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묘지서 활 쏘며 독학 … 1점 쏴도 행복했죠"

아프리카 차드 국대 마다예
올림픽 64강서 김우진에 완패
"최강 한국서 양궁 배우고파"

◆ 2024 파리올림픽 ◆

독학으로 양궁을 배워 파리올림픽에 출전해 뜨거운 응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 마다예.

2024 파리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지만 한국에서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64강전에서 김우진과 맞대결을 벌였던 이스라엘 마다예(차드)다. 양궁을 독학으로 배운 그는 1점을 쐈음에도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한국 팬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지난달 30일 프랑스 파리 레쟁발리드 양궁장에서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64강전에서 김우진에게 0대6으로 완패했던 마다예는 2일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올림픽이라는 꿈의 무대에서 양궁 선수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맞붙고 싶어 하는 세계랭킹 2위 김우진과 대결할 수 있어 영광이었다. 평생의 꿈이 이뤄진 특별한 순간이었다"고 첫 올림픽에 출전한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이번 대회가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 또 하나의 이유는 수많은 한국 팬에게 응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우진과의 64강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마다예에게 관심을 갖는 한국 팬들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인 올림픽에서 10점 만점에 1점을 쏘는 실수를 한 뒤 마다예를 검색해보기 시작했다.

마다예가 어려운 환경에서도 올림픽 출전이라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독학하는 등 남다른 노력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 팬들이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마다예는 "64강전이 끝난 뒤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 하나씩 모두 읽어봤는데 한국 팬들의 진심이 느껴져 큰 감동을 받았다. 앞으로 살아가는 데 큰 힘을 불어넣어 준 한국 팬들에게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최빈국 차드에서 태어나고 자란 마다예가 양궁을 접하게 된 건 2008년이다. 휴가 기간에 우연히 양궁을 접했던 그는 화살을 쏘는 재미에 푹 빠져 선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양궁 인프라스트럭처가 갖춰지지 않은 차드에서 선수가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훈련장이 없어 공동묘지에서 양궁 자세를 익힌 그는 연습에 몰두하며 올림픽 출전의 꿈을 키워갔다.

세계양궁연맹(WA)의 도움으로 활을 제공받고 정식 코치에게 지도를 받게 된 그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11월 아프리카 양궁선수권대회에서는 오랜 꿈을 이룰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마르틴 아바이푸타 할라스 마리아와 한 팀을 이뤄 출전한 혼성 단체전 결승에서 코트디부아르를 제압하고 파리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마다예는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 정말 오랜 시간 연습에 매진했다. 출전권을 따냈던 지난해 아프리카 양궁선수권대회 때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게 난다. 양궁을 시작한 지 16년 만에 밟게 된 올림픽 첫 상대가 세계 최고 선수 중 한 명인 김우진이라서 더욱 기뻤다"고 설명했다.

올림픽에서 45개 메달을 따낸 세계 최강 한국 양궁의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초청해 달라는 의미가 담긴 듯했다. 마다예는 "전 세계에서 양궁을 가장 잘하는 나라가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환경에서 연습하는지 정말 궁금하다"면서 "양궁 불모지인 차드에서도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여러 기업이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정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