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였다" 16년 미제 살인마, 종이 한 장으로 자백 받아낸 사연
[YTN 라디오 이원화 변호사의 사건X파일]
■ 방송 : FM 94.5 (06:40~06:55, 12:40~12:55, 19:40~19:55)
■ 방송일 : 2024년 08월 02일 (금)
■ 진행 : 황윤창 변호사
■ 대담 : 김현준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황윤창 변호사 (이하 황윤창) :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길이 열린다는 말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정말 포기하고 싶은 절망의 순간 그 말을 떠올리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죠. 형사사건에서는 특히 장기 미제 사건이 그렇습니다. 2008년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서 한 남성이 슈퍼마켓에 침입해서 주인을 살해하고 달아난 강도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당시 경찰은 슈퍼마켓에 있던 CCTV를 통해서 범행 장면과 용의자의 얼굴을 확보했기 때문에 사건 해결은 그리 어렵지 않은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16년이 지난 올해까지도 용의자를 잡지 못한 채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는 듯 했는데요. 놀랍게도 최근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과연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요? 사건 X파일 지금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사건 X파일 황윤창 변호사입니다. 오늘도 로엘 법무법인 김현준 변호사와 함께합니다. 변호사님 어서 오세요.
◆ 김현준 변호사 (이하 김현준) : 네 안녕하세요. 김현준 변호사입니다.
◇ 황윤창 : 무려 16년 전에 있었던 사건입니다. 시흥시 슈퍼마켓 살인이라고만 인터넷에 쳐도 관련 기사가 쫙 나올 정도로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장기 미제 사건인데요. 변호사님이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당시 상황 전해주시죠.
◆ 김현준 : 2008년 12월 9일 오전 4시경에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한 슈퍼마켓에서 신원 불상의 남성이 그 주인과 격투 중에 흉기로 주인을 살해하고 금품을 빼앗아 달아난 사건입니다.
◇ 황윤창 : 그 슈퍼마켓 주인은 사망했죠?
◆ 김현준 : 트레이닝복을 입은 범인이 주인 정모씨를 향해 금품을 요구하였고, 몸싸움 도중에 그를 잔인하게 칼로 찌르고 도주하였는데요. 이 피해자는 인근 병원으로 후송되었지만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슈퍼마켓 내부 CCTV를 보면 범인이 가게 주인을 무자비하게 찔러 살해한 영상이 그대로 담겨 있어서 범인은 많은 질타를 받아왔습니다.
◇ 황윤창 : 사실 사건 초기만 해도 그 마켓 내부에 CCTV가 있었기 때문에 경찰에서는 이 사건이 16년 동안 장기 미제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것 같거든요.
◆ 김현준 : 사건 당일 CCTV를 보면 이때 범인이 마스크, 모자, 장갑 등으로 모두 가려 있어서 신상 파악은 쉽지 않았는데, 슈퍼마켓 CCTV를 돌려보면서 용의자랑 체격이 일치하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그 사건 발생 이틀 전인 12월 7일에 해당 슈퍼마켓을 방문해서 담배를 구입하는 모습이 확인되었습니다. 이에 따라서 용의자 사진, 그리고 범행 당시 착용했던 트레이닝복 이것들을 토대로 공개 수배에 나섰는데요. 하지만 용의자로 보이는 사람의 신원을 파악하는 것에 실패하면서 16년 동안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 황윤창 : 그게 아마도 결제할 때 담배 구입할 때 현금으로 했나 봅니다. 아니면 본인이 아닌 다른 명의 카드로 사용을 했었던 경우일 수도 있을 것 같고 그러다가 사건 발생 9년 만인 2017년에 재수사가 됐다고 합니다.
◆ 김현준 : 이후 경기도 시흥경찰서에서 강력 미제사건 전담팀이 꾸려지면서 재수사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당시 범인이 얼굴이 알려져 있잖아요. 그 공개수배를 하다 보니까 그래서 일용직 근무할 가능성이 있다. 6개월 동안 일용직 몇 십만 명의 얼굴을 비교 분석했었는데 아무런 진전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24년 2월 용의자에 대해서 결정적인 제보를 받아서 수사가 개시되었습니다.
◇ 황윤창 : 제보가 있었나 보네요. 어떤 제보였습니까?
