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올림픽,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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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인터넷에서 권총과 소총을 검색할 줄은 나도 몰랐다.
올림픽 채널을 돌리다 한국 여자선수 두 명이 겨루는 사격경기를 보게 되었고, 오예진과 김예지 선수의 서로 다른 표정과 보디 랭귀지에 나는 매료되었다.
2024 파리올림픽은 개막식부터 프랑스 국가주의로 오염된, 최고이자 최악의 올림픽이라고 나는 감히 쓰고 싶다.
경기장이 아니라 센강과 파리 시내 곳곳에서 진행된 개막식 행사 틈틈이 공연이 나오고 패션쇼도 곁들인, 길고 지루하며 때때로 반짝였던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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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최영미 시인·이미출판사 대표)
내가 인터넷에서 권총과 소총을 검색할 줄은 나도 몰랐다. 사격이 이렇게 재미있다니. 파리올림픽 사격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매료되어, 며칠 전부터 사격 경기를 챙겨 보고 있다. 올림픽이 시작된 후 거의 매일 구글에서 'olympic'을 검색하는데, 2024 올림픽 메달 순위에서 (내가 이 글을 쓰는 화요일 오후) 한국이 당당히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만 16세의 여고 2학년 반효진 선수가 양손으로 들고 있던 긴 총이 영어로 "rifle"이고, 오예진과 김예지 선수는 한 손으로 쏘는 "공기권총(Air Pistol) 10m"에서 메달을 땄다.
올림픽 채널을 돌리다 한국 여자선수 두 명이 겨루는 사격경기를 보게 되었고, 오예진과 김예지 선수의 서로 다른 표정과 보디 랭귀지에 나는 매료되었다. 귀에 피어싱을 하고 온몸에서 자신감이 팡팡 터지던 김예지의 성숙한 모습도 멋졌고, 아직 십대인 오예진의 순수하고 겁 없고 꾸밈없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마지막 슈팅을 하고 금메달을 확인한 후 반효진 선수의 언뜻 무표정하고 뚱한 얼굴에 안도감이 퍼지던 순간, 그 변화하는 얼굴이 보여준 아름다움을 나는 영원히 기억하리라. 우리가 운동 경기를 보며 느끼는 감정이야말로 인류 공통의 언어가 아닐까.
안타까운 그러나 값진 은메달을 딴 유도의 허미미 선수에게 뜨거운 위로와 찬사를 보낸다. 유도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도 허미미 선수가 공격을 주도하며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는데, 심판의 판정이 석연치 않았다. 펜싱 여자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최세빈 선수는 4강전에서 프랑스 선수를 만나지 않았다면 결승까지 갔을 텐데. 그랑팔레를 가득 메운 열광적인 홈팬들의 응원과 심판들의 노골적인 '프랑스 선수 편들기'에도 불구하고 마농 아피티 브뤼네 선수와 대등한 경기를 하다 3점 차로 패했다. 최세빈 선수의 4강전 경기를 보며 나는 개최국 프랑스에 실망했다. 자유와 평등을 자랑하는 혁명의 나라지만 프랑스도 어쩔 수 없구나. 프랑스도 국가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자기 나라 선수들이 더 많은 메달을 따기를 바라는 마음은 유럽이든 아시아든 똑같다.
2024 파리올림픽은 개막식부터 프랑스 국가주의로 오염된, 최고이자 최악의 올림픽이라고 나는 감히 쓰고 싶다. 경기장이 아니라 센강과 파리 시내 곳곳에서 진행된 개막식 행사 틈틈이 공연이 나오고 패션쇼도 곁들인, 길고 지루하며 때때로 반짝였던 올림픽 개막식이었다. 센강에 배를 띄워 각국 선수단을 입장시킨다는 발상은 참신했으나 무슨 개막식을 4시간이나 하나. 게다가 비도 오는데, 비 맞지 않고 집에서 편안히 행사를 관람한 우리가 승자. 프랑스를 빛낸 10명의 여성을 보여주는 장면들이 눈에 띄었는데, 시몬 드 보봐르가 '10명의 위대한 프랑스 여성'에 뽑히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이하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2시 반에 시작되어 아침 6시가 지나 끝난 개막식을 끝까지 다 본다는 건 일종의 노동이었다. 보다 말다, 누웠다 앉았다를 반복하며 자다 깨어나니 성화 점화식을 하고 있었다. 개막식 마지막에 울려 퍼진, 병마를 딛고 일어선 셀린 디옹의 노래 《사랑의 찬가(L'Hymne à l'amour)》는 세계를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셀린이 비에 젖은 올림픽 행진을 구출했다"를 제목으로 뽑은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신문기사에서 영국인들의 질투가 느껴졌다. 위대한 예술가는 하나의 노래로 세상을 감동시킨다. 위대한 운동선수는 단 한 번의 경기로 국민을 행복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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