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중동-이슬람? 헷갈리면 안됩니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8. 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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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가득 메운 아랍인들 / 사진=DALL.E
아랍 국가에서 살다보면 우리나라에서 이쪽 이슈를 지칭할 때 보통 ‘아랍’이나 ‘중동’을 같이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보통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이 운영하는 SNS 플랫폼에서 많이 보는데, 가끔은 우리나라 언론들도 이를 혼재해서 사용하는 듯 하다. 하지만 한중일을 지칭할때 ‘동북아시아’와 ‘극동’이라고 부르는것이 미묘하게 다르듯이 이들도 마찬가지다.

중동(Middle East) 지역은 대체로 아랍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살고 이슬람을 믿는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두 용어를 혼동하기 쉬운데, 사실 중동과 아랍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중동에는 아랍어를 쓰지 않는 이란, 터키,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정확히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동이란 단어는 지리적 위치를 기준으로 하는 용어로, 유럽 사람들이 자신들의 시각에서 아시아 지역을 구분하기 위해 사용한 것이다. 그들은 극동(Far East), 근동(Near East), 중동(Middle East)으로 나누어 불렀다. 이러한 구분은 유럽 중심의 사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역의 역사적, 문화적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도 중동이라는 용어는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아랍vs 중동
먼저 둘이 어떤 개념인지를 정확히 짚고 넘어가자. ‘아랍’은 언어적이고 민족적인 개념으로, 아랍어를 사용하는 국가들을 의미한다. 현재의 아랍 연맹(League of Arab States) 회원국들은 사우디,이라크, 이집트 등을 포함한 22개국이다. 이들 국가들은 아랍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며, 꾸란 아랍어를 표준어로 삼고 있어 상호 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아랍 민족이라는 단일 의식이 강하며, 정치적 결속과 경제적 협력을 위해 아랍 연맹을 구성하고 있다.
아랍연맹을 구성하는 22개국 모습 / 사진=위키피디아
반면 ‘중동’은 지역적 개념이다. 중동 지역은 대체로 이란에서 이집트까지를 포함하지만, 그 범위는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좁게는 이란, 이라크, 시리아, 레바논, 요르단,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이집트를 포함하고, 넓게는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예멘 등도 포함된다. 북아프리카의 리비아, 알제리, 모로코까지를 중동의 일부로 보기도 한다. 이러한 광범위한 정의는 중동 지역의 다양한 언어적, 문화적 특성을 반영한다.

중동 지역에는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는 국가들도 많다. 터키는 터키어를 사용하고, 이란은 페르시아어(이란어)를 사용한다. 이스라엘은 히브리어와 아랍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따라서 이란 사람에게 “나는 너희 아랍 사람들을 좋아한다”라고 말하면 한국인에게 “나는 너희 중국인을 좋아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그 외에 현지에서 구분하는 방법들
아랍에서 비즈니스 미팅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DALL.E
중동 지역에서는 ‘메나(MENA; Middle East and North Africa)’라는 용어도 자주 사용된다. 이는 중동 지역에 북아프리카 국가들을 포함한 지역을 지칭하는데, 비즈니스 문맥에서 많이 사용된다. 예를 들어, 기업에서 중동 북아프리카 지역을 담당하는 현지 사무소를 설치할 때 ‘MENA 지역 본부’라고 부른다. 여기에 파키스탄까지 담당하면 ‘MENAP 지역 본부’, 터키를 포함하면 ‘MENAT 지역 본부’라고 한다.

또한, ‘미슈렉(Mashreq)’과 ‘마그레브(Maghreb)’라는 용어도 있다. 미슈렉은 이집트를 중심으로 해가 뜨는 동쪽 지역을 의미하며, 여기에는 이집트, 요르단, 레바논, 시리아가 포함된다. 때로는 이라크와 아라비아 반도 전체의 나라들을 포함하기도 한다. 마그레브는 이집트를 중심으로 해가 지는 서쪽 지역을 의미하며, 알제리, 리비아, 모리타니, 모로코, 튀니지를 포함한다.

이슬람은 종교적 개념으로, 중동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아랍어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이슬람을 믿는 지역과 국가는 이슬람권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이슬람권은 무슬림이 다수 거주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여기에는 중앙아시아,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민다나오 섬), 중국의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이슬람권은 중동 지역 국가들보다 훨씬 넓은 범위를 포괄한다.

이슬람 협력기구(OIC: Organization of the Islamic Cooperation)는 이슬람을 믿는 국가들 간 상호 협력을 목적으로 설립된 국제 기구로, 4개 대륙에 걸쳐 57개국이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는 유엔 다음으로 큰 정부 간 조직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을 믿는 무슬림의 인구는 약 16억 명에 이른다.

걸프협력회의(GCC)의 등장과 현재
또 하나 알고 있으면 유용한 개념이 ‘걸프 협력회의(GCC: Gulf Cooperation Council)’ 국가들이다. GCC는 아라비아 반도에 위치하며 아라비안만 인근에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바레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오만, 이렇게 6개 산유국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아랍연맹보다 GCC의 중요성이 더 커진 상태다. 중동에서 돈과 물자가 넘치는 나라들이기 때문이다.
GCC를 구성하는 6개 국가들. 모두 아랍 내 부자나라들이다. / 사진=위키피디아
GCC는 1981년에 출범한 정치-경제 분야 협력 동맹체다. 당시 주변 정세를 살펴보면 1979년 아라비아 반도와 이웃한 이란에서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 팔레비 왕정이 무너졌고, 구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으며, 1980년에는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라비아 반도에 있는 6개 산유국이 한목소리를 내기 위해 GCC를 설립했다. 설립 초기에는 안보 측면의 공동 대응과 협력이 주요 사안이었으나, 이후 경제 통합 협정 체결, 관세 동맹 및 통화 동맹 출범 합의 등 경제적 측면에서의 협력이 강조되어 유럽의 EU와 같은 경제 공동체로 발전시키려는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23년 기준으로 GCC 6개국의 GDP는 약 2조 2,000억 달러에 달하며, 인구 규모는 약 5,500만 명이다. 대한민국과 GCC는 지난 2008년부터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논의한 끝에 15년만에 지난 2023년에 극적 타결했다. 앞으로 에너지 분야를 비롯해 산업 전 분야에 걸쳐 양측간 교역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아랍과 중동의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차이를 잘 이해하면 현지 비즈니스에서도 더욱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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