◆ 김현준 : 정확한 제보 내용까지는 드러난 건 없는데 재수사 당시 발행한 수배 전단을 본 제보자가 용의자와 비슷한 자를 알고 있다라는 제보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범행 현장 CCTV랑 범인의 연도별 사진을 확보해서 비교 분석 2006년도에 운전면허증 사진이랑 비교해서 감정을 보냈는데 그 감정 결과 동일인일 가능성이 92%라는 결과를 받았습니다. 또한 용의자 계좌 분석을 통해서 범행 시기에 화성과 광명에서 인출 내역이 있는 것을 파악했었고, 통화 내용을 확인해 사건 당시 용의자와 자주 통화하고 함께 거주했던 지인으로부터 유력한 진술도 얻게 되면서 2024년 7월 14일 범인으로 보이는 자를 긴급 체포하였습니다.
◇ 황윤창 : 네 운전면허증 사진 같은 경우에는 사진 업체에서 보정을 좀 해주기도 하고 포샵을 하기도 하는데 다행입니다. 형사 사건에서 제보라고 하는 게 어느 정도 효력을 갖고 있는지 혹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청취자분들께서 궁금해하실 것 같거든요.
◆ 김현준 : 우선 가장 중요한 게 이제 제보 내가 누군가를 알고 있다 무엇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라는 이 진술 자체도 이 사건의 피의자의 죄를 밝히기 위한 주요 증거로 사용될 수도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수사를 게시하고 용의자를 찾을 수 있는 단서를 준다는 점에서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매우 소중한 자료죠. 그리고 또한 제보라는 것이 보통 범인을 아는 주변인들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고 수사기관 입장에서는 범인이 이렇게 변장을 하거나 이렇게 했을 때 못 알아볼 가능성이 많지만 이 지인이나 아는 사람의 눈에서는 그런 것들도 알고 있기 때문에 속이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범인을 잡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장기미제 사건 같은 경우에는 공소시효 문제도 존재하기에 범인을 아는 사람의 제보만큼 중요한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 황윤창 : 아무튼 무려 16년 만에 제보로 용의자를 특정하게 됐다는 게 이 사건이 해결되기만을 바랐을 유가족 그리고 미제 전담팀에게 특히 의미 있는 소식이었겠지만 이 사건 말고도 다른 장기 미제 사건들 많잖아요. 그 장기미제 사건으로 여전히 가슴 아파하고 있을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한 줄기 빛과 같은 그런 소식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데 문제는 이 용의자가 정말 진범이 맞는지도 확인해야 되고 그리고 진범이 맞다라고 하면 범행을 순순히 인정하고 있는지 확인할 게 있지 않겠습니까?
◆ 김현준 : 이번에 잡힌 용의자 같은 경우에는 최초에는 모든 범행을 부인했습니다. 본인이 당연히 자기가 아니라고 생각했겠죠. 그러다가 이제 지난 17일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이제 영장이 발부되면 이제 체포가 되잖아요. 구속되는 상황이 되니까 이때서야 자백을 했는데요. 이 자백 내용을 보면 이 사건 이틀 전에 담배를 사러 갔다가 계산을 하기 위해서 피해자를 몇 차례 끼웠는데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서 현금을 한번 훔치겠다라는 범행을 계획하면서 이 사건 당일 새벽 4시에 금고 속 돈을 훔치려고 했습니다. 그때 이제 피해자가 딱 잠에서 깨서 맞닥뜨리게 되니까 피해자한테 돈만 가져갈 테니 가만히 있으라 라고 말하니까 이제 피해자가 저항을 했겠죠. 저항을 하는 과정에서 이제 살인을 저질렀다라는 점을 자백을 하였다고 합니다.
◇ 황윤창 : 다행이네요. 일단 재판에 넘어가면 어떻게 처벌되겠습니까? 우려할 만한 그런 쟁점이나 특이사항은 없겠습니다.
◆ 김현준 : 현재 수사 진행 내용을 보면 경찰은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했다라는 점들을 바탕으로 계획 범죄라고 결론짓고 강도 살인 혐의를 적용했는데요. 우선 피해자가 진술한 것을 보면 앞서 제가 말씀드렸다시피 주인이 저항을 하니까 내가 살해했다라는 그 말 자체에서 풍겨지는 뉘앙스가 우발적이다라는 점을 주장해서 강도치사 혐의로 주장할 가능성도 보입니다. 또 피의자의 자백 이외에도 이를 뒷받침할 만한 증거들이 있는지 이런 것들이 좀 관건일 것 같습니다.
◇ 황윤창 : 그렇죠 근데 이 용의자가 저지른 범죄가 이게 하나가 아니었다면서요?
