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지하보도서 청소하던 女미화원 피살…70대 노숙자 조사 중

“평소 청소문제로 자주 다퉈” 증언…구속영장 신청 검토

2일 오전 서울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흉기에 찔린 환경미화원이 구급대원에 의해 실려나오는 모습. 연합뉴스TV 보도화면 갈무리

 
새벽 서울 도심에서 60대 여성 환경미화원을 흉기로 살해한 70대 남성이 경찰에 검거됐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5시10분쯤 중구 숭례문 인근 지하보도에서 6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70대 남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당시 경찰은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시민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발견 당시 의식이 남아있던 피해자 B씨는 심폐소생술을 받으며 이송됐으나, 병원 도착 이후인 오전 6시20분쯤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경찰은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등을 추적해 수사에 착수, 오전 8시50분쯤 A씨를 동자동 쪽방촌 인근의 한 골목에서 긴급체포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인근 지하보도에서 발생한 흉기 사건 현장 보존 중인 경찰. 뉴스1

 
무직인 A씨는 쪽방촌 인근 임시거처에 기거하는 노숙인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B씨는 중구 용역업체에 소속된 환경미화원으로, 청소 업무를 하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지하보도에서 B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B씨를 살해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범행 현장인 지하보도 일대는 노숙인들이 잠을 청하는 경우가 많아 새벽 청소를 하던 환경미화원들과의 다툼이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하보도 인근 상인들도 평소 두 사람이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하보도에선 이날까지 대청소가 예정돼 있었는데, 물품 문제로 다툼이 일어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왔다. 지하보도에 붙은 안내문에는 “7월29일부터 8월2일까지 계단 및 통로의 물청소를 실시한다. 지하보도에 방치된 개인 물품은 7월28일까지 자진 수거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A씨의 음주 및 마약 간이 검사에선 음성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의 시신 부검 등을 의뢰하는 한편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