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는 이야기] 노래는 마음을 이어주는 힘

2024. 8. 2.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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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좋아하는 팝송,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전설적인 그룹 '사이먼&가펑클'의 노래이다.

인생을 두루 경험한 인생의 관록에서 나오는 리에의 노래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힘과 모든 것을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신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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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한일 파트너십 후
양국 젊은이 문화교류 활발
'한일가왕' 트로트·엔카 공연
국민감정 '빙점' 녹이는데
정치권은 여전히 엄동설한

우리가 좋아하는 팝송,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Bridge over troubled water)'는 전설적인 그룹 '사이먼&가펑클'의 노래이다. 가사가 인류애를 느끼게 해준다. 노래는 정말 인종과 국가를 넘어 사람들을 연결하여 감동을 주고 희망을 안겨준다.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은 오부치 게이조 총리와 함께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김 대통령의 결단은 21세기를 앞두고 한일 양국이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가야 한다는 세계사적 통찰에서 비롯되었다. 당시 일본 문화를 개방하면 자칫 일본 문화의 식민지가 될 것이라 걱정하는 이들도 많았다. 그래서 영화와 비디오 중 일부만 먼저 개방하고 순차적으로 다른 분야도 개방하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그 전부터 일본의 유명한 영화나 음악, 잡지 등을 종로의 세운상가에 가면 손쉽게(?) 구입할 수 있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일본 대중문화의 개방으로 우리 대중문화도 함께 발전을 이루었고 현재는 다른 나라 젊은이들이 환호하는 오늘의 K문화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정작 정치권은 지나친 자국 중심의 세계 정세 흐름과 한일 간의 특수한 관계로 답답한 경색 국면에 머물고 있다.

MBN 방송이 '크레아스튜디오'의 서혜진 대표와 손을 잡고 생각하기 힘든 도전을 했고 한일 문화 역사상 큰 획을 긋는 방송, '한일가왕전'을 만들어냈다. 나는 방송에서 일본 노래가 나오고, 모르는 일본 노래를 듣고 감동이 북받쳐 오를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서 대표는 문화 교류까지는 미리 생각 못했다고 겸손하게 말하지만 그의 큰 그림 속에 있었을 것이다. 이번에 출전한 한 일본 고등학생 가수는 한국 노래를 잘하는 이유에 대해 어린 시절부터 재일교포를 위해 자선 공연을 많이 했는데 한국 할머니들이 한국 노래도 불러달라는 부탁을 했기 때문이라 했다. 어린 나이에도 참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한일가왕전'의 최고 스타는 일본 가수 '우타고코로 리에'인 것 같다. 리에는 인생 역전의 스토리를 지니고 있다. 야구로 비유하면 9회 말 투아웃에서 극적으로 역전 홈런을 친 것이다. 리에는 지난 30년간 오랜 무명의 설움에도 인기와 상관없이 한순간도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노래를 놓지 않았다. 리에는 9살 된 딸을 챙기고 남편의 작은 음식점에서 일하면서도 구석에 작은 무대를 만들어 노래를 불렀다. 그러나 그녀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실망과 좌절, 절망감을 느꼈을까. 인생을 두루 경험한 인생의 관록에서 나오는 리에의 노래는 듣는 이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내 생전 일본어가 이렇게 아름답게 들린 적이 없다" "나의 우울증을 리에 씨의 노래로 치료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고 일본의 한 어르신은 "엔카를 일부러 멀리했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는 등 한일 양국의 반응이 뜨겁다. '방송국에 고맙다'는 요즘 보기 힘든(?) 댓글도 많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젊은 시절 공산당에서 금지했던 대만 가수 덩리쥔(등려군)의 노래를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들었다고 했다. 가톨릭 신자였던 덩리쥔은 반공주의자여서 나라를 지키는 대만 군인들을 위한 위문 공연이라면 언제 어디든 달려갔다. 지금도 대만 군인들은 그녀를 자랑스러운 동료로 기억한다. 노래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큰 힘과 모든 것을 초월해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신비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일가왕전'이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에 초석이 되기를 바란다. 한 일본 젊은이가 남긴 댓글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한국과 일본 젊은 우리들끼리는 서로 친하게 지내요."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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