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00 깨진 코스피…‘경기 경착륙’ 공포 미국 시장발 ‘검은 금요일’
코스피 팬데믹 이후 최대 낙폭…삼성, ‘8만 전자’도 깨져
코스피가 4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내리며 27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도 800선이 무너졌다.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10% 남짓 급락하는 등 인공지능·반도체 등 대형 기술주들이 지수 하락을 끌어내렸다. 전날 밤 마감한 뉴욕증시가 인공지능·반도체 주 거품 논란과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세를 보인 게 결정타였다. 일본과 대만도 큰 폭 하락했다.
1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101.49(3.65%) 내린 2676.19로 마감했다. 두달 전 수준(6월5일, 2689.5)으로 지수가 뒷걸음질친 것이다. 하락폭은 2020년3월(-101.49) 이후, 하락률은 2020년8월20일(3.66%) 이후 최대치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증시 급락세 이후 가장 큰 낙폭인 셈이다.
삼성전자 등 대형 기술주들이 된서리를 맞았다. 인공지능 수혜주인 에스케이(SK)하이닉스가 10% 넘게 폭락했으며, 삼성전자(-4.2%)는 ‘8만 전자’가 깨졌다. 통신과 이차전지, 석유 종목을 제외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부분이 큰 폭 하락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8461억원과 7742억원을 순매도하며 급락장을 주도했다. 특히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 1조9천억원어치 매물 폭탄을 쏟아냈다. 코스닥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4.20% 내린 779.33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5.0원 오른 1371.2원을 기록했다.
국내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내 증시와 마찬가지로 반도체 등 기술주 비중인 큰 일본(-5.81%)과 대만(-4.4%) 증시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간밤 뉴욕 증시가 급락한 영향이 국내와 아시아 증시에서 증폭돼 나타난 모양새다. 1일(현지시각) 뉴욕 증시는 미 연준의 ‘9월 금리인하’ 메시지로 반등한지 하루만에 3대 지수 모두 하락했다.
시장에선 두가지 이유를 꼽는다. 우선 제조업 지수와 고용 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밑돌자 ‘경기 경착륙’ 우려가 불거진 게 시장에 충격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경기 둔화의 선행지표인 미국 국채(10년물) 금리는 이날 큰 폭 하락해 6개월 만에 4% 아래로 하락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제지표 둔화는 시장에서 이미 예상했지만 낮아진 시장 눈높이조차 충족시키지 못한 수준으로 나오면서 경기침체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인공지능·반도체 등 증시 훈풍을 이끌던 기업들이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으며 ‘인공지능 거품 우려’가 불거진 것도 증시 급락의 또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인공지능 대표주인 엔비디아는 6% 넘게 급락했으며, 인텔(-5.5%)과 대만 티에스엠시(TSMC·-4.60%) 등 주요 반도체주도 일제히 큰 폭으로 하락했다. 김지원 케이비(KB)증권 연구원은 “미국 빅테크와 반도체주의 실적 부진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어 매물 소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최석원 이코노미스트(에스케이증권 경영고문)는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 기대가 너무 앞서간 상황이 됐고, 더 큰 성장에 대한 기대가 조금이라도 수그러들면 앞서갔던 주가는 되돌림하는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분야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수급 측면에서 ‘엔캐리 자금’의 증시 이탈 우려가 커졌다는 해석도 있다. 일본은행(BOJ)의 최근 금리인상(0.1%→0.25%)에 따른 엔화 강세와 미 연준의 금리인하 신호에 따른 달러 약세 겹치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저금리 엔화를 빌려 전세계 주식·채권에 투자)이 차익실현을 위해 그간 집중했던 빅테크와 기술주 투자를 청산할 것이란 우려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위기 상황에서 엔캐리 청산이 발생하면 시장 변동성이 증폭될 위험이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엔화 강세가 전개될 때마다 나스닥 지수는 크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며 “일본은행이 예상밖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에 증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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