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상병 사건' 잊히지 않게… 전직 해병대원이 영화 제작 나선 까닭은

김재현 2024. 8. 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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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시선으로 봐야 문제점이 보이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습니다. 절대 잊혀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작을 구상하고 주도한 최진수(47)감독은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생업을 뒤로하고 사고 진상규명 활동에 앞장서는 해병대원들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촬영이 끝나면 유튜브나 국제영화제 출품 등 사건을 알리기 위한 매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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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근 해병의 그 날' 영화 제작 최진수 감독]
3일 내성천서 첫 촬영, 연대 회원 10여 명 동참
"사건 진실 알리기 위해 모든 것 쏟아부을 것"
해병대 채상병 순직 1주기인 지난달 19일 청계광장 시민분향소에서 해병대예비역연대 회원들이 추모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대로 된 시선으로 봐야 문제점이 보이고 진상을 규명할 수 있습니다. 절대 잊혀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7월 발생한 '채상병 순직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해병대 예비역들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된다. 제목은 '채수근 해병의 그 날'. 해병대 출신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채상병 특검법 국회 상정과 청계천 추모 분향소 운영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들이 출연한다.

영화 제작을 구상하고 주도한 최진수(47)감독은 2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생업을 뒤로하고 사고 진상규명 활동에 앞장서는 해병대원들의 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촬영이 끝나면 유튜브나 국제영화제 출품 등 사건을 알리기 위한 매개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채수근 해병의 그 날'을 연출하는 최진수 감독. 최진수 감독 제공

영화는 3일 채 상병이 순직한 경북 예천군 호명면 내성천 보문교에서 크랭크인 한다. 이날 첫 촬영에는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 10명이 함께한다. 영화에는 그동안 진행해온 각종 집회와 추모 분향소 활동, 전·현직 해병대원들의 증언, 국회 청문회, 임성근 전 사단장의 투입 지시 등을 재연한 장면이 담길 예정이다. 수중, 항공 등 특수 장비도 동원된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공개하는 것이 목표다.

영화는 지난 5월부터 해병대 예비역 연대 회원이 된 최 감독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25년 경력의 전문 잠수사로, 수중 촬영 전문가인 최 감독이 직접 장비를 착용하고 내성천에 뛰어들 생각이다. 최 감독은 "채상병이 급류에 휩쓸렸을 때 겪었을 공포와 두려움은 우리가 알지 못한다"며 "내성천에 들어가 채상병이 보고 느낀 감정을 묘사하고, 현장에 있었던 동료 대원들의 슬픔을 관객들에게 있는 그대로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채수근 해병의 그 날'을 연출하는 최진수 감독. 본인 제공

1996년 해병 794기로 복무한 최 감독은 사고 이후 책임 회피에 급급한 해병대 간부들의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SBS와 tvN, 넷플릭스 등에서 방영된 유명 작품에 수중촬영 감독, 조연출 등으로 작품을 촬영해 온 최 감독에게 이번 영화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는 "해병대원과 함께 하는 이번 작품은 시작부터 마음이 무겁다"며 "모두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7월 19일 경북 예천군 보문면에서 한 해병대원이 실종된 동료를 애타게 찾고 있다. 예천=뉴스1

최 감독은 10여 년 전 세월호 참사 때 한 달여 동안 잠수 구조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는 이번 사건에서 당시의 트라우마가 떠올랐다고 한다. 그는 "잠수사들이 돈 때문에 활동한다는 악의적인 소문 때문에 깊은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부디 동료 해병대원의 순수한 행동이 정치적으로 이용당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원금 없이 재능기부로 제작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최 감독은 "해병대원들의 활동을 정치적인 이념으로 재단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는 바로 '영화'다. 꿈과 희망, 기쁨과 슬픔, 낭만과 사랑, 아픔 등 인간 모든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연결고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채상병 사건은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뼈를 갈아 넣는 심정으로 영화를 만들 겁니다. 국민들도 이 사건을 잊지 말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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