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에 '찬물샤워'·원숭이에 '얼음과일'…동물들의 여름나기

광주 우치동물원, 동물들 건강관리 집중

(광주=연합뉴스) 김혜인 기자 = "이거 먹고 우리 다 같이 더위를 이겨내 보자."

광주 폭염경보가 내려진 2일 오후 북구 우치동물원의 마스코트 아시아코끼리들이 사육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유난히도 더운 날씨 탓에 1초라도 빨리 물을 뿜어달라는 듯 사육사에게 긴 코를 내밀며 재촉했다.

곧 사육사가 든 호스에서 찬물이 쏟아지자 코끼리 모녀는 입을 벌리며 물을 받아먹거나 바닥에 발라당 누워 냉수마찰을 즐겼다.

시원한 물세례 속에서 엄마 코끼리 봉이(26)와 딸 우리(14)가 사이좋게 물을 맞으며 즐겁다는 듯 소리를 내거나 방긋 웃어 보였다.

엄마와 함께 코끼리를 보러온 한 아이는 "코끼리가 샤워한다"며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봤다.

샤워를 끝낸 코끼리들은 사육사가 여름 과일을 준비해오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들었다.

코끼리 사육사는 "수박, 파인애플 단어만 들어도 곧장 앞으로 달려온다"며 "아무리 코끼리라도 열사병에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더위를 먹지 않도록 식단과 스케줄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 종류의 원숭이들이 자리한 곳에서도 여름 특식인 얼음 과일이 준비됐다.

겁이 많은 갈색꼬리감기원숭이들은 사육사가 매달아 놓은 얼음 과일 주변에서 한참을 맴돌았다.

그러다 한 마리가 꽝꽝 언 얼음 과일에 혀를 갖다 대자 차가운 듯 깜짝 놀라기도 했다.

그 옆에 위치한 알락꼬리여우원숭이네도 수박과 키위, 샤인머스캣 등 여름 과일 한 상이 차려졌다.

서열이 높은 대장 원숭이가 먼저 자리를 잡아 큰 청포도 알을 입안에 우걱우걱 넣는가 하면 새끼원숭이는 옆에서 청포도를 잘근잘근 깨물며 먹었다.

한 마리는 시원한 망고가 입에 들어오자 눈을 지그시 감으며 음미했다.

가장 몸집이 작은 다람쥐원숭이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얼음 과일 이곳저곳을 만지며 냉기를 즐겼다.

물범에게는 살아있는 장어를, 사자·호랑이에게는 얼린 소갈비를 주는 등 우치동물원은 폭염 대비하기 위한 동물들의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박자윤 우치공원 동물복지팀장은 "우치공원을 방문하는 관객들이 동물들의 귀여운 여름나기 모습을 보며 함께 더위를 이겨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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