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독주 제동…美도 反독점 조사

김인엽 2024. 8. 2.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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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이어 또 기소 리스크
경쟁사 제품 구매기업 압박 등
시장 지배력 남용 의혹 불거져
이스라엘 SW스타트업 인수도
반독점 위반 혐의로 조사 착수
佛·EU도 엔비디아 영향력 견제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미국 법무부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에 이어 또 한 번 반독점 리스크에 휘말리며 엔비디아의 단독 질주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美 정계 “엔비디아 영향력 위험”


1일(현지시간) 디인포메이션은 미 법무부가 엔비디아가 AI 반도체 판매 과정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업계 불만을 접수해 본격 조사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 업체에 자사 AI칩을 구매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는지, AMD·인텔 등 경쟁사 AI칩을 구매하는 기업에 자사 네트워크 장치 가격을 더 높게 책정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한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법무부가 지난 4월 엔비디아의 이스라엘 스타트업 런에이아이(Run:ai) 인수도 들여다보고 있다고 전했다. 소프트웨어 기업 런에이아이는 적은 AI칩으로 더 많은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가상화’ 기술을 보유했다. 엔비디아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AI칩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경쟁 업체를 사들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폴리티코에 따르면 두 조사는 별건이지만 모두 엔비디아가 ‘기술적 해자’(독점 기술 등을 통한 경쟁 우위)를 구축할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분석했다. 컴퓨터그래픽 시장조사 업체 존페디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엔비디아는 AI 학습에 사용되는 GPU 시장의 88%를 차지하며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첨단 GPU B100은 개당 3만~4만달러를 호가하지만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상황이다.

엔비디아의 독점 지위를 우려하는 정치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앞서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상원의원과 10개 진보단체는 법무부에 엔비디아 반독점 조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엔비디아 규모는 이제 전 세계 컴퓨팅의 운명을 쥐고 있으며, 이는 세계 경제에 위험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우리 제품을 모든 기업에 공개적으로 선보이고 있고, 모든 법률을 철저히 준수하기 때문에 당국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반독점당국이 필요로 하는 모든 정보를 기꺼이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프랑스 당국 “기소할 듯”

엔비디아를 겨냥한 반독점 조사는 유럽연합(EU) 등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브누아 쾨레 프랑스 경쟁청장은 지난달 15일 “조사가 결실을 보면 기소될 것”이라며 엔비디아 조사를 인정했다. 프랑스 경쟁청이 “그래픽카드 부문과 관련해 한 업체 현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말한 기업도 엔비디아로 추정된다.

경쟁청은 6월 생성형 AI 경쟁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하고 엔비디아의 CUDA 소프트웨어에 대한 의존 문제를 지적했다. GPU를 가동할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인 CUDA는 엔비디아 GPU에서만 이용할 수 있어 엔비디아가 GPU 시장을 독점한 대표 요인으로 거론된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엔비디아의 AI칩 공급망에 큰 병목 현상이 있다”며 독점 문제를 언급했다. 다만 그는 “우리는 엔비디아에 질문하고 있지만 아직 예비 단계”라며 “본격적인 조사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EU와 영국 경쟁당국은 반독점을 이유로 2020년 엔비디아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 인수를 무산시켰다.

미국 법무부와 연방거래위원회(FTC), 영국·EU 반독점당국은 지난달 23일 AI 산업에서 공정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4개 기관은 “기술적 전환점은 새로운 경쟁 수단을 도입하고 기회, 혁신 및 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며 “대중이 이러한 순간의 모든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영국·유럽 반독점 기관이 공동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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