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관승의 리더의 소통] '토트넘 입단' 양민혁에게 손흥민이 건넨 첫마디

2024. 8. 2.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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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열기 한가운데 손흥민과 K리그 최고의 유망주 양민혁의 축구 맞대결을 바라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인 2006년생 양민혁은 1992년생 손흥민과는 띠동갑도 넘는 열네 살이나 차이가 나서 만약 1977년생 이영표가 경기를 해설했더라면 토트넘 소속 한국 선수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완벽한 조합을 볼 수 있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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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孫이 함부르크 입단하자
부친은 독일어 과외부터 구해
소통능력이 모든 기회의 시작

올림픽 열기 한가운데 손흥민과 K리그 최고의 유망주 양민혁의 축구 맞대결을 바라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고등학생 신분인 2006년생 양민혁은 1992년생 손흥민과는 띠동갑도 넘는 열네 살이나 차이가 나서 만약 1977년생 이영표가 경기를 해설했더라면 토트넘 소속 한국 선수의 어제와 오늘, 내일의 완벽한 조합을 볼 수 있었으리라. 양민혁은 친선 경기에 앞서 토트넘 입단을 확정한 뒤 대선배를 처음 만났는데 긴장 때문에 제대로 입을 열지 못했다고 한다. 세계적인 스타 손흥민은 어린 후배에게 어떤 조언을 했을까? "지금부터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16세 나이에 한국을 떠난 손흥민이었기에 가능한 충고였다. 2008년 우수 선수 해외 유학 프로그램 6기에서 손흥민의 독일 함부르크행이 결정됐을 때 부친 손정웅 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춘천에서 독일어를 가르쳐줄 유학생을 수소문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어려운 형편에도 그는 왜 고액의 수업료를 내 가며 아들에게 독일어를 익히게 한 걸까? "생존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언어를 습득해야만 했다. 스스로 말하지 못하고 자기표현을 할 수 없으면 경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도 어렵다. 언어는 기회를 제공하는 발판이고 그 나라에 대한 존중이며 모든 것의 시작이다."

아버지의 열성 덕분에 손흥민의 독일어 구사 능력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11년간 활동했던 차범근 감독의 현역 시절보다 월등하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손흥민은 영어 인터뷰에도 거리낌이 없다. 한국어로 말할 때보다 영어로 인터뷰할 때 표현이 더 매끄럽고 세련된 어휘 선택을 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해외의 프로 선수들은 유명해지면 개인적으로 미디어 트레이닝과 인터뷰 기법을 교육받는다고 하는데 손흥민에게서도 그런 인상을 받는다. 스타로 성장하려면 체력 단련 외에도 언론, 팬과의 소통법을 익혀야 한다. 바이에른 뮌헨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고 있는 김민재도 최근 독일어 공부를 하고 있는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했다. 지난 시즌 수비 라인에서 경기 도중 소통 능력 부족이 지적됐기 때문이다. 아무리 인공지능 시대에 스마트폰 번역기가 활성화됐다고는 하지만, 경기 도중 스마트폰을 펼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해당국의 말을 하지 못하면 다른 선수들과 어울리기 어렵고 자칫 드레싱룸에서 왕따가 될 수도 있다.

토트넘에서 손흥민을 지도한 조제 모리뉴 감독은 '스페셜 원'이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레알 마드리드, 인터 밀란, 첼시 등 유럽 명문 구단을 이끌고 전성기를 구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그의 탁월한 언어 실력도 한몫했다. 모국어인 포르투갈어뿐 아니라 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위대한 코치를 다룬 넷플릭스의 다큐에서 모리뉴 감독은 해당국 언어 구사 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저는 전체 미팅을 할 때면 반드시 해당 리그의 언어로 이야기했고, 선수들과 개별 미팅을 할 땐 그 선수의 모국어 혹은 선수에게 가장 익숙한 언어를 선택해 선수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합니다."

오래전 유럽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과 만날 기회가 여러 번 있었는데 그때마다 깜짝 놀랐다. 스페인 방송과는 스페인어로 인터뷰하고, 독일 TV와는 독일어로, 한국인들과는 영어로 말하고 있었다. 물론 네덜란드 대표팀이나 에인트호번에서는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를 주로 사용했다.

어느 분야든 해외에 진출하려면 외국어는 꼭 필요하다. 아무리 인공지능과 번역 기술이 발전했다고는 하지만 여행자라면 몰라도 회의할 때마다 스마트폰 번역기를 돌린다면 분위기가 어떻게 되겠는가? 외국어는 자기과시를 위한 사치가 아니다. 그 나라와 사람들, 문화에 대한 존중이다. 국내이건 글로벌이건 소통이 안 되면 살아남기 힘들다.

[손관승 리더십과 자기 계발 전문 작가 ceonoma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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