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도의 이해] 당신도 죽은 인터넷에 갇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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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 사람 대신 봇을 상대할 때가 종종 있다.
한데 요즈음 부쩍 봇과 사람을 구분하기 어렵다.
문득 봇 속에서 나 혼자 사람인 건가 싶어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상대방이 되어보지 않고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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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 사람 대신 봇을 상대할 때가 종종 있다. 보통 봇은 단순하고 일정한 패턴을 보인다. 쉽게 이길 수 있어 보너스처럼 여겨진다. 한데 요즈음 부쩍 봇과 사람을 구분하기 어렵다. 인공지능(AI)이 발전하면서 생긴 변화다. 봇의 게임 실력이 훨씬 좋아진 건 물론이다. 때론 사람처럼 어리숙한 허점도 보여 구분이 더 어렵다. 문득 봇 속에서 나 혼자 사람인 건가 싶어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얼마 전 알게 된 음모론이 두려움을 키웠다. 커뮤니티나 SNS에서 글을 쓰고 대화하는 상대방이 실제로는 AI라는 가설이다. '죽은 인터넷 이론'이라고 불린다. 인터넷에서 보이는 글 대부분이 인간이 쓴 게 아니라 사실은 봇이 쓴 것이라는 얘기다.
더욱 무서운 건 그다음이다. 서비스 운영자가 SNS에서 자기 주장만 강요하고 타인을 비난하는 문제적 발언자들을 AI 사이에 가둔다는 소문이다. 그들에게 동조하는 봇을 붙여준다. 결국은 봇하고만 얘기하도록 만드는 셈이다.
진실을 알고 있을까. 알 수는 있을까. 사회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진실에 대한 근원적인 두려움을 갖는다. 특히 정보를 얻는 방법이 매우 한정적이면 상대를 알기 어렵다. 온라인에선 메시지와 같은 제한된 방법으로 상대와 소통한다. 한정적인 정보 외에 나머지는 상상으로 채운다. 상대의 행동을 내게 빗대어 인간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상대가 정교하게 행동할수록 나는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현실도 음모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는 아내와 긴 시간을 만나왔지만, 여전히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종종 내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아내의 행동을 재단했다가 아내에게 한 소리 듣는 게 일상이다. 아내를 내 멋대로 판단하는 게 얼마나 바보 같은 일인지는 조금만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예컨대 임신이 불가한 내가 임신한 아내의 어려움을 100% 이해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다. 상대방이 되어보지 않고 상대를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다.
사회는 여기에 더해 이중 구조를 갖는다. 우리는 평소에 비슷한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은 그런 친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학원에 다니고, 불량한 친구들은 그들끼리 무리가 되는 것과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런 성향은 더욱 심해진다. 나와 거리가 멀수록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에 사는 셈이다.
요즈음 온라인엔 다툼이 많다. 세대, 성별, 정치적 성향에 따라 서로를 비난한다. 건전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서로가 본인이 진실이라고 말한다.
SNS와 유튜브 등의 발달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비슷한 경험을 나눈다. 그 커뮤니티 안에선 공통된 얘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내 의견에 동조하는 사람만 보면 확신이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결코 그게 우리 사회의 진실이라고 볼 순 없다.
진실을 찾으려면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 나와 상대가 살고 있는 세계가 다르고, 경험이 다르다는 걸 알아야 한다. 상대가 미워도 더 자주 대화해야 한다. 물론 그럼에도 완벽한 진실을 찾는 건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더 진실에 가까운 사실일 것이다.
[최근도 증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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