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약이’는 최상의 경기력을 보였다, 다만 상대가 너무 강했을뿐...신유빈,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行

남정훈 2024. 8. 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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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천멍(중국·세계랭킹 4위)은 강했다. 졌지만, 잘 싸웠다. 한때 세계최강으로 군림했던 천멍을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쳤다.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의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단식 세계랭킹 8위 신유빈은 2일(이하 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4강전에서 천멍에 게임 스코어 0-4(7-11 6-11 7-11 7-11)로 패했다.

신유빈이 2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중국 천멍을 상대로 경기를 펼치고 있다. 뉴시스
신유빈은 전날 열린 8강전에서 일본의 히라노 미우(13위)를 상대로 첫 세 게임을 따낸 뒤 내리 세 게임을 내주고, 먼저 매치 포인트에 몰리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도 살아나왔다. 딱 한 번 잡은 매치포인트에서 상대를 제압하며 ‘리버스 스윕’ 패배를 극복하고 4강에 올라왔다. 한국 탁구 선수가 올림픽 단식에서 4강에 진출한 것은 2004 아테네의 유승민(금메달), 김경아(동메달) 이후 처음이었다. 신유빈은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이었던 2020 도쿄 올림픽 단식에서는 32강전에 멈춰선 바 있다. 4강 진출만으로 신유빈이 지난 3년간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강전 상대는 천멍. 3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다. 한때 중국 여자 탁구 에이스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쑨잉샤(세계랭킹 1위)에게 그 타이틀을 내줬지만 천멍은 여전히 위협적인 선수다. 신유빈과 천멍의 상대전전은 1전 1패. 지난 3월 WTT 싱카포르 스매시 8강에서 만나 1-4로 패한 바 있다.

대한민국 탁구 대표팀 신유빈 선수가 2일 오후(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 4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 중국 첸멍 선수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후 기뻐하고 있다. 뉴스1
‘디펜딩 챔피언’ 출신의 강적이지만, 신유빈은 일방적으로 밀리진 않았다. 게임 스코어만 보면 완패였지만, 한 게임, 한 게임을 뜯보면 압도적으로 패하진 않았다. 주특기인 ‘바나나 플릭’(백핸드 드라이브)과 한때는 약점이었지만 이제는 많이 향상된 포핸드 드라이브의 연계 플레이로 천멍을 몰아붙이기도 했다. 다만 그 우세를 한 게임 내내 이어가기에는 천멍은 어려운 상대였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4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중국 천멍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다. 연합뉴스
1게임도 한 점차 승부를 벌이다 순식간에 격차가 벌어져 7-11로 패한 신유빈은 2게임 들어 3-0으로 앞서나가며 반격하는 듯 했다. 그러나 천멍은 천멍이었다. 다시금 강한 공격력과 이를 넘어서는 빼어난 수비력으로 신유빈을 압박하며 범실을 유도해 역전한 뒤 그대로 밀어붙였고, 신유빈은 2게임도 6-11로 내줬다.

첫 두 게임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고, 천멍은 그런 신유빈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이며 3게임에서 초반부터 0-5까지 몰렸다. 천멍의 예리한 서브에 신유빈의 리턴이 테이블 밖으로 그대로 벗어나며 실점하는 등 첫 두 게임에 비해 신유빈의 날카로움은 3게임 들어 많이 무뎌졌다. 그럼에도 대패하진 않았다. 4-10으로 게임 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도 연속 3점을 따내며 7-10까지 따라붙었다. 그러나 7-10에서 긴 랠리 속에 때린 백핸드가 네트를 맞고 테이블을 벗어나면서 세 번째 게임마저 내주고 말았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4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중국 천멍을 상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네 번째 게임. 신유빈은 이대로 질 수 없다는 듯, 게임 초반부터 대등하게 경기를 펼치며 3-3으로 맞섰다. 3-5에서도 치열한 랠리 끝에 신유빈이 점수를 따내며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고, 기세를 이어 다음 랠리에서도 상대를 이리저리 움직이게 여려 코스로 드라이브를 때려내며 5-5 동점을 만들어냈다. 이후에도 6-6, 7-7로 팽팽한 양상을 이어나가며 이날 첫 게임을 따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러나 천멍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곧바로 내리 석점을 따내며 매치 포인트에 도달했고, 마지막 공격도 성공시키며 이날 경기를 끝냈다. 
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사우스 파리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4강전에서 한국 신유빈이 중국 천멍을 상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유빈의 동메달 결정전은 한국 시간으로 3일 오후 8시30분에 치러진다. 상대는 이어지는 두 번째 4강전인 쑨잉샤-하야타 히나 간의 패자와 치른다. 쑨잉샤가 세계최강의 선수인 만큼 상대는 하야타 히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야타 히나는 세계랭킹 5위로 신유빈보다는 높지만, 중국 선수들보다 어렵진 않은 상대다.

혼합복식에서 동메달을 따내며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신유빈이 여자 단식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며 동메달을 또 하나 추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파리=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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