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은 낡은 정치”…2021년 尹후보는 2024년 尹대통령과 달랐다?

박성의 기자 2024. 8. 2.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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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시절 본지와 90분간 단독 인터뷰
“중도·진보 인사 많이 만나…마음 얻는 일 계속할 것”
“尹정부에는 조국도, 드루킹도, 추미애도 없을 것”
“국가 위기 상황…진정성을 갖고 야당과 소통할 것”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입법 권력은 거야가 차지했다. 당권은 '수평적 당정 관계 재정립'을 내세운 한동훈 대표가 거머쥐었다. 그 사이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를 횡보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윤석열의 위기'가 거론된다. '별의 순간'을 잡고, 이재명을 꺾고, 대권은 쥐었던 '후보 윤석열'이다. 불과 2년 만에 그에 대한 평가가 판이하게 달라졌다.

무엇이 문제일까. 명쾌한 답을 내리기엔 정치적 변수가 많다. 다만 대권을 쥐기 전과 후, '윤석열의 차이'는 발견된다. 시사저널은 2021년 9월, 서울 광화문 선거캠프에서 1시간30분가량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경선 후보와 단독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시사저널은 3년 전 윤 후보의 인터뷰 주요 답변을 다시 공개한다.

2021년 9월1일 시사저널과 만난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왼쪽)과 2022년 9월16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석열 대통령 ⓒ시사저널·연합뉴스

추미애 비판한 尹후보…'총장 패싱 논란' 반복

"윤석열 정부에선 조국도, 드루킹도, 김경수도, 추미애도 없을 것임을 약속드린다."

3년 전 윤석열 후보는 '비전발표회'를 열고 이 같이 공약했다. 윤 후보는 "정치권력이 불법과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사법기관에 압력을 가하고 흔드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공약을 내세운 배경을 묻자 "너무 쉬운 얘기 아닌가. 말한 그대로"라고 답을 시작했다. 이어 "정상적인 사법작용을 방해하지 않고, 관여도 하지 않고, 보복성 인사도 하지 않겠다는 의지"라며 "대통령이 과오가 있는 사람을 편들지 않을 것이란 다짐"이라고 설명했다. 수사에 성역은 없고, 그 성역을 건드렸다고 수사에 개입하거나, 보복성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게 윤 후보의 의지였다.

그러나 '검찰 독립성 강화'를 약속한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검찰총장 패싱 논란'은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이 김건희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한 것을 이원석 검찰총장이 조사 개시 후에야 알게 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이 총장은 지난 5월 김 여사 명품백 수사 의혹 전담 수사팀을 구성하며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는 원칙을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장은 김 여사 조사에서 이 '원칙'이 깨졌다고 정면 비판했다. 이 총장은 지난달 2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 부인 조사 과정에서 원칙이 지켜지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국민과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7월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도‧진보' 마음 얻겠다던 尹후보…'극우 인사' 논란

"국민들께서 저를 정치에 불러낸 이유는 이념과 진영 논리에 빠져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다."

윤 후보는 3년 전 '비전발표회'를 통해 이같은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이념과 진영 논리를 앞세우는 정치를 '낡은 정치'라 혹평했다. 윤 후보는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진영에 관계없이 현재 우리 국가와 국민이 처한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념이 아닌 민생부터 챙겨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도·진보 인사들을 많이 만났지만 앞으로도 그분들의 마음을 얻는 일은 계속해 나가겠다"며 "(나에 대한)기대라는 게 다른 게 있겠나. '저 사람이 이 나라를 공정하게 이끌어갈 수 있겠다'라는 믿음을 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들어 '이념 논란'이 되레 더 노골화 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인사에서 우편향 논란이 이어지면서다. 최근 윤 대통령은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하고 고용노동부 장관으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을 지명했다. 보수 진영 내에서도 가장 오른쪽에 위치했다는 평가를 받는 이들로, 특히 야당과는 악연에 가까운 인물들이다.

이 위원장은 청문회 과정에서 5‧18 폄훼 댓글에 '좋아요'를 누른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불렀고, 일본군 위안부와 관련해 "논쟁적 사안이기에 답변하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해 "총살감"이라고 발언하고, 민주당을 향해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종북 김일성주의자"라고 비난해 물의를 빚었다.

야당은 이 위원장의 탄핵을 예고했으나, 이 위원장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이 위원장은 부임 직후 민영삼 전 윤석열 대선캠프 국민통합특보를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장에 임명했다. 코바코는 KBS와 MBC 방송판매 대행 및 광고정책 연구 등을 전담하는 공공기관이다. 민 사장은 지난해 국민의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하면서 "좌파 세력의 포퓰리즘과 가짜뉴스를 타파하겠다"고 밝힌 인사다.

윤석열 대통령이 8월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이 위원장과 대화하며 환담장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野와 소통" 강조한 尹후보…'거부권 신기록' 

"제가 대통령이 되면 낮에 국회의사당에서 제 욕을 듬뿍 한 야당 정치인들을 조속히 청와대로 모셔 식사 대접을 할 것이다. 저도 한 번씩 국회를 찾고, 야당 당사도 방문해서 진정성 있는 소통 행보를 할 것이다."

'윤석열식 리더십'을 묻는 질문에 당시 윤 후보는 이같은 답을 내놨다. 그는 '협치'를 자신했다. '큰 정치'를 하지 않으면 '민심'을 외면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윤 후보는 "현재 국가가 위기 상황이다. 여야의 극한 대치가 이어진다면 국가의 바람직한 지속 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만약 이런 대의에 반해 국가 위기 극복에 문제가 생긴다면 그런 정치 세력이 과연 살아남을 수 있겠나. 저도 진정성을 갖고 야당과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 인사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며 소통하겠다던 윤 후보. 그러나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년이 넘도록 야당 지도부를 만나지 않았고, 총선이 거야의 압승으로 끝나고 나서야 이재명 전 민주당 대표와 첫 영수회담을 가졌다.

그러는 사이 입법부와 행정부 간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야당의 법안 단독처리→대통령 거부권→재투표' 대치가 쳇바퀴처럼 계속되고 있다. 그 결과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이 쓰였다. 21대 국회에서 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임기 2년 만에 14번 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거부권 행사가 가장 많았던 노태우 대통령(7번)보다 두 배 많다.

22대 국회 역시 같은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첫 법안부터 거야가 단독 처리하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순이 되풀이됐다. 윤 대통령은 7월9일 '채 해병 특검법'에 대해 15번째 거부권을 행사했다.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민생회복지원금법(전 국민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거부권 행사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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