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티몬·위메프 회생 절차 1개월 보류…ARS 진행

다음 달 2일까지 회생 절차 개시 결정 보류
한 달간 티몬과 위메프·채권자 논의 진행
회생 요건 못 갖추면 파산해야 할 수도

대규모 판매 대금 미정산 사태를 야기한 류광진 티몬 대표이사(왼쪽)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이사./뉴스1

서울회생법원 제2부(재판장 안병욱 법원장)가 2일 티몬과 위메프가 신청한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Autonomous Restructuring Support Program)’을 받아들였다. ARS는 법원이 기업이 신청한 회생 절차 개시를 일단 유예하고, 채권자와 변제 방안을 자유롭게 협의하도록 시간을 주는 제도다. 일단 법원은 1개월의 시간을 줬다. 법원 실무준칙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는 ARS 기간을 최장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법원 관계자는 “ARS 진행과 함께 티몬·위메프 사건 채권자인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기관와 유관기관을 포함한 ‘회생절차 협의회’를 13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티몬과 위메프의 1차 목표는 다음 달 2일까지 채권자협의회와 자율 구조조정안을 마련하는 것이다. 채권자협의회는 티몬, 위메프의 판매자, 금융회사 등 주요 채권자로 구성된다. 서울회생법원 관리위원회가 기업 성격과 채무 상황 등을 고려하고 회사 의견을 받아 채권자협의회 구성원을 정해 법원에 제출한다. 이날 재판부는 대표자 심문에서 채권자협의회에 다양한 이해관계인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두 대표에게 전달했다. 법원이 채권자협의회 구성을 승인하면 회사와 협의회는 채무 조정, 외부 자금 유치, M&A 등 경영 정상화 방안을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회사와 채권자협의회가 기한 내 자율 구조조정안을 마련해 법원에 회생 개시 신청을 취하하면 티몬과 위메프는 회생절차를 밟지 않고 정상 영업을 시작하게 된다. 2019년 의류 유통업체 티엔제이는 ARS 승인을 받고 채권단이 “국내 영업에서 매달 이익이 발생한다”고 판단해 합의에 이르면서 회생 절차가 취하됐다. 배달 대행 플랫폼 ‘부릉’ 운용사 메쉬코리아도 2022년 ARS 신청서를 제출하고, 회생 개시 직전 hy(한국야쿠르트)로부터 신규 자금을 투자받아 회생 절차에서 벗어났다.

티몬과 위메프, 채권자협의회가 한 달 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최장 3개월에 걸쳐 ARS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과거 ARS 사례를 보면 국가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일부 기업의 경우 6개월까지 법원이 ARS 기한을 연장해준 적이 있다. 이 기간 내 회사가 채권단협의회와 구조조정안 마련을 하지 못하면 남은 선택지는 기업회생 개시다.

법원은 회생 개시 여부를 1개월 이내에 결정해야 한다. 만약 회생이 개시되면 절차는 일반적인 회생 절차와 사전회생계획안 제출 제도인 ‘P플랜’으로 나뉜다. 일반적인 회생 절차는 회생 신청⟶ 개시 결정⟶ 채권자 목록 작성⟶ 채권자들의 채권 신고⟶ 채권·채무 시부인표작성⟶ 회계법인의 조사보고서⟶ 회생계획안 수립⟶ 채권자집회⟶ 회생 인가 결정 순서로 진행된다.

이와 달리 P플랜은 사전에 회생계획안을 완성하고 법원에 회생을 신청하는 방식이다. 회생계획안 수립(채권자 목록, 시부인표, 조사보고서)⟶ 회생 신청⟶ 개시 결정⟶ 채권자 집회⟶ 회생 인가 결정 순서로 진행된다. 일반 회생보다 절차가 간소하지만, P플랜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총채권액의 2분의 1에 해당하는 채권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또 회생 개시 전 회생사전계획안을 만들어야 하므로 티몬·위메프와 채권자들 간 협의가 필요하다.

반면, 법원이 티몬·위메프 회생 절차를 개시하더라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하면 회생 개시 자체를 기각할 수 있다. 이때 티몬과 위메프는 파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심문에서 류광진 티몬 대표와 류화현 위메프 대표에게 “재무제표를 보면 서비스를 개시할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적자였는데 어떤 경쟁력이 있는 것이냐”고 물었다. 사업 지속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요구한 것이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는 아마존 등 유사 사례를 거론했다.

류화현 대표는 심문을 마치고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아마존의 19년간 적자였고 국내 1위 회사도 오랜 기간 적자였는데 투자유치로 상장하면서 회복했다는 부분을 설명했다”며 “위메프에 6만여 셀러가 있고,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적자를 대폭 줄여가고 있었던 부분도 언급했다”고 말했다. 류광진 티몬 대표는 “비슷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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