◆ 김현준 : 이게 피해자를 보니까 이미 실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습니다. 시흥 슈퍼마켓 강도 사건이 있은 후죠. 2년 뒤에 2011년 2월경에 청주 금은방을 돌면서 가짜 금목걸이를 순금 목걸이인 것처럼 속여서 7천만 원을 편취한 혐의였는데요. 이 혐의도 좀 특이하게 10년이 지난 2022년 6월에 사기 등 혐의로 징역 1년 6월형이 확정되어 실형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 황윤창 : 징역형이 그렇게 길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범죄자가 한 번 하는 경우는 그렇게 흔치는 않고 대부분 재범에 이제 이르게 되는데 청취자분들 입장에서는 이게 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그 용의자의 경우에 공개수배가 되고 얼굴이 알려졌어요. 그리고 재판에 참석도 하고 심지어 징역형을 받고 복역도 했는데 공개수배자인지 아무도 몰랐다는 게 좀 의아하거든요.
◆ 김현준 : 사실 저도 그렇지만 공개수배를 유심히 본 지가 상당히 오래된 것 같습니다. 또한 수사관들 역시도 전국에 워낙 많다 보니까 직접 피의자를 용의선상에 올리고 직접 수사했던 수사관들은 인지할 수 있겠지만 다른 수사관들이 이 사람을 보고 아 이 친구가 그 친구구나 하고 쉽게 떠올리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보여집니다. 또한 피의자 전과가 만약에 이렇게 강도 살인 같은 동종 범죄였으면 좀 더 알아보기 쉽지 않았을까 싶은데 동정이 아닌 범죄였기 때문에 더욱 알아보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황윤창 : 그리고 이제 시간이 지나면 그 한 사건만을 수사관이 뭐 5년 10년 이렇게 담당하기는 또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알고 있는 수사관도 사건에 대해서 교체가 될 수 있는 상황일 것 같습니다. 피의자에 대한 공개수배 형태가 너무 옛날 방식이다 요즘 세태에 맞게 변화될 필요가 있다 이런 목소리는 꾸준히 나오고 있는 것 같거든요.
◆ 김현준 : 한 가지 설문을 보니까 2022년에 공개수배 검거 현황에 따르면 공개수배 명단에 오른 수배자 200명 중에 검거는 22명 됐다고 합니다. 검거율로 보면 한 11%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인터넷을 주로 하고 뉴스도 잘 보지 않는 이 시대에서 오프라인 공개수배 전단지를 돌리는 게 구시대적인 공개수배 아니냐라고 하면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데요. 다만 경찰 쪽 입장을 한번 보니까 적극적으로 공개수배를 디지털로 이렇게 전환하게 되면 후에 이제 공개 수배자가 무혐의 또는 무죄 판결을 받게 됐을 때 인권 침해, 명예훼손 등 문제가 있어서 경찰 쪽에서도 좀 부담이 된다라는 입장이 있다고 합니다. 공개수배 이 전단을 뿌리는 것 자체가 효용이 없다는 것은 아닌데요. 최근에도 이 공개수배 전단지를 보고 범인을 체포했던 사건도 있었습니다.
◇ 황윤창 : 디지털로 전환해서 공개 범위를 넓히면 또 효과가 더 커질 것 같은데 만약에 억울한 사람이 그렇게 자기 얼굴이 이제 나오게 되면 떳떳하게 나와가지고 내가 아니다라고 해명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방금 말씀하신 그 체포당한 사건은 어떤 사건이었죠?
◆ 김현준 : 7월 17일에 18년 전 2006년에 목포에서 주택에 침입해서 성범죄를 저지르고 공개수배 전단에 얼굴을 올렸던 50대 남성이 있었습니다. 근데 정말로 신기하게 그 신고자가 평소에 이 수배자를 눈여겨 본 상황이었는데 병원에 이 수배자가 나왔었고 이 병원에서 이 수배자를 본 그 시민이 공개수배자랑 동일하다 라는 신고를 해서 이게 용의자가 체포됐던 상황이 있었습니다.
◇ 황윤창 : 사건 X파일 오늘은 자칫 장기 미제로 남을 뻔했던 시흥시 슈퍼마켓 살인 사건이 한 통의 제보로 용의자를 검거할 수 있었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흔히들 시간이 약이라는 말,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힌다는 말 하곤 합니다만 이 사건에 절대 적용될 수 없는 말이겠죠. 해당 사건의 시계는 2008년 12월 그날에 딱 멈춰져 있을 테니 말이죠. 피의자 A씨가 자신의 범죄에 맞는 합당한 처벌을 받기를 기다리겠습니다. 오늘 저희가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은 모두 변호 받아 마땅한 사람들입니다. 사건 X파일 여러분 고맙습니다.
YTN 김세령 (newsfm0945@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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