 사람의 변호인은 목격자를 상대로 신문을 진행했습니다. 당신이 살인을 현장에서 목격한 것이 맞는지를 물으니 맞다고 했습니다. 그 날 보름달이 떠 있었고, 현장 바로 옆에 가로등이 밝혀져 있어서 살인을 저지르는 순간 피해자의 선혈이 낭자한 것을 직접 눈으로 보았는지 물으니 그렇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때 살인현장과 거리가 겨우 30m도 채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을 선명히 보셨게네요 라고 하니 그렇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피고인 A는 자신의 변호사가 진짜 자신의 변호사가 맞는지 의심이 들었습니다. 증인과 한 편이 되어 자신을 완전히 살인자로 몰아 가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곧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그 변호사는 잠시 휴정을 요청한 후 다시 돌아와서 이 목격자는 위증을 하고 있다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살인이 일어난 날을 특정하면서 그날은 그믐이어서 달이 없었고, 현장 주위에는 가로등도 없어서 캄캄했다고 하면서 거기 현장사진까지 제시했습니다. 변호인은 증인에게 이 사실에 동의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증인은 뭔가에 홀린 듯 할 말을 잃어버렸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네 라고 했습니다. 이어서 변호인은 법정에서 불을 완전히 끄도록 요청을 한 후 그 당시 어두운 상태와 똑같이 재현하여 30m 떨어진 거리에서 선혈이 낭자한 것을 보는 것이 가능한지를 증인에게 대답하도록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증인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이처럼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하게 하면 진술의 일관성이 떨어져 증인이 한 진술의 증거능력이 상실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그 증언은 본 사건과 상관이 없어져 제외될 수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는 변호사가 증인의 진술에 모순이 생기도록 의도적으로 유도한 측면이 있습니다. 유도심문을 한 것이지요. 이처럼 한 사람의 진술에서 모순을 끌어내면 그 사람의 말은 신뢰를 할 수 없어서 제해버릴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돌에 열이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면 돌은 열하고 상관이 없게 되어 제해버릴 수 있습니다.
넷째, 각 대상에서 열과 상관이 없는 것을 계속 제하고 나면, 이제 각 대상의 질적 공통 성질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그렇게 해서 열의 본질을 찾았습니다. 어떤 물체든 열이 있으면 그 대상의 부피가 팽창을 한다는 겁니다. 여기서 팽창시키는 열의 작용이 위에서 제시한 각 대상들의 질적인 공통적 성질이라는 것입니다. 그는 전통적인 귀납법처럼 단순히 경험 데이터를 모아서 일반화한 것이 아니라 반드시 4단계의 과정을 거쳐 대상의 질적 성질을 찾아내야 한다고 본 것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을 넘어 대상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에 도달하게 할 수 있는 지적 도구가 바로 신귀납법이라는 겁니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귀납법과는 확실히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든지 이 지적 도구를 가지면 자연을 지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는 것이 그가 말하는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뜻입니다. 원래 ‘아는 것이 힘이다’는 라틴어 ‘Scientia est potentia’으로 되어 있는데 이 말을 문자 그대로 번역하면 ‘과학이 힘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했다면 오히려 이 말에 대한 오해가 덜 했을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영국은 작은 섬나라에 불과했지만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러한 신귀납법적인 지적 토양 위에서 자연을 정복하는 것을 넘어 전세계를 제패하여 해가 지지 않는 나라, 요즈음 언어로 표현하면 초일류국가가 되었습니다. 물론 이 한 가지 변수 때문에 영국이 세계를 제패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중요한 변수임은 분명한 듯 합니다.
영국이 세계를 제패하는데 신귀납법이 상당부분 기여를 했다고 생각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인류 근현대사를 움직여 온 강력한 세 가지 지적 엔진이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근대과학, 자본주의, 민주주의라는 인류가 만든 최고의 정신적 발명품 입니다. 각 엔진은 그 자체만으로도 인류 역사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지만 이 셋이 상호작용하면서 강력한 시너지를 만들어 냈습니다.
실제로 과학적 발견에 기초한 기술혁신은 지금도 자본주의를 이끌어가는 강력한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술혁신을 주도하는 실리콘밸리와 자본주의의 꽃인 월 스트리트는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습니다. 또 자본주의가 추구하는 극단의 가치인 효율성은 자유경쟁에 기초를 하고 있는데 이 또한 자유민주주의가 밑에서 받쳐줄 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지금도 이 삼두마차가 인류 역사의 거대한 수레바퀴를 미래로 향해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 중에 하나의 말만 빠져도 역사의 수레바퀴는 앞으로 가지 못하고 심지어 퇴행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증명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 이 세 발명품이 동시에 발견되어 꽃을 피운 곳이 바로 영국이라는 것입니다. 그 지적 토양의 원천이 바로 프랜시스 베이컨의 신귀납법이라는 겁니다. 물론 그 또한 그 시대와 그 문화의 압축된 산물이기도 하겠지만 말입니다.
위에서 밝힌 것처럼 신귀납법은 근대과학의 방법론으로 중추적 역할을 했으며, 동시에 여야의 대립된 의견에 경도되지 않고 민의, 즉 전체 국민의 뜻을 찾아내는 민주주의의 핵심 작동 원리가 되었으며, 개별 소비자의 주관적 선호로부터 공통의 수요, 즉 시장을 찾아내는 데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습니다. 특히 비즈니스 모델을 만드는데 정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모두 다 신귀납법에 기초를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처럼 영국은 신귀납법이란 강력한 지적 도구를 가지고 근대과학, 민주주의, 자본주의 원리를 개발하고 꽃을 피우면서 이 제도를 바탕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정복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초일류국가가 되려면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 반드시 이러한 지적 무기를 뇌에 탑재해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이 글을 마무리하면서 지난번 글, ‘합격하지 않을 수 없는 면접 비책 : 고등인지역량’ 편에서 마지막에 냈던 문제를 기억하는지요?
‘어떤 프로젝트를 추진할지 여부를 놓고 찬성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이 수적으로 거의 팽팽한데 찬성이 조금 더 많습니다. 여러분이 기업이나 공기관 등의 지도자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수적으로 찬성이 조금 더 많으니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쪽으로 밀어붙이겠어요? 아니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만약 찬성이 더 많아 그 쪽으로 밀어붙인다면 그게 바로 다수의 횡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민주주의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훌륭한 지도자라면 ‘양적인’ 찬반을 넘어 양쪽 다 기꺼이 찬성하는 새로운 ‘질적인’ 대안, 그게 바로 국민의 뜻인데 이것을 찾아서 제시할 수 있는 인지적 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게 바로 지도자가 갖추어야 할 고등인지역량이라고 했습니다.
이젠 답을 아시겠지요. 바로 신귀납법입니다. 우리 아이가 무엇을 추진하든지 찬성과 반대를 하는 사람 모두에게 환영을 받을 수 있는 멋진 안을 내놓을 수 있는 신귀납법이라는 고등인지역량을 갖춘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우리 아이가 장래에 최고의 지도자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안진훈